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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난영 Aug 04. 2023

개똥을 대하는 아줌마의 도끼눈

라라와 산책을 갔다. 동네 공원으로 갔는데 잠시 이 공원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이 공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 집 가까이에 있는 공원으로 처음에는 별 관심도 없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그런 공원이었다.


그러다 탐탐이를 입양하고 처음 인연을 맺었다. 공원은 한적했기에 강아지와 산책하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탐탐이 입양 시기가 12월 말이라 추워서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2018년. 여름이 다가오자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저녁 즈음에는 동네 아줌마(나보다 연배가 높으신)들이 정자에 앉아(혹은 드러누워) 이야기를 나누셨는데 내가 강아지와 산책을 가면 백이면 백 성질을 내며 똥치우라고 했다. 듣다 듣다 나도 성질이 나서 '치우는데요!' 했더니만 오줌도 싸지 말란다. 냄새난다고.

아, 씨발. 욕이 절로 나왔다.


나란 인간, 싸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다음부턴 그 공원에 가지 않았다. 거기 아니어도 갈 곳은 많았다.


세월이 흘러 반려견을 키우는 집들이 늘어났고 공원 옆으로 지나가던 나는 공원에 강아지들이 늘어나는 모습을 목격했다. 하지만 가지 않았다. 드러워서.


강아지 쉬 싸는 거 잔소리하지 말고 사람 쉬 싸는 거나 좀 막아라. 나는 할아버지들이 종종 공원 나무에 대고 쉬 싸는 모습을 목격했었다.


그러다 2022년부터 슬슬 공원에 다시 가보게 되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과 산책을 다녔기에 더 이상 대놓고 잔소리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 역시 산책가방에 달랑달랑 달려있는 똥츄를 아주 잘 보이게 흔들고 다녔다.


오늘, 공원에 갔더니 아줌마 혼자 벤치에 앉아있었다. 라라는 하필이면 그 아줌마 옆 쪽으로 가서 똥을 싸더라. 느낌이 쎄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도끼눈을 뜨고


"여기도 똥 아니에요?"


한다.


똥 싸면서 거기까지 가지도 않았는데 왜 똥이 거기에 있겠는가. 혹 남의 강아지가 싼 똥이면 난 치울 생각이 없었다. 남의 개똥은 이상하게 못 치우겠다. 우리 탐라제주나 한림쉼터 개들의 똥은 괜찮은데. 참 희한하지.

만약 거기 똥이 있었다면 이렇게 말할 작정이었다.


"우리 강아지가 싼 거 아니에요."


만약 그래도 치우라고 하면 이렇게 말할 작정이었다.


"아줌마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 다 치우나요? 내가 왜 남의 개 똥을 치워야 하죠?"


만약 그래도 치우라고 하면... 난 아마 그냥 뒤돌아 나올 것이다.


근데 똥이 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흔들며 훽 돌아서 나왔다. 아, 이 사회부적응자. 개똥을 대하는 아줌마들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반려인들아, 내 강아지가 싼 똥은 제발 치우자. 구석에 싸도 치우고, 흙에 싸도 치우자. 무조건 치우자.


그리고 도끼눈 뜨는 사람들아, 잘 보고 잔소리해라. 생각 좀 하고 잔소리해라. 짜증 난다 증말.


언젠가의 라라(우리 동네 공원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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