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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홍민 Jan 16. 2024

미니멀라이프 연대기 살아온 발자국

물건 하나하나에 맺힌 한방울씩의 꿈과 눈물

물건 하나하나에 맺힌 한방울씩의 꿈과 눈물 물


어느날 겨울 오후의 강알지들


 2019년, 미니멀라이프를 진행한지도 어느덧  습관이 되어가던 시점이었어요. 그러면서 깨달은게 하나 있었어요. 처음에는 물건을 버리는것이 어렵지만 대략 3주정도 지나다 보면, 물건을 정리하고 버리는 것이 새로운 일상의 습관으로 자리를 잡게 되고, 그때부터는 자연스럽게 정리를 하고, 물건을 비우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몇달이 지나고 난 후였어요


 그런데요, 그 과정에서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그 과정에서, 지나온 내 발자국과 상처를 계속 마주할수 밖에 없습니다. 책을 정리하다보면, 물건들을 정리하다보면, 내 취미를 정리하다보면 그 언젠가에 멈춰있는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이런책이 왜있지? 아 내가 그때 이런것들에 관심이 있었구나 이 물건은 뭐지? 아 맞아 나 되게 베이킹 하고 싶어했었는데.. 물건 하나당 하나의 기억의 조각이요, 열망의 조각이고, 꿈의 조각들입니다. 물건을 보며 과거의 열망과 꿈에 대한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어떤것은 현재도 진행되는 나의 소중한 꿈이요 어떤것은 좌절된 꿈입니다. 어떤것은 행복이고 어떤것은 불행입니다. 모든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눌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그랬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저는 과거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 그 물건들을 정리했어요 그 상처 하나하나를 딛어냈고 그 상처들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거라고 수없이 다짐했어요.


그렇게 나에 대해 알게된 사실들을 나열해봅니다.





나는 진짜로 잘되고 싶었다.



 글로벌 인재가 되고 싶었던것 같아요. 수많은 영어책, 중국어책, 그래 맞아. 나 영어공부 하고 싶어했었어 현실은요? 하우아유 나이스튜미츄 수준입니다. 독해는 그래도 좀 할수 있는데 말은 하나도 못해요. 중국어는 그냥 못합니다. ㅎㅎㅎㅎ  그리고 내 분야에 대한 책들. 잘하고 싶은 마음에 구매한 책들. 더 파고 싶어서, 더 연구하고 싶어서 샀던 책들이 수두룩하게 나왔습니다. 아 맞다. 나는 이렇게나 내 분야를 좋아했구나, 나는 정말 내 일을 사랑한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꼭 볼 책들 외에는 정리를 했습니다. 사두었다 = 유능해진다는 공식이 아니고 그저 유능한 기분을 느끼고 싶을뿐이었던걸지도.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로 사랑했으면 닳도록 봤어야지 왜 한두번만 본건데! 결국 쓴웃음을 지으며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도서관에 기증을 했어요.




나는 진짜 날씬해지고 싶었어


 수많은 다이어트책.. 저탄고지였다가, 보디빌딩식의 웨이트 트레이닝관련 책이었다가, 일반적인 다이어트 담론이었다가, 간헐적 단식에 대한 책이었다가.... 만화였다가, 사전만큼 두꺼운 책이었다가. 장르 두께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정말 많이 나왔어요. 이렇게까지 날씬해지고 싶어했구나. 정말로 정말로 날씬해지고 싶었구나. 싶습니다. 거의 평생을 다이어트 할때 외에는 과체중으로 지내기는 했습니다.




 각종 운동기구들도 나옵니다. 하.... 저는 정말 기분을 소비한것 같습니다. 폼롤러는 하나면 됐지, 서너개씩 나오는데요, 하나를 사서 열심히 문지를 것이지, 갯수가 많은것을 보니 아무래도 운동을 잘 할수 있을것 같다는 기분을, 더 날씬해 질수 있다는 기분을 산 것 같습니다. 이것과 저것은 용도가 다르니까 이것저것 다 있으면 좋다는 식으로 생각했던것 같아요. 단 하나가 있어도 그냥 하는것이 더 중요한것을...




