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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노트

진실한 피땀눈물의 기록은 유일무이한 나만의 서사

by 홍난영

세상엔 '대세'라는 게 있다. 내가 젊었을 때는 대세만 따라도 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었다. 나 같은 희한한 애는 밀고 나가는 힘이 있지 않는 한 설 곳이 없었다(실제로 울 아빠는 내가 어쩌다 저런 자식을 낳았나 한탄하시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좀 다르다. 대세를 따라도 잘 안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옛날만큼의 대세도 없다. 자잘하게 쪼개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취향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니 요즘은 나 같은 애가 살기 좀 나은 세상이 됐달까?


내가 젊었을 때 갈팡질팡한 이유는 대세를 따라야 안정적이라는 것을 아는데, 그러긴 싫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밀고 나가는 힘조차 없었고, 또 키울 생각도 안 했기 때문에 때로는 대세를 따랐다가 때로는 개인의 취향을 따랐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성취하지 못했다.


나이를 먹은 지금도 나란 인간은 대세를 따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지 않고서야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겠는가.


하지만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를 읽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을 선택한다.


동물보호단체를 운영한 게 벌써 6년째다. 시간은 쌓이고 있다. 그 속의 피땀눈물도 있다. 나는 계속 성장하며 쌓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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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구절을 인용해 본다.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은 서사입니다. 각자의 서사는 권위의 증거이자 원료입니다. 성장과 좌절이 진실하게 누적된 나의 기록은 유일무이한 나만의 서사입니다. 나무의 나이테가 그러하듯 서사는 결코 급조될 수 없습니다. 오직 시간과 진정성으로 만들어집니다." p. 286


"만약 이윤만을 목적으로 N개의 아이덴티티로 자신을 분절한다면 당장의 효용은 있을 수 있겠으나 오래가는 좋은 서사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시간의 밀도가 쌓여 탁월함이 탄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p. 289


"우리는 앞으로 서로에게 작은 팬덤이 되어주고, 그 팬덤에 기대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작은 규모의 팬덤이라도 계속 유지하려면 스스로의 성장세를 표현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p.296


"희귀함을 추구하는 것이 옳습니다. 희귀함이 쌓이면 고유성을 갖습니다. 그러나 고유성이 진정성까지 가기 위해서는 축적의 시간이 다시 요구될 수 있습니다. 고유함은 나의 주장이고, 진정성은 타인의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고유성과 진정성의 단서가 내가 오랫동안 쌓아둔 내러티브라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할 필수 전제가 됩니다." p.298~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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