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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철 Jun 21. 2018

07 중고등 내신 영어의 비밀

문제는 문법이야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기말고사 기간이다. 학생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부모님은 '이번에는 좀 달라질까?' 내심 기대를 하게 된다.


  하지만,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무작정 열심히만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열심히 하는 자세야 칭찬을 받아 마땅하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가장 실망하는 것은 본인일 것이다. 


  무엇을 하든지 공략 포인트를 알아야 한다. 데이트를 할 때는 내 마음이 아니라 상대방 마음이 포인트고 다이어트는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포이트다. 그럼 중고등 내신 영어의 학습 포인트는 무엇일까? 


  그전에 왜 초등학교는 다루지 않을까? 초등학교는 시험은 간단한 회화 위주라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들 꽤 괜찮은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우리 아이의 영어 실력이 좋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만, 머 초등학생들이야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학습 의욕을 불러일으켜 주는 게 냉정한 평가보다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다.


  그렇게 영어에 걱정이 없을 줄 알았던 우리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가서 첫 시험을 보고 시험지를 가져오면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그리고 생각이 많아진다.


'아니 얘가 쉬운 것도 왜 이렇게 많이 틀렸지? 실수를 한 걸까?'

'중학교 첫 시험이라고 긴장해서 실력 발휘를 못 한 걸까?'

'어디 몸이 아파서 마킹을 잘못한 것은 아닐까?'

'지금 다니고 있는 학원에서 대비를 잘 못해준 걸까?'

'영유, 어학연수, 교환학생, 텝스, 토플, 과외까지 그동안 영어 교육에 투자한 게 얼만데...'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모르니 혼란은 더 깊어지기만 한다. 중학교 영어 내신의 성격을 알아야 이에 맞춰서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중학교 시험 범위는 보통 3과 정도 들어간다. 내용은 부모님들이 어릴 적 배웠던 교과서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이 컬러풀해지고 요즘 아이들의 흥미를 고려한 삽화와 주제를 다루지만 어디까지나 교과서를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요즘 아이들도 교과서를 흥미롭다고 느낄지는 모르겠다.


  교과서가 매년 조금씩 어려워진다고 하지만 학교 시험 문제를 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시험 준비 기간 동안 크게 세 가지 파트를 준비해야 한다. 단어, 독해, 문법


  중학교 3과 교과서에 들어있는 단어의 양은 본인이 정말 공부를 안 하겠다고 굳은 결심을 한 아이들을 제외하면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양이다. 경험상 수업시간에 거울을 보면서 화장하고 머리를 다듬는 학생들은 이 정도의 단어량도 소화하지 못했다.


  그다음 본문을 읽고 이해해야 하는데, 중학교 영어는 읽으면 이해가 된다. 가끔 어려운 한 두 문장을 제외하고는 지적 수준에 문제가 있지 않는 이상, 해석이 되면 이해가 된다. 아래 예문을 한 번 보면 수준을 대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중학교 3학년 영어 교과서의 5과, 9과 우리말 해석이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오랜 친구를 유지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

"맑은 날 밤에 여러분은 많은 별자리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것들이 무엇처럼 보이나요?"


  학업에 큰 뜻이 없어도 2~3주간 공부를 하면 단어와 해석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문제는 문법이다. 문법은 언어의 규칙을 배우는 것이다. to 부정사, 관계대명사, 동명사, 현재분사, 과거분사, 현재 완료, 수동태, 가정법 등등의 문법들이 한 과에 2~3개 정도 나온다.


  문법에서 학생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지금의 어른들이 배웠던 그 무시무시한 용어들이 똑같이 아이들의 멘탈을 흔든다. 문법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는 것이 아니니깐...


  문법에 준비가 부족했던 학생들은 부랴부랴 공부를 한다. 하지만 문법 용어부터, 개념, 원리가 이해가 안 간다. 사실 단어, 독해, 문법 다 부족하지만 단어와 독해는 벼락치기가 통하고 문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더 정확하다.

