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4일을 추억하며) : 두달살기 시즌
그간 차로 제주를 돌아다녔기에 버스를 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가고자 하는 곳은 ‘동문시장’이었고 그곳은 엄청 붐비기 때문에 주차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그게 나의 제주 첫 버스였다.
육지에서 쓰던 교통카드가 통용됐다. 예전엔 지역마다 달랐는데 통합된 거 같다. 점점 편리해지고 있다.
숙소에서 동문시장은 열 정거장 안팎이었다. 덜컹거리며 가는 길이 왜 그리 재미있던지. 평소 같으면 버스에 대한 스트레스가 강했을 텐데 그마저도 ‘여행’이라고 생각하니 버스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는 것 같다. 이참에 내가 이동하는 것을 전부 여행이라는 생각을 가져볼까? 최소한 스트레스는 덜 받을 거 아닌가. 그 자체를 즐기고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흥미로워하고.
동문시장에 가서 유명하다는 떡볶이를 먹어보기로 했다. 원래 이 가게 맞은편에 있는 ‘사랑분식’이 더 유명한데 내가 갔을 땐 공사 중이었다. 그게 벌써 2년 전이니 재오픈해도 벌써 했을거다.
아무튼 그래서 사람들이 이 가게로 몰렸는데. 먹느라 바빠 사진을 별도로 찍지 않은 거 같다. 복잡해서 정신이 나갔을지도. 맛은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다. 그냥 유명세 때문에 사람들이 몰린 거 같다. 어디, 맛이나 볼까? 이런 심정으로.
사실 떡볶이보다 시장 구경이 더 재미나지 않는가. 그리고 시장에선 저렴한 먹거리를 기대하는 법이다. 분식은 그 조건을 만족시켜준다. 게다가 이곳의 특징은 조금씩 다양한 것을 맛볼 수 있는 거다. 모닥치기라고 하는 거 같은데… 육지 식으로 말하자면 ‘모둠’이다. 모닥치기 형태는 더욱더 사람들의 시장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오케이. 이 정도면 가성비가 괜찮군.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다 먹고 난 후엔 사람들의 이동방향에 따라 거의 ‘앞으로 나란히’ 식으로 따라다닌 거 같다. 방향치인 나는 골목골목 이어지는 이런 시장엔 무척 약하다. 한 번 간 곳을 다시 찾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국수여행 때 제주민 K의 소개로 갔던 ‘골목식당'을 다시 못 가고 있다. ㅎㅎㅎㅎ 물론 지도 앱을 켜면 갈 수 있지만 그 정도로 바보라는 뜻이다.
그렇게 흘러흘러 따라 걷다가 하르방 빵을 발견했다.
이런 종류의 빵은 참 재미나다. 일단 모양(틀)이 중요하다. 보통은 물고기나 국화꽃 모양이다. 근데 사실 그 모양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제주에서 하르방이라면 경주에선 첨성대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최초로 그 틀을 만들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겠지만. 그리고 그 속엔 다양한 것들이 들어간다. 하르방 빵에는 한라봉이 들어간다. 아주 제주스럽다.
여행하는 사람은 그 지역색이 드러나는 것에 관심이 있다. 본격적으로 먹어보기 전에 맛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안전하다. 게다가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 한 봉 정도는 사 먹을 수 있다. 물론 개당 가격은 결코 싸진 않지만. 5개 2천 원이었던 거 같다.
사실 하르방 빵은 그런 면에서 제주를 맛보는 것과 같다. 하르방 빵 자체의 맛은 사실 이런 빵류와 비슷비슷하다. 단팥이 아니라 한라봉 맛이 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래도 재미를 준다. 2천 원의 재미다. 나는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시장을 둘러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왔다. 재미있었지만 진이 다 빠졌다. 다음엔 버스 타고 조금 더 멀리 갈 수도 있을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