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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난영 Sep 03. 2019

동네 길고양이 펀치 이야기

우리 동네에는 호텔 하나가 있다. 주로 중국인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그곳에 터줏대감이 하나 있으니, 녀석이 바로 길고양이, 펀치다. '펀치'라는 이름은 내가 지어주었는데 호텔 앞으로 우리 강아지들이 지나갈 때 녀석이 꽤나 위협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먼저 관심을 갖고 다가간 탐탐이에게 냥펀치를 날린 적이 있다. 그 덕분에 눈가에서 피가 나기도 했다. 최근에도 탐탐이가 지나가는데 위협적으로 다가와 탐탐이가 놀란 적이 있다. 요즘은 호기심 때문에 호텔 쪽으로 가는 걸 원하지만 펀치가 있을까 봐 인지 은근 피해 다니더라. 그래도 탐탐이는 펀치의 얼굴은 보고 싶은 모양이다. 


그뿐인가, 라라에게도 블랙이에게도 위협을 주었다. 블랙이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쳤었다. 그래서 그에 맞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뭔가 강한 느낌으로...! 그래서 펀치가 되었다. 



더 웃겼던 건 탐탐이를 입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산책을 하는데 어떤 고양이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땐 몰랐는데 나중에 사진을 다시 보니 펀치였다. 녀석은 최소 2년은 거기서 살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 펀치에게 계속 밥을 주는 분이 계셨다. 누군지 궁금했지만 알 길이 없었다. 그러다 한 번 뵌 적이 있었는데 그땐 인사만 하고 그냥 왔다. 그러다 그그제인가, 또 그분을 만났다. 이번엔 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서로 연락처도 주고받았다. 


그분은 키우던 고양이가 너무 가슴 아프게 고양이별로 갔다고 했다. 그 즈음인가, 펀치가 다친 채로 돌아다니는 걸 보셨다고 한다. 그 모습에 너무 짠하여 챙기기 시작하셨다고. 약도 먹이고 밥도 주고.


펀치가 워낙 사교성이 넘치는 아이라 동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하셨다. 실제로 그러하다. 내가 뭘 해준 것도 없는데 내가 부르자 쪼로로 와서 발라당 몸을 뒤집었다. 게다가 동네 아이들이며 어른이며 할 것 없이, 심지어 호텔에 머무는 중국인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는 듯했다. 오며 가며 보는데 다들 예뻐해 주고 있었다. 그만큼 펀치도 애교를 떨었으리라. 



얼마 전에 비가 많이 왔었는데 캣맘님은 박스도 챙겨서 넣어주셨더라. 내가 호텔 사람들은 뭐라고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이해해주시더란다. 그래서 위 사진처럼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상자도 갖다 놓을 수 있고 밥그릇, 물그릇도 갖다 놓을 수 있었단다. 물론 상자는 비가 그친 후엔 치워져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어 이런. 가는 방향이 같다. 알고 보니 같은 아파트, 같은 동, 게다가 우리 집 아래층에 사시는 분이셨다. 이런 인연이. 


펀치 이야기도 가끔 올릴 예정이다. 자주 보이기도 하고 우리 애들이랑 마주치기도 하니(물론 울 애들을 위해 호텔 앞은 되도록 피해 다니려고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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