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B면'을 마무리하며
2023년 봄부터 2년 반 동안 진행됐던 지학사와의 인터뷰 협업이 마무리되었다.
그동안 ‘선생님의 B면’을 통해 54명의 교사, ‘나의 엄빠일지’를 통해 29명의 양육자를 만났다. ‘OOO의 교과서’ 영상 인터뷰 시리즈로 8명을 인터뷰했다. 2년 반 동안 91명의 인터뷰이, 91개의 우주를 마주했다.
월간지 마감처럼 매달 3~4명의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만나고, 원고를 쓰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다른 외주 작업 일정까지 겹칠 때는 한 편당 8000자 분량의 인터뷰를 쓰는 일이 버겁기도 했다.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다짐한 것이 있었다. 나에게도 인터뷰이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인터뷰를 하겠다는 것. 마지막까지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었던 것 같아 다행이다. 더는 SNS와 신간 목록을 확인하며 다음 달 인터뷰이 섭외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시원하면서도 아쉽다.
‘선생님의 B면’을 통해서는 매달 초등교사 1명, 중고등교사 1명을 만났다. 민정님과 함께 전국의 학교를 다니면서,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는 교실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새삼 놀라곤 했다. 인터뷰가 아니었다면 마주할 수 없었을 세계를 깊이 들여다볼 때, 이 일을 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50명 넘는 교사를 만난 지난 2년 반은 내 안에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던 교사에 대한 편견이 무너지는 시간이었다. 학창 시절 내내 학교와 교사를 싫어하는 학생이었던 나는, 이제 학교와 교사를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으로 살아가기 유독 힘든 시대에도 어제보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 묵묵히 애쓰는 인터뷰이들을 만나면서 ’이런 사람들이 있는 교실이라면 희망을 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직업인으로서, 어른으로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었다.
‘선생님의 B면’ 마지막 인터뷰이는 셔플 댄스에 진심인 60대 초등교사 박미숙 @hyean947 선생님이었다. 1989년부터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2년 후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었다. 마지막 인터뷰라서 슬프면 어쩌지 했는데 웬걸. 박미숙 교사의 유쾌한 에너지 덕분에 많이 웃고 많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프리랜서에게 정년은 없지만, 언젠가 나도 내 일을 마무리할 때 저렇게 홀가분한 모습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야겠지. 선생님이 셔플 댄스를 추며 거침없이 발차기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의 B면’ 마지막 아웃트로는 이렇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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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박미숙 교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행복한 사람이 웃는 것이 아니라 웃는 사람이 행복한 것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라는 소신을 갖고, 박 교사는 교실 안에서도 밖에서도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탐색해왔다. 밝고 유쾌한 박 교사 덕분에 인터뷰 내내 참 많이 웃었다. 박 교사에게 ‘선생님의 B면’ 마지막 시그니처 질문을 던졌다. 2년 후 퇴임할 때 동료 교사들 그리고 학생들에게 어떤 교사로 기억되고 싶은지. 박 교사는 “항상 웃던 선생님, 옆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선생님, 학교에 오는 걸 행복해했던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다”라는 말을 남겼다. 많은 이들이 그를 그렇게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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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서사를 나눠준 54명의 선생님들, 매번 장문의 댓글을 남겨준 독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인터뷰 시리즈는 '선생님의 B면'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작업 제안 및 문의는 hong69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