외국인들이 공부하는 한국어 문법, 학생들이 영문법을 공부할 때도 이런 기분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중학교 시험은 문법에서 갈린다. 단어와 해석은 큰 차이가 없다. 문법적인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본문을 통째로 외우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80~90% 정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법적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정 본문을 외우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다 외울 수 없는 양이 시험 범위로 나오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내신 영어도 중학교와 마찬가지로 어휘, 독해, 문법적인 요소를 묻는다. 하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 내신 영어는 그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확연이 차이가 난다. 


  중학교 3과의 단어를 못 외우는 학생은 거의 없지만, 고등학교로 올라오면 교과서, 부교재, 모의고사, 각종 프린트가 시험 범위에 들어간다. 그래서 단어 자체를 다 못 외우는 학생들이 속출한다. 


  그다음 독해의 영역이다. 한 번 아래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의 우리말 해석을 읽어보자.


  고1 교과서 6과

"우리 뇌의 전전두엽에는 이성적인 부분의 네트워크가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 게다가 전전두엽의 세포들은 매우 유연해서 처리하도록 당부받은 어떤 종류의 정보든지 처리할 수 있다."


  고2 교과서 5과

"여러분이 어떤 것의 길이를 두 배로 늘이면 그것의 표면적과 단면적은 네 배로 늘어나고, 부피와 무게는 여덟 배로 늘어나게 됩니다."


  고3 수능특강 

"하지만, 생물학적 방제 이면의 과학은, 시행착오 방법으로부터 포식자-피식자 상호 작용과 개체군 동태(動態)에 대한 이론에 기반을 둔 더 예측 능력이 있는 접근법으로 변하면서, 지난 50년 동안 주목할 만한 진전을 이루었다."

"겉으로 보기에 비합리적인 이러한 선택은, 심지어 추가적인 신체적 노력을 감수하면서 하위 목표의 완수를 서두르는 것을 일컫기 위해서 우리가 도입한 용어인 pre-crastinate(미리 처리하다)의 경향을 반영하였다."


  중학교 영어는 읽으면 이해가 됐지만, 고등학교 영어는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언어 수준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에 영어가 아니라 국어 실력이 아이들 영어 공부의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 학년이 올라갈수록 국어, 사회, 과학 등 다른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중학교는 문법이 한 과에서 2~3개 정도를 공부했지만, 고등학교 영어는 중학교에서 배웠던 모든 문법이 랜덤으로 나온다.


  단어 외우는 것도 만만치 않고, 읽어도 이해가 안 되고, 문법도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절망감이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의 학업의지를 뿌리째 뒤 흔든다. 그래서 아이들은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가 학창 시절을 마무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방법은 철저한 준비뿐이다. 단어와 독해는 진도가 없다. 계속 훈련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나 문법은 진도가 있다. 진도가 있다는 말은 '끝'이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문법은 다 배우고 나면 더 배울 것이 없다. 이후에는 가끔씩 문제를 풀면서 배웠던 지식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지 않게 활성화시켜주는 작업을 하면 된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까지 문법을 최우선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늦어도 고1까지는 문법 정리가 끝나야 한다. 단어와 독해 훈련은 하지 말고 문법만 공부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단어와 독해 훈련을 꾸준히 하면서 진도가 있는 문법을 우선적으로 끝내야 이후 학업 과정이 수월하다.


  단어는 다다익선이다. 무조건 많은 양의 단어를 여러 번 회독하는 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독해는 대충 빠르게 읽기보다는 좀 천천히 읽더라도 정확하게 해석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는 자연스럽게 붙지만 정확도는 늘지 않기 때문이다. 


  문법은 시중에 있는 교재나 인강을 통해서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해도 좋고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모르는 부분을 물어보면서 해도 좋다. 


  다만 문법을 처음 공부할 때는 용어와 개념, 원리가 익숙하지 않아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갈 수 있다. 이는 여러 번 회독하면 점차 부족한 부분이 채워질 것이기 때문에 초반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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