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7일을 추억하며) 두달살기 시즌
비 오는 제주의 여름 어느 날, 국수를 먹으러 집을 나섰다. 반바지에 쪼리를 찍찍 끌고서. 그런데 웬일이니. 비가 수평으로 내린다. 물론 내리기 시작했을 땐 수직이었겠지. 하지만 거센 바람은 내리는 비의 방향을 바꾸었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비 내리는 방향은 이리저리 바뀌었다. 도대체 우산을 어느 방향으로 써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온몸은 빗자국으로 난도 당했고 당당하게 드러낸 발가락은 시려웠다. 뭐 이런. 제주비를 육지 비처럼 우습게 본 탓이었다. 국수집은 걸어서 1km가 넘는 곳에 있었고 출발한 나는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했다.
반쯤 젖어서 가게에 도착, 뜨거운 국물의 보말칼국수를 먹었다. 아, 그때 그 기운. 뜨겁게 올라오는 ‘시원한' 느낌. 캬~~
제주는 비까지 수평으로 내리게 할 만큼 바람이 많이 분다. 그래서 바람막이 점퍼가 필수이며 이왕이면 모자가 달린 것이 좋다. 나 역시 제주에 살면서 모자 달린 후드티도 구입하고 바람막이도 구입했다.
바람만 커버하면 겨울에도 덜 추운 게 제주였다. 몸은 안 추운데 얼굴은 추운 기묘한 현상도 겪어봤다. 물론 눈도 수평으로 내린다.
지금 내 우산은 거의 10년 동안 쓴 거다. 망가지지 않았고 잃어버리지도 않았으니 그냥 계속 쓰는 거다. 육지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제주에선 좀 아쉽다. 골프우산처럼 큰 우산도 득템했지만 이게 무거워서… 그냥 비와 사투하며 10년 된 그 우산을 계속 쓰고 있다(어디 가서 잃어버리고 와야 새로 사든지 할 텐데 눈에 불을 켜고 옆에 끼고 다니는 모양이다).
가끔은 상상한다. 비누방울 같은 형태로 내 몸을 감싸는 우산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어쩌면 다른 건 그렇게 발전했는데 우산만큼은 옛날 모습 그대로인지 알 수가 없다. 현재 만큼의 우산 가격으로 낼 수 있는 성능을 낼 수 없어서일까? 우산이 수십만 원하면 좀 그러니까. 그래도 언젠가 비누방울 형태로 손을 사용하지 않고도 온몸에 비 맞을 걱정이 없는 우산이 나올 거라 믿어본다.
지금은… 그냥 비 오면 닥치고 방콕하는 게 마음 편할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미쳐 비 맞고 돌아다니기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