 결과는요? 살이 빠지긴 많이 빠졌어요. 그런데 그래도 계속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저는 항상 끝간데를 모르는 경향이 있어요. 항상 더, 더, 더를 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왼쪽이 13년 전인가 그렇고, 오른쪽이 최근인데, 왼쪽이 훨씬 나이들어보이네요.. 살은 뺴고 볼일입니다.



 살을 빼고 다이어트를 하려면 운동기구를 사는것이 중요하고, 책을 사는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걸 그렇게 살 시간에 한번이라도 더 뭐라도 하는게 중요하지 않은가... 싶네요. 아니면 뭘 살 생각을 말고 뭘 덜 먹을 생각을 했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다시한번 되뇌입니다. 내가 기분을 살 필요는 없다.내가 써야하는돈이 있는것이 아니라, 내가 해야하는 행동이 있을뿐이다.




나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글쓰기, 그림그리기 관련된 책도 많이 발견했고, 그림도 분야별로 다 그려봤습니다. 보태니컬아트, 수채화, 일러스트, 캘리그라피 관련된 책과 물품들도 나오고 레진아트등 공예에 대한 책, 물건들도 수도없이 사들였었죠. 전체적인 아름다운것을 좋아하다보니, 아름다운것들에 탐닉하는 예술에 대한 것들을 굉장히좋아했던것 같고, 놓지도 못했던것 같습니다. 어릴때 또 화가가 되고 싶었거든요. 사실 저는 직장인이 된 저 자신을 상상조차 해본적이 없을 정도로 당연히 크면 화가가 되는줄 알았었던 학생이었습니다. ㅎㅎ






 




 여러가지 분야중 레진아트는 자격증을 땄고 나머지 과정들에서는 사실 크게 어떤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레진아트는 만드는 행위에 집중했다면 나머지 예술분야에서는 물건을 사는 행위에 더 집중을 했던것 같아요. 역시, 그림을 잘 그릴수 있을것 같은 기분을 구매한것에 더 가까운 행동을 한 셈이죠. 붓을 사고, 책을사고, 물감을 사고, 그러면서 나는 예술가야! 라는 착각에 빠져있었던것 같아요. 그냥 직장인인데 말이죠. 그러고보면 딱히 예술을 사랑하는 직장인도 아니고 예술물건을 사는걸 좋아하는 직장인이었던것 같습니다.




제가 만들었던 레진아트 작품들이예요. 예쁘긴 예쁘네요 크ㅋㅋㅋㅋ



 그렇게 예술에 대한 욕심도 안녕, 만약에 예술을 계속 하고 싶다면 글을 쓰기로 생각했습니다. 글쓰는거는 딱히 재료가 필요없거든요. 그리고 타자를 치는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수 있으니까요, 나중에 시간이 생기면 그때 아주 적은 물건들로 소소히 그림을 그려보기로 다짐합니다.






내 평생을 관통할 테마는 아름다움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아름다운것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아름다움을 항상 추구해왔습니다. 디자인과를 간것도, 국문과를 졸업한것도 그림과 글이 주는 아름다움을 선망해서였다는것을 뒤늦게 알았죠.


 대학교 학과를 성적맞춰 간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항상 제가 하고싶은것만 하는 망나니었기 때문에 디자인이, 국어가, 그리고 지금의 대학원 전공인 향장(향수, 화장품)까지 일관되게 아름다움을 추구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또 미용 4대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그것도 그냥 궁금해서, 취미로요. 나중에는 그쪽 일을 하긴 했지만 (미용실을 운영한건 아니고, 뷰티 강사를 했고, 지금도 패션 뷰티와 유관한 일을 하고있어요) 아름다움을 정말로 추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는것을 알게됐어요.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고민이 많았거든요. 언제까지 이 아름다움을 좋아하고 추구하는 철없는 행동을 계속할수 있을까...? 왜냐면, 세상과 사회는 마치 아름다움이 젊음의 전유물인것처럼 이야기를 하니까요. 나이든 여자가 너무 꾸미고 그러면 철없다고 손가락질하고, 애엄마니까 애엄마처럼 살라고, 뭐 그렇게 관리를 하고 바르고 그러냐고 굉장히 압박을 가합니다. 저도 그래서 한동안은 고민이 많았는데, 그런데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졌어요. 타고난대로 사는것이 가장 자연스럽잖아요, 저는 아름다움을 사랑하도록 타고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저를 인정하고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이 또한 미니멀라이프를 하지 않았다면 전 그냥 저를 왜 나이들고도 이렇게 화장품 좋아하지? 라고만 생각할수 있었을거 같아요. 쓸모없는것들을 다 걷어내고 나니 오히려 선명하게 두드러지더라고요.






