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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난영 Oct 18. 2018

심장사상충 치료를 위해 임시보호했던 밍키이야기

동물보호센터 자원봉사를 한지 두 달 정도 흘렀을 때 전문봉사자 팀장님은 한 아이의 임시보호를 제안했습니다. 녀석은 3kg의 2살 추정의 까만 강아지고 밍키라는 이름의 여자아이였습니다. 밍키는 심장사상충 치료 중였습니다. 게다가 폐렴까지 걸린 상황이었습니다. 관리가 한달정도 케어가 필요한 아이였죠.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임시보호 첫날의 밍키


우리는 해보겠다고 했지만 집에 있는 탐탐이와 제제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걱정됐습니다. 강아지들의 합사가 쉬운 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하지만 너무 고맙게도 탐탐이와 제제는 밍키를 받아들였습니다. 


사실 임시보호기간동안 아침, 저녁으로 약 먹이며 관리하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아이가 낯선 공간에 와서 우리 집의 룰에 적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적용되었던 룰에 익숙해져 있는 탐탐이와 제제에게도 혼란을 주지 않으며 적절하게 밍키도 적응하게 하는 게 어려웠지요. 유기견을 포함한 모든 강아지들은 낯선 공간에 적응하는데 빠르면 1~2주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과거의 상처가 클수록 시간은 더 필요하겠지요. 


밍키를 위해 만들어준 임시 하우스


밍키의 경우도 1~2주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방석과 이불에 쉬야를 했는지 모릅니다. 게다가 너무 많은 물을 마시고 너무 많은 쉬야를 하며 돌아다녔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또 다른 병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되어 동물병원에 데려가 이런저런 검사도 해봤죠. 다행히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동물병원 선생님은 심리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고 하시며 일단 물을 제한해보자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요 녀석만 물을 제한할 수 있을까요? 그동안은 늘 마실 물이 준비되어 있었고 탐탐이, 제제는 자유롭게 마시고 싶을 때 마셨습니다. 


할 수 없이 빈 물그릇을 두기로 하고 좀 더 아이들을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빈 물그릇에 가서 할짝거리면 물을 채워주었습니다. 그렇게 며칠했더니 밍키의 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는 물그릇을 채워놓아도 덜 마시더군요. 너무 과하게 마신다 싶으면 ‘그만~’이라고 말하니 알아서 멈추었습니다. 어찌나 고마운지요. 


산책도 시켰습니다. 우리 집의 원칙은 개별산책입니다. 탐탐이 따로, 제제 따로. 그러니 당연히 밍키도 따로 산책을 시켰죠. 녀석 산책은 해봤는지 졸래졸래 잘 따라오더군요. 


2주정도 지나니 배변실수도 거의 하지 않고 얼굴표정도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사진을 비교해보세요. 



어느덧 4주의 임시보호 기간이 지나 밍키를 동물보호센터에 데려다주기로 했습니다. 약 한달만에 다시 찾은 보호센터가 조금은 낯선지 처음엔 제 품에 안겨 마구 짖더군요. 그러더니 이내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돌아다니며 놀기 시작했습니다. 


또 다시 보호센터 생활을 어찌할까 걱정되어 바로 입양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진짜 그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게다가 심장사상충 치료를 이제 막 마친 아이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시는 분이셨죠. 심장사상충은 혈전약 복용 후 약 3개월 후 다시 검사를 하여 음성이 나와야 비로소 완치 판정을 내릴 수 있거든요. 


입양가던 날


밍키는 ‘버들’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새 보호자분이 입양절차를 받으시는 동안 제가 계속 붙어있었습니다. 어머니와 딸이 함께 오셨는데 어머니는 버들이를 굉장히 예뻐하시고 따님은 강아지에 대한 상식이 풍부하시더라구요. 너무 잘됐다 싶었습니다. 


처음으로 임시보호를 해보고 입양되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뭐랄까요. 뿌듯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제 마음 속을 들여다보니 임시보호를 하고 아이를 입양보내는 것이 사실은 나를 위한 일이었습니다. 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입양을 시킨다는 것을 결국 사람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일이었습니다. 


그 후에도 임시보호는 계속 하고 있습니다. 밍키, 아니 이제 버들이처럼 1~2주는 서로가 굉장히 힘든 시간입니다. 그리고 정이 들기 시작했을 땐 떠나보내야 합니다. 그래서 임시보호가 어렵습니다. 물론 강아지 입장에서도 무척 힘들겁니다. 여기가 우리집인가, 생각했는데 또 다시 거처를 옮겨야하니까요. 


그래도 해피엔딩을 위해서 합니다. 우리 모두 힘들었던 만큼 행복하게 잘 살아버리자. 늘 너희들을 응원한단다. 



* 빠른 업데이트는 [제제프렌즈] 카페를 이용하세요. http://cafe.daum.net/jejefriends

* 인스타도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jejefriends_official

* 스토리 펀딩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9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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