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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난영 Aug 24. 2019

강아지 산책 일기 20190824


#제제


하루를 굶은 제제, 아침밥부터 먹기 시작했다. 상태가 안 좋으면 병원 가려고 했는데 녀석이 끙아를 안 했다. 일단 좋은 징조라고 보고 그냥 두었다. 저녁에 산책을 나가 녀석이 끙아를 쌌는데 나쁘지 않았다. 안심이다. 


제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 쪽으로 트러블이 생기나 보다. 유산균을 꾸준히 먹여야할까보다. 허리가 휜다. 


#탐탐


동네 길고양이 펀치가 탐탐이를 보고 휙, 튀어나왔다.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탐탐이는 놀라 컹 짖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둘이 마주쳐도 별문제는 없었는데(펀치가 멀리서 조금 경계를 하긴 했다) 오늘은 위협을 주는 형태로 튀어나왔다. 이러다가 우리 집 강아지들이 펀치에게 휘말릴 것 같아서 내가 둘 사이를 막고 펀치에게 가라고 '어이~ 어이~'하면서 다가가봤다. 꼼짝도 하지 않는다. 


어라, 이 녀석 봐라~ 


앉아서 펀치 눈을 바라보며(살짝 째려보며) 하지 말라고 말해보았다. 꼼짝도 안 한다. 대단한 녀석이다. 강아지 없이 나만 만나면 아래 사진처럼 벌러덩 눕는 아이인데... 동물의 세계와 동물과 인간의 세계는 다른 가 보다. 아, 물론 인간도 동물이긴 하지만... 

동네 길고양이, 펀치


#블랙


지나가는, 혹은 근처에서 놀고 있는 강아지만 보면 흥분한다. 오늘도 산책하다 두 마리의 강아지를 만났다. 그럴 때마다 안정시키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잘 안된다. 그래도 처음 우리 집에 와서 산책할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그때는 하이톤으로 소리 지르며 뛰어가려고 해서 애를 먹었었다. 


#라라


라라는 겁이 많다. 남매견인 주주가 최강쫄보인 걸 보면 이 집안(?)은 겁보가 내력인가 보다. 어쨌든 그래서 라라는 산책을 하다 강아지를 만나면 꼬리를 감추고 내 뒤로 숨는다. 오늘도 강아지 한 마리를 만났다. 역시나 내 뒤로 숨는다. 문제는 그 강아지는 여러 번 만난 아이라는 거다. 


그 아이는 예전에 현관문이 열린 틈을 타서 뛰어나갔다가 몇 주 만에 겨우 찾은 쌍돌이라는 남자아이다. 그때는 겨울이었다. 라라랑 산책하고 있는데 젊은 여자분이 강아지 사진을 보여주며 못 봤냐고 물었던 기억이 있다. 그 뒤로 전봇대마다 전단지가 붙고 인스타 등으로 엄청나게 찾았는데 결국 동물보호센터에 구조되어 있는 걸 데리고 왔었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쌍돌이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동네에서는 마주치지 못했는데(아마도 산책 시간이 달라서였을 거다) 요즘은 그 집이나 우리 집이나 더워서 저녁에 산책을 하다 보니 자주 만난다. 


쌍돌이도 겁이 많다며, 쟤는 더 많은 가봐요. ^^; 네. 


순간 쌍돌이보다 겁이 많은 라라가 현관문이 열려있는 틈을 타고 나가면 얼마나 '개'고생을 할까라는 상상이 됐다. 물론 우리 집은 현관문을 잘 열어놓지도 않을뿐더러 안전문이 있고 특히 8층이라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니 리드 줄을 다시 꽉 쥐었다. 내 너를 결코 놓치지 않으리라. 


동네를 돌다 단지 내로 들어왔는데 라라는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나를 쳐다보며 어디론가 가자는 신호를 보낸다. 따라가봤다. 아파트 단지 뒤쪽 화단으로 간다. 너무 어두워서 조금 따라가다 집에 가자고 불렀다. 나를 따라오는 듯싶더니 다시 쉼터가 있는 곳으로 간다.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쉼터엔 정자가 하나 놓여있는데 거길 계속 가고 싶어 한다. 가줬다. 한 바퀴 돌고 내려오더니(계단 다섯 개를 올라가야 한다) 지하 주차장 쪽으로 몸을 돌리며 나를 쳐다본다. 가줬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다시 입구로 나오니 또 나가려 한다. 가줬다. 또 쉼터로 간다. 나는 따라간다. 한 바퀴 돌고 또 지하주차장으로 몸을 돌린다. 


하아... 무한반복인거냐. 살살 달래서 집으로 왔다. 


#주주


산책 못하는 주주는 내가 하네스를 들고 오는 것만 봐도 온몸을 떨며 낑낑거린다. 그러면서 제제맘에게 달라붙는다. 간식으로 꼬셔서 집 안만 돌기로 했다. 그러다 현관문 쪽 안전문으로 유혹하니 안 온다. 라라가 나왔다. -.-; 


하네스를 10분간 하게 했다. 그리고 풀어주면서 간식 하나 줬다. 주주는 쫄보왕이다. 

좌 주주 우 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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