나는 사실 요리도 좀 잘하고 싶었던것 같아



 가정생활을 하면서 요리를 잘 하고 싶고 가족들에게 좋은것을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것 같습니다. 식이생활도 여러가지를 추구해봤었어요. 저탄고지도 해봤고 채식에도 관심 있었고 한식도 물론 열심히 해봤구요, 베이킹도 해보고 여러가지 건강식들도 만들어보고 했는데, 별의 별 식이를 다 해보니까 결국은 심플한 한식이 제일 낫구나, 로 돌아오게 되더라구요


전부다 나눔한것들이예요. 지금은 집에 없습니다.


. 식생활도 심플하게. 한국사람이니까 한국인처럼 대신 너무 짜지않게 가볍게 먹자 이렇게 귀결되었습니다. 여러가지 주방기구를 정리하고도 남은것은 후라이팬, 전자렌지, 집에 붙어있는 오븐겸 전자렌지, 전기밥솥, 냄비, 전기 주전자 정도가 남았습니다. 사실 이정도면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는것 같아요. 아 하나 더 있긴 합니다. 에어프라이기요. 요것도 언젠가 정리하고 싶어서 노려만 보고있는데, 너무 많이 정리해버리면 또 반동으로 새 물건을 사게 될것 같아서 아직 정리하지는 않았는데 구석에 들어가 있어요.  



나는 정말로, 내 자녀를 사랑한다


 제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됩니다. 다소 이른나이인 27세에 결혼해서, 아이를 29세때 낳았습니다. 임신했을때부터 구입했고 몇번씩이나 읽었던 각종 육아서와 육아 심리서가 나옵니다. 수십번씩 수백번씩 아이에게 읽어주었던 수많은 책들과, 지금도 아이가 즐겨읽는 많은 책들... 생각해보면 제일 돈 잘쓴게 육아서, 아이책들이었던것 같아요. 정말 몇백번씩 태어날때부터 지금까지 읽어주고 또 읽어주고, 아이가 읽고, 또 읽은 책들과 힘들때마다 붙잡고 또 붙잡았던 육아서들은 정말 많이 읽은 티가 나거든요. 일하는 엄마들에게는 압박이 있어요. 십수년간 너는 돈번다고 뭐하니, 자식 잘 키우는게 돈보다 더 남는거다라는 말을 수도없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쁜엄마인가?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했어요. 하지만 아니더라구요. 저는 제 아이를 정말로 잘 키우고 싶어했던것 같고, 지금도 잘 키우고 싶어합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한번의 이사를 했는데 이사를 할 때마다 메인은 아이의 책들이었어요. 지금도 거실 가장 넓은 자리에는 아이의 책과 책상이 있네요.


어릴적 사진들이예요. 지금은 커다란 엉아입니다.


 제가 이렇게 제 자녀를 사랑하는데 왜 일을 한다고 나쁜 엄마 취급을 하는걸까요? 이제 누가 무엇이라 말하든 속으로 대답하며 한귀로 흘러듣습니다. 무슨 말을 하시는건지는 알겠지만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제 삶을 책임지면서 사랑할수있는사람, 제 아이를 이만큼 까지 책임지면서 사랑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저밖에 없어요. 물건들이 정리되고, 내 심지가 굳어지고, 생각이 정리되니 누가 어떤말을 하든 흔들리지 않을수 있게 되더라구요.




 삶에 대한 의지가 미친듯이 강하구나.





 이렇게나 뚜렷하게 자기가 좋아하는게 있고 목적하는 삶이 있는 스타일인데, 뭐 한마디로 자아가 강하죠. 그래서 저는 정말 무엇이든 하고싶었는데, 아이를 낳고 키우다보면 아무래도 아이가 어릴때에는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있고, 또 승진에서도 밀리고 그러다보니 또 정규직에서도 밀려나서 프리랜서가 되고.... 그게 너무 속상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나는 이렇게 끝나는건가? 사회인으로서의 나는 이제 저물어버린건가. 30대 초반에 했던 생각이예요. 저는 속상해서 죽을것 같았는데 죽고싶지가 않았어요.



