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실력 향상을 위한 중고등학교 영어 학습 가이드라인
중학교 1~2학년까지는 이전 글에서 말한 영어 동화책/소설책, 단어 학습, DVD, CD 등의 학습효과가 유효하다. 아이가 유치하다고 거부하지 않는다면... 그런데 찾아보면 흥미롭고 수준 높은 책이나 영화들이 많이 있으니 콘텐츠 부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수능만 생각한다면 중1~2 시기에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그런데 중간/기말고사는 문법적인 지식을 요구하니 어쩔 수 없이 문법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중2 겨울 방학이 되면 학습의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다. 많은 학생들이 중3 끝나고 정신을 차리려고 생각하지만 사실 1년 먼저 차려야 한다. 고1 첫 시험부터 내신이 누적되므로 중3 기간에 시행착오가 끝나야 한다.
그동안 영어를 '언어'로 접근했다면 이제 '공부'로 접근해야 한다. 중2까지는 하고 싶은 것만 편식해서 해도 괜찮았지만, 중3부터는 균형 잡힌 체계적인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수능 영어 1등급을 맞기 위해서는 단어, 문법, 듣기, 독해 네 파트의 학습이 필요하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완성할 수 있는 파트가 '듣기'이다. 1번부터 17번까지는 듣고 답하는 문제이다. 3점짜리 3문제를 포함해 듣기 배점이 37점이다.
일단 수능 듣기는 다 맞는 것이 기본이다. 난이도도 어렵지 않다. 초중등 기간 동안에 어떤 영어 콘텐츠든지 꾸준하게 들었다면 3개 이상 틀리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동안 듣기 훈련을 하나도 하지 않았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중3부터 하루에 30분씩 일주일에 3회 이상 훈련을 하면 수능에 가서 누구든지 듣기는 다 맞을 수 있다.
만약 중3부터 고3까지 주 3회 이상 꾸준하게 훈련했는데 듣기를 2개 이상 틀렸다면 이는 학습의 문제가 아니다. 귀의 물리적인 신경회로에 이상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교사가 아니라 의사를 찾아가 봐야 한다.
듣기 실력을 빠르고 탄탄하게 쌓기 위해서는 '딕테이션'을 병행하면 좋다. 딕테이션은 영어로 듣고 받아쓰는 훈련인데 듣기 실력과 더불어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듣기 교재는 문제와 딕테이션이 함께 들어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면 된다.
영어 학습은 일차적으로 단어에서 갈린다. 만약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어휘력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면 경쟁조차 되지 않는다. 영어 공부에서 단어 암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이라고 본다. 그런데 외우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다.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암기를 싫어한다.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단어를 알아야 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고1, 고2, 고3 아니면 재수를 해서라도 단어를 알아야 한다. 언젠가는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행인 점은 학생들을 만나보면 중3 정도면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학습을 시작할 수는 있다. 단어를 학습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다음 두 학생 중에서 누가 영어를 잘할 확률이 높을까?
A학생 : 알고 있는 쉬운 단어를 포함해서 하루에 100개 정도 외운다.
B학생 : 모르는 어려운 단어만 골라서 하루에 30개씩 외운다.
인간이 하루에 망각하는 단어의 개수는 몇 개 일까? 대략 30~40개 정도 된다. 따라서 하루에 50개 이하로 단어를 외우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이다. 우리다 그렇게 해보지 않았나?
적어도 하루에 100개 정도는 외워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학생들은 기겁하고 시작하기 전부터 포기하겠다고 한다. 이때 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
"너는 그렇게 정신력이 약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니? 영어 단어를 못 외우면 대학은 물 건너갔고 그 이후에 죽어라 고생만 하다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 니 인생이니깐 니가 알아서 해라."
영어 단어를 외우기 힘들다고 말했다가 인생까지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을 들은 학생이 의욕적으로 단어를 외울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단어를 암기시키는 한 가지 팁은 외워서 시험을 보자고 말하는 대신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외울 수 있는지 확인하자고 해보자. 그러면 아이들이 의욕을 보일 때가 있다. 공부가 아니라 본인의 능력을 확인해보는 시간으로 인지하는 것이다.
그다음 중요한 것이 단어를 기대보다 외우지 못해도 혼내지 않는 것이다. 단어는 장기적으로 계속 보면 점점 실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당장 시험에서 백점 맞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엄청 힘들고 괴로워하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차차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다. 반드시 기억하자 단어를 못 외우면 영어 공부는 할 수가 없다.
누적되는 어휘력이 증가하면서 이제 단어가 배열되는 규칙, 즉 문법을 배울 차례다. 문법은 내신과 수능의 학습 방향이 꽤나 다르다. 수능만을 위해서라면 문법 학습에 대한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 해석을 하는데 꼭 필요한 시제, 관계사, 조동사, 준동사, 5형식 정도만 정리하면 충분하다.
영어에서 유일하게 진도가 있는 것이 문법이다. 문법은 끝이 있다. 사실 중3 때 문법을 어느 정도 끝내고 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학생이라면 최대한 빨리 수능에서 요구하는 문법을 확실하게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독해다. 독해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해석의 과정과 이해의 과정이다. 어떤 문장의 단어와 문법(문장 구조)을 알고 있다면 그 문장은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해석과 이해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기본적인 문장은 해석이 되면 자동적으로 이해가 된다. 그러나 길고 복잡한 문장을 만나면 해석은 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예컨대 2018년 수능 37번 문제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현대인에게 질병은 개인으로만 관련 있는 생물학적 현상이고 어떤 도덕적 함의를 지니지 않는다.(To modern man disease is a biological phenomenon that concerns him only as an individual and has no moral implications. )'
이 문장을 접했을 때 바로 이해할 수 있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실제로 이 문제의 정답률은 26.5%였다. 수능에서 1등급을 맞기 위해서는 이렇게 수준이 높은 학술적 표현들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방법은 훈련뿐이다.
처음 마주치는 어려운 문장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표현, 다양한 주제의 글을 통해서 충분한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은 결코 짧지 않으면 때로는 이 벽을 넘지 못하는 학생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수능에서 1등급을 원한다면 적어도 6개월 이상은 본인의 지적 수준을 뛰어넘는 문장들과 사투를 벌일 각오를 해야 한다. 계란으로 바위를 때리는 느낌이 들어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공부를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1등급으로 가는 정상적인 학습 과정인 것이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만큼, 1등급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말 그대로 제대로 공부를 한 사람이면 '누구나'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모쪼록 더 많은 학생들이 수능에서 영어 1등급을 쟁취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