국립고궁박물관 20년사 작업 후기
2025년 여름을 쏟아부었던 ‘국립고궁박물관 20년사‘ 책을 받았다. 제목은 <스무살이 되었습니다>. 나는 이 책의 텍스트 집필을 맡았다.
-역사덕후인 날날이와 전국의 박물관을 보러 다니면서 박물관과 관련된 일을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 기획은 박물관 유물뿐만 아니라 유물 뒤에 가려져 있던 사람을 함께 조명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안 하겠다고 할 이유가 없었다(다가올 미래는 모른 채…).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 황실의 역사와 문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박물관이다. 많이들 국립민속박물관과 헷갈리는데 경복궁 안 옛 국립중앙박물관 자리에 위치해 있고, 경복궁 역과 바로 연결돼 있는 박물관이 국립고궁박물관이다.
-책은 박물관의 지난 20년을 돌아보며 매해의 주요 이슈를 신문 형식으로 풀어내고, 중간중간 특집 기사로 인터뷰와 기획 기사를 실었다. 박물관 개관 준비 과정부터 박물관 유물, 전시, 교육 등에 얽혀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말을 실감했다. 이름이나 이미지로만 알고 있던 문화유산에 이토록 많은 서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니. 날날이가 왜 역사를 재밌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역사는 과거에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끊임없이 연결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번 책을 집필하면서 20명 가까운 박물관 관계자를 인터뷰했다. 20년 전 박물관 개관 준비를 이끌었던 인물들의 이야기부터, 유물 9만 점이 보관돼 있는 박물관 수장고를 관리하고, 유물을 보존·복원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살아있는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해외로 반출됐던 문화유산을 찾아오는 과정을 들으면서는 답답한 마음에 몇 번이나 가슴을 쳤고, 영하의 한파와 싸우며 훼손된 경복궁 담장을 복원했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경복궁 돌담길이 다르게 보였다.
20년간 박물관을 지켜온 안전 관리원, 청원 경찰과 인터뷰하는 경험도 특별했다. 인터뷰가 아니라면 만날 수 없는 사람, 인터뷰가 아니라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마주할 때 이 일을 참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20년의 역사를 기록하는 과정은 지난하고도 방대했다. 작업을 하면서 꼭 지키고자 했던 것이 두 가지 있었다.
1. 내가 이해한 것만 쓴다
2.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쓴다
여기에서 ‘이해’가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 가운데 쉬운 것만 납작하게 전달하는 과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지평을 (단기속성으로라도) 넓혀야 했다. 여름 내내 수험생이라도 된 것처럼 수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하면서 원고를 작성했다. 지금 내가 하는 기록 또한 역사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300페이지 분량을 쓰느라 정말 힘들었는데 책의 만듦새가 좋아서 뿌듯하다. PM 시온님이 정말 고생 많았다. 아쉽게도 이 책은 비매품이라 종이책으로는 구입할 수 있지만 e북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의 노력이 들어간 책인 만큼(나는 그저 글만 작성했을 뿐) 부디 의미 있게 읽힐 수 있으면 좋겠다.
<스무살이 되었습니다> e북 보러가기
-공교롭게도 지난해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아르떼) 20년사 교정교열 작업에도 참여했고, 현재는 모 어린이병원 20년사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일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 내가 쓴 글이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기에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올해도 열심히 모험하고 작업해야지. 재미있는 제안 있으면 연락주세요:)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합니다. 포트폴리오는 프로필 링크에. 문의 및 제안은 hong69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