정말로 살고싶었어요. 인정받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고 저 자신을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현실적으로는 그럴 시간이 없으니, 발견되는게 수많은 뇌과학책, 자기계발책, 자격증 관련 책들입니다. 우울하니까 그 우울감을 달레려고 심리학 관련 서적들을 많이 읽었고, 또 머무르고 싶지 않아서 더 나아가고 싶어서 여기가 내 끝일리가 없다 생각하며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었던것 같아요.

 다시한번 말하자면, 저는 살고싶었어요. 살고만 싶었던게 아니라 제대로 살고 싶었어요. 살고자 발버둥친 삶의 흔적들이 물건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녹아있구나... 하고 한동안 생각이 많아졌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나는 은근 인생치트키를 원하는 도둑놈 심보가 좀 있다.


 아로마 테라피와 배치 플라워 그리고 갖은 마인드 컨트롤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타로카드며 영성에 대한것들이 나옵니다. 어머 저는 제가 이성과 합리와 과학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이비적인거를 좀 좋아하는것 같아요. 명리학 책도 나왔어요. 뭔가 생각해보니 사기 스킬을 갖고 싶다 그런 도둑놈 심보였던것 같기도 하네요. 뭔가 인생에도 치트키같은 특별한게 있지 않을까? 나는 진짜 좀 잘되고 싶은데? 뭘 어떤걸 해야 적게일하고 많이벌지? 스트레스는 적게 받고 자기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법같은게 따로 있나? 아니면 뭔가 미래를 들여다볼수 있는 방법이 없나? 왜 뭘해도 잘되는 비법같은거 좀 없나? 하면서 항상 적게일하고 많이 벌 궁리를 했던것 같아욬ㅋㅋㅋㅋㅋ 그래서 나오는게 이런 책들이 아닌가 싶네요.




 그런데요, 인생 치트키는 뭐 이런게 아니라 미니멀라이프였어요. 인생에서 중요한건 시간, 돈, 공간인데 미니멀라이프를 하다보니 시간도 늘어나고, 돈도 모이고, 공간도 넓어지더라고요.




 미래지향적이구나, 준비하는 사람이구나  


 각종 증서들이 나오는데 반복적인 노후준비연금 관련된 증서들이 나옵니다. 27살부터 연금을 들기 시작했더라구요. 만기된 연금도 있고요, 지금도 노후관련된 여러가지 금융플랜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니까 조금 어이없기도 합니다. 십수년전의 저는 왜 이렇게까지 미래에 대해서 준비를 하는 스타일이었을까요...? 그냥 놀고먹고 좀 즐기지.... 나이들어서 보니까 편하기는 한데 좀 안쓰럽습니다.




자격증도 꽤 땄는데 보니까 대체로 이게 있어야만 개업할수 있는 종류의, 나름 알곡같은것들입니다. 정규직 경력이 단절된 프리랜서 워킹맘으로서, 어떻게든 정규직 경력이 끊겨있다는것을 만회하고 싶어서 자격증을 마구 땄던것 같아요. 정규직으로서의 커리어가 없다면 뭐로라도 만회를 해 줘야되는데 프리랜서가 도전하기 쉬운게 자격증이다 싶어서 한두개씩 따기 시작했죠, 이 미니멀라이프 칼럼도 그 연장선상이구요.



취미 부자가 아니라, 불안 부자였다.






 앞서 말했던것처럼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프리랜서 활동을 하면서 너무 불안했고, 경력을 쌓지 못한 경단녀가 된다는것이 무엇보다 두려웠습니다. 세상에서 뒤쳐지는것 같아서 그것을 만회하고 싶었어요. 보면 발자국 하나하나가 불안입니다. 유튜브를 하겠다고 도전했다가 남겨진 장비들, 블로거로서 좀더 잘 해보겠다고 샀던 카메라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불안했던것 같아요.






