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주한담

실수 덕분에 콧바람 쐬다

by 홍난영

난영, 왜 그랬어?


똑똑한 난영이 멍청한 난영에게 묻는다. 그러게... 왜 그랬을까? 강아지를 입양한 분께 고양이 입양키트를 보내다니. 강아지는 스크래처가 필요하진 않잖아. 뭐 어떤 강아지는 필요할 수도 있지만...


전화를 해보니 '우리 집엔 고양이가 없어요...'라고 하신다. 이크. 죄송합니다. 바로 교환해드릴게요. 내 잘못이니 내가 직접 가서 고양이 입양키트는 가져오고, 강아지 입양키트를 드리고 오기로 했다. 다행히 그분은 문 앞에 고양이 입양키트를 두신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뜻밖의 드라이브. 위치는 우리 집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제주의 동쪽 성산읍 쪽이었다. 그래, 이 참에 콧바람도 쐬는 거지 뭐. 우리 그동안 너무 일만 했잖아?


날씨는 좋았다. 오전에 해야 할 일을 조금 하고(요즘 서류 지옥에 빠져있다) 호정과 함께 차에 올랐다. 동쪽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뭔가... 초록초록하다고나 할까? 특히나 10월의 가을엔 억새가 가득하다. 이런 식으로 올해도 억새를 즐기게 되었다.


고양이 키트도 식후경이다, 언젠가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또다시 방문했다. 이름이 도무지 외워지지가 않는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다. 무슨 뜻인지 모르니 잘 안 외워지는 게 당연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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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성게 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밥 한 공기까지 시켜 말아먹었다. 그렇게 뿌듯하게 시작된 배달 여행. 칼국수를 먹고 믹스커피 한 잔 타서 바로 앞의 바다를 잠시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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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얼른 마시고 배달하러 떠난다. 그런데 가는 길에 이런 풍경이 펼쳐져있는 게 아닌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얼른 차 세우고 한 마리 부탁드린다. 쫄깃쫄깃하고 적당한 짭조름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너무 맛있었다. 배 터지게 먹고도 오징어 들어갈 배는 따로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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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고양이 입양키트를 픽업하고 강아지 입양키트를 살포시 두고 나왔다.


76FA3EEF-AC1B-4604-9165-2D6E4D1ADD81_1_105_c.jpeg KB국민은행에서 후원하는 입양키트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근처에 제주 과즐을 파는 곳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왜 머리는 항상 그런 쪽으로만 팽팽 돌아가는지. 몇 년 전엔 선물도 자주 보냈던 곳인데 최근엔 나도 못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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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과즐은 제주식 한과라고 보면 될 것이다. 바삭바삭, 달콤한 것이 계속 손이 가는 맛이다. 우리 귀여운 조카, 가을이가 생각나서 한 박스 구입해서 택배를 부탁드렸다. 남동생에게 가을이 주는 거라고 하니 가을이만 주겠다고 한다. 꼭 가을이만 주거라. ㅎㅎㅎㅎ


오징어에 과즐을 먹다 보니 목이 말라 성읍민속마을을 지나면서 아이스커피 한 잔 테이크 아웃해서 마시면서 운전한다. 예전엔 운전하면서 물도 못 마셨는데 이젠 오징어도 뜯고, 과즐도 먹고, 아이스커피도 잘 마신다.


정말 간만에 즐거웠다. 가끔은 실수도 필요하다. 그 핑계 삼아 잠시 즐길 수도 있을 테니. 인생이란 그런 거 아니겠는가.




제제프렌즈는 KB국민은행, 제주도와 함께 '입양키트' 후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동물보호센터에서 강아지, 고양이를 입양하는 분들께 18만 원 상당의 '입양키트'를 발송하고 있다. 고양이 입양키트는 마감됐고 강아지 입양키트는 계속 신청받고 있다. 혹시 올해 입양했는데 못 받으셨다면 제제프렌즈 카페에서 문의해주면 된다. https://cafe.naver.com/jej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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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입양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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