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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밀밀 Sep 21. 2018

노력의 천재 ‘마미손’

매드클... 아니 마미손의 큰 그림을 응원하는 이유


쇼미더머니 777에 핑크색 복면을 쓰고 등장한 매드ㅋ...아니 마미손. 특유의 ‘귀에 때려 박는 랩’을 구사하며 예선을 통과하고 드디어 심사위원들 앞에 등장한 매드클... 아니 마미손. 복면을 벗어달라는 심사위원의 요구도 거부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랩을 시작한 그는 가사를 틀리며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지는데... 


이 상황을 세음절로 표현한다면 


‘맫또절’. 
=‘맫’씨(매드클라운 별명)가 ‘또’ ‘절’었다(가사를 틀렸다) 

마미손 아니 매드클라운은 가사 까먹는 게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치매래퍼 매드클라운, 당신은 대체...’) 가사 저는 걸로 유명한 랩퍼였다. ‘힙합계 손석희’로 유명세를 떨친 쇼미더머니2 시절에도 매드클라운 무대가 시작되면 관객들은 일제히 긴장했다. 또 가사를 절까봐. 오죽했으면 소울컴퍼니 멤버 시절 ‘공연 시 모든 가사를 완벽히 숙지, 틀리지 아니함’이라는 내용의 각서까지 썼을까. 


철학적 가사와 독보적 랩스타일. 누구나 우승후보로 꼽는 실력자였지만 가사는 매드클라운의 치명적 약점이었다. 가사만 안 절면 완벽할 텐데... 사람들은 말했다. 매드클라운은 둘 중 하나라고. 절거나 쩔거나. 결국 매드클라운은 쇼미2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그런 매드클라운이 5년 만에 다시 쇼미더머니777에 돌아왔다. 쩌는 모습으로? 아니 저는 모습으로. 그는 복면이 예술적 장치라며 “내 안에는 수많은 내가 있는데 한계가 느껴졌다”, “어이없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쇼미2 당시 경쟁자였다가 시즌7에서 심사위원이 된 스윙스는 말했다. “형은 사람들이 자기를 주목하는 법을 잘 아는 것 같다”고.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



폭염에 복면 쓰고 불구덩이에 처박힌 내 기분을 니들이 알아? 

-마미손 '소년점프'


스윙스의 말은 복선이었을까. 매드클... 아니 마미손은 “계획대로 되고 있어”라며 ‘소년점프’라는 노래와 함께 돌아왔다. 신박하고 중독성 넘치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스윙스 기리 팔로 코쿤 악당들아 기다려라 
이 만화에서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아 
계획대로 되고 있어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


마미손은 자신을 청춘만화의 주인공으로, 자신을 떨어뜨리고 불구덩이에 처넣은 심사위원들을 악당으로 설정한다. 주인공이 초반에 고통 받고 무릎팍 바닥에 쳐 박는 건 사실 다 추진력을 얻기 위한 거라고. 다 계획대로 되고 있다고.   


이건 완전 클래식 클리셰 
주인공 초반 고통받고 각 잘 재고 무릎팍 바닥 쳐 박고 
야 병신새꺄 사실 다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라고


https://www.youtube.com/watch?v=D3ZFtSoWtRc


21일 현재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500만이 훌쩍 넘었다. 어쩌면 쇼미777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이미 마미손일지도 모르겠다. 누가 우승자냐보다 마미손의 큰 크림이 어디까지 그려질지가 더 관심사니까.  


인생은 길고 내 음악도 길어


내게 마미손... 아니 매드클라운은 ‘노력의 천재’로 기억된다. 매드클라운이 쇼미2에 나와서 수없이 가사를 절던 2013년 이후.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쓸 때면 나는 늘 매드클라운의 앨범 ‘Anything Goes’를 틀어 놓는다. 그 앨범에 수록곡 중 하나가 ‘노력의 천재’다. 


매일 해 뜨면 다시 또 내 자신과 
전투준비 하느라 나 바뻐
세상에 만만한 거 하나 없지 
노력 없이 날로 먹는다는 거 억지
성공의 절대 전제 '노력이 첫째'
대기만성 우리는 노력의 천재

-매드클라운 '노력의 천재'



이 앨범 속에서 매드클라운은 가사를 쓰고 또 고치고 연습 또 연습한다. 본인을 노력의 천재라 부를 정도로.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쓰고 또 연습한 가사를 정작 무대에서는 까먹고 또 까먹는다. 죽을 만큼 노력하는데 내 자신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상황. 너무나 익숙한 상황. 매드클라운의 간절함이 남일 같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할 수 있는 건 노력밖에 없는 걸. 


쇼미2 이후 씨스타가 속해있는 기획사로 들어간 매드클라운은 더 이상 무대에서 가사를 절지 않았다. 대형기획사가 만들어낸 무대에서 보통의 대중가수처럼 랩하고 노래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하는 음악이 힙합이 아니라고 했다. 



마미손으로 돌아온 매드클라운은 이 모든 서사를 한편의 드라마로 만들어낸다. 끊임없이 가사를 절고 탈락하고 니가 하는 게 무슨 힙합이냐고 욕먹어도. 결국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나이고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는다고. 이게 다 내 큰 그림이라고. 정신승리이면 어떤가. 재밌으면 됐지. 


다시 ‘소년점프’ 뮤직비디오. 

‘한국 힙합 망해라’라고 대차게 외친 마미손의 거침없는 래핑이 이어진다. 


내가 여기서 쓰러질 거 같냐 새끼들아 
넘어져도 쓰리고 인생은 길고 내 음악도 길어 
모험은 시작됐어 마미손 가자 렛츠고 


웃긴데 왜 이리 가슴 한켠이 짠하지. 

마미손 흥해라.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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