 유튜버가 뜬다는데 이렇게 블로그에 머물러도 되는걸까? 블로거들 다들 좋은 장비를 쓰는데 나만 장비가 나쁘면어떡하지?  나이들어가는데 더 다양한 스킬들을 개발해야 하는거 아닐까? 일단 취미로라도 시작해보면 되지 않을까? 정말 물건들을 쳐다만 봐도 그당시의 불안감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이 카메라들은 오래된것은 지역카페같은곳에 나눔을 했고, 좋은것은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친구들에게 나눠 줬어요. 안아깝냐구요...? 글쎄요 이걸 가지고 있으면서 그 불안을 되뇌이면서 스트레스 받을 저의 정신이 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쉽게 다 내려놓을수 있었던것 같아요. 너무 오래돼서 지금 별다른 값어치가 없기도 했고요.

 아까우면 쓰면되지. 근데 안쓰네? 그럼 진짜로 아까운것도 아니니까 사랑하는 내 사람들, 이게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자. 이런 식으로 생각이 흐르더라고요.  





생각보다 누리고 살았잖아?



 어린나이에 결혼해서, 아이키운다고 절약하고 열심히만 산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좀좀따리 쥬얼리들을 사 모았더군요? 아... 나름 즐기고 살았넼ㅋㅋㅋㅋㅋ 빵터져서 웃었습니다. 그렇게까지 희생하거나 못누린건 아니잖아! 뭐 이만하면 즐길만큼 즐겼네. 나를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자.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뭘 이렇게 소소하게 샀는지 모르겠어요. 결혼 예물 외에는 엄청나게 비싸거나 대단히 대단한 물건은 없지만 그럭저럭 즐기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불안속에서도 삶에는 유머가 있고, 즐거움이 있는 뭐 그런거 아닌가 생각해보면 별로 그렇게 속상하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게되네요. 그리고 다시한번, 참 예쁜거 좋아하는 사람이네... 하고 깨닫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아무튼, 정말 열심히 살았다




 자격증이 후두두둑 떨어져요. 뭐든 시작하면 끝을 봐야하는 성미라서 뭘 시작하면 꼭 자격증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국가자격증도 꽤 있고, 갖은 민간자격증들은 말할것도 없이 참 많더라고요. 저는 항상 아팠고, 불만족 스러웠고, 나는 이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더 나갈수 있고 끝의 끝을 볼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그렇게 욕심이 많은 제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쿨하지 못한 욕심쟁이이고,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망상증 환자 아닌가? 싶을때도 있었어요.




 처음에는 그래서 물건속에 있었던것 같기도 합니다. 그 욕구를 풀기가 어려웠던것이죠. 물건속으로 도피했던겁니다. 하지만 어느순간 나는 능력이 있다는 기분을 산거지, 실제로 물건을 샀다고 능력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당연한거지만 충격적인 진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미니멀라이프를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냥 욕심많은거 인정했어요. 나는 쿨하지도 못하고, 욕심이 많은 사람이고  더 많은것을 할 대단한 사람인데 나는! 물건따위에 시간과 노력을 빼앗겨서는 안되지. 이런 물건들을 관리할 시간을 아껴서 더 대단한 일들을 할거다! 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허세스럽고 과장되었으며 망상적이네요 ㅋㅋㅋㅋㅋ 뭐 어쩌겠어요? 그걸 제가 알고있으면 됐죠. 그럼 더 조심하면서도 더 열심히 할수 있을거예요.



 사실 보시다시피, 말로는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한다 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꿈과 욕망은 맥시멀리스트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저는 꿈과 욕망이 많은만큼 ,저의 가능성과 내면을  맥시멀하게 확장하기 위해서 삶의 형식을 미니멀로 택한 사람이예요. 사람들이 미니멀리스트가 되려는 이유는 모두 다르겠지요. 저의 경우에는 그랬습니다.



 이렇게 물건을 치우면서, 정리하면서, 흐트러진 생각들은 정리되었고 물건들에 둘러쌓여있어서 보이지 않았던 나라는 사람을 더 알게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물건을 정리하고 치우시기를 권장해 드려요. 물건속에 묻혀있던 나 자신의 정체성, 내가 어떤사람이고 전에는 어떤 사람이었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를 물건을 비우시면서 생각해보시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게 되어있기 때문이예요.








건 하나하나에 맺힌 한방울씩의 꿈과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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