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의 현실과 진단의 어려움
요즘 혹시 우리 아이가 게임 중독 아니야?라고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그동안 만났던 아이들 중에서도 게임 중독이 의심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게임 중독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만연해 있다 보니 효과적인 대책이 안 나오는 실정이다.
게임 중독 관련해서 전문가들이 나와서 하는 얘기를 들어봤는데, 가장 큰 맹점이 있었다. 그 전문가들이 게임을 연구만 했지, 정작 게임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게임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게임 중독현상을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물은 조금 뭐랄까.. 맞는 말이긴 한데... 황교익 음식평론가가 백종원 대표에게 요리는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말하는 느낌?
그래서 실제로 게임에 한 번쯤 심취하여 경험한 후에 게임 중독을 연구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예전에 본 다큐에서 부모님들과 자녀들의 게임 중독 갈등을 다룬 적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한 일이 부모님들에게 게임을 시킨 것이었다. 한두 달 게임에 심취한 후 부모님들은 예전이 자녀들이 게임할 때 본인이 했던 말과 행동들이 매우 부적절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 게임으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사소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예컨대 한 여성은 몇 시간째 계속되는 팀플레이를 마치기 위해 복통과 출혈로 인한 고통을 무시했다. 또 한 고등학생은 PC방에서 불이 나서 옮겨 붙고 있는데 PC방을 탈출하지 못하고 계속 게임에 매달렸다. 그는 <롤> 승급전 중이라 나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게임 중독은 고학력자에 전문직 종사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 대기업의 임원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18시간 이상 하다가 책상에 죽어 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했다. 부검을 통해 다리에 혈액 응고가 생겨서 혈액순환이 막힌 것이 사인으로 밝혀졌다.
게임 중독이 보기보다 위험한 이유는 사람을 점점 게임에만 의존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만약 게임 커뮤니티에서 관계가 틀어지면 심각한 고립감,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실제로 한 청년은 온라인 게임에서 인터넷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멀어졌다. 그 후 인터넷에서 친구들과 정서적 유대를 발달시켰다.
그러나 정서적으로 연결되고 인정받고 있다고 느꼈던 커뮤니티에서 그를 거부했을 때 그는 진정한 슬픔, 고통 그리고 분노를 느꼈다. 현실의 가족과 친구들뿐만 아니라 인터넷 친구들과 모든 연결을 잃어버리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지자, 그는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
이러한 게임 중독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의 초등학생이 PC방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집안의 가구를 경매에 팔아넘기고, 게임과 현실을 혼동해 게임 속의 죽은 캐릭터를 따라 자살하는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다.
모든 연령층에서 게임 중독은 심각한 현상이지만 특히 청소년층이 게임에 취약하다. 미국 내 연구 결과 8세에서 18세 사이에 4천만 명의 인구가 있다. 이들 중 약 90%가 게임을 즐기는데, 이 중 8.5%가 게임 중독 위험군이다. 8.5%라면 3백만 명 이상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국내 조사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청소년 90% 정도가 게임을 즐기고 그중 약 10% 정도가 게임 중독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에서 게임 관련 척도가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 인터넷 중독예방상담센터가 설립된 이후이다.
늘 그렇지만 문제가 발생된 다음에 대처할 방법을 모색하고, 그동안에 다른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한다. 하지만 게임 중독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는데 사실은 게임 중독을 정의하는 것조차 만만한 일이 아니다. 중독을 한자어로 풀이하면 독이라는 유해 물질이 몸의 안에 있다는 의미이다.
인터넷 중독이라는 용어는 1996년 심리학자 골드버그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고, 킴벌리 영이 1996년에 인터넷 중독의 하위 개념으로 검색/음란물/온라인 쇼핑/게임/채팅/온라인 도박 중독으로 분류했다.
이처럼 게임 중독은 태생적으로 독립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터넷 중독과 각종 사회 현상(기술 발전, 개인주의 확산 등)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중독이 단순히 게임의 문제로만 접근하면 해결이 어럽다. 더욱이 연구나 논문의 용어들이 통일되지 않고 있다. 인터넷 중독, 컴퓨터 중독, 게임 중독, 게임 과몰입, 온라인 게임 과몰입, 비디오 게임 과몰입 등등..
2018년 6월 18일 WHO 세계 보건 기구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새로운 정신 건강 질환으로 분류했다. 아직 등록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국제 질병분류 체계는 2022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게임으로 인해 삶이 힘들어져도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매우 낮기 때문에 질병으로 분류하여 논의를 가속시켜 새로운 연구와 국제 협력을 촉구하자는 취지이다.
WHO 게임 장애 진단 준거
1 게임이 다른 활동보다 우선이 된다.
2 억제가 효과가 없다. 중단하지 못하고 확대.
3 수면, 식생활, 대인 관계 및 사회생활 등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
그러나 역시 충분히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게임이 다른 활동보다 얼마나 우선시 되는지, 수면, 식생활, 대인 관계에 얼마나 지장을 초래하는지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게임을 즐기는 것과 중독의 중간 즈음에 있을 것이다.
음주를 즐기는 것과 중독은 다르다. 알코올 중독이라고 하면 치료를 해야 한다. 물론 즐기는 것과 중독의 사이에 많은 분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남들이 보기엔 중독이지만 본인은 절대로 아니라고 우기는 경우도 많아서 치료의 시작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글에서는 게임 중독이란 용어를 사용하겠지만 마땅히 대체할 다른 용어가 없어서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정상적인 게이머들과 게임 중독을 구분해야 하며, 게임 중독이란 용어는 게임 중독 치료에 도움이 안 되니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우리 아이가 게임중독이 심합니다. 집에서 말도 안 하고 방문을 거어 잠근 채 게임만 하니, 답답해 죽겠어요. 어떻게 좀 고쳐 주세요."
"맨날 게임만 하는 게 정말 한심하다. 누굴 닮아 가지고...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우리 아이가 이 정도로 행동하는 걸 보면 중독이 맞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가요?"
이런 식으로 흥분해서 아이를 몰아붙이는 것은 아이의 행동 변화에 도움이 안 된다. 물론 부모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부모님은 속상하고 화가 나서 아이에게 뭔가 충격적인 말을 통해 게임을 못하게 하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너는 게임중독자야'라는 충격요법을 쓰면 아이들이 게임을 덜 할 것 같지만 현실은 '어차피 나는 게임 중독 자니까, 계속 이렇게 할래!'라는 식으로 나온다.
아래 두 명중 누가 게임 중독일까?
K군 : 하루 게임 시간 3~4시간 – 게임 때문에 수면과 식생활이 불규칙해졌다. 자유시간은 거의 100% 게임에 몰두하자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S군 : 하루 게임 시간 1~2시간 – 아무리 게임을 해도 수면과 식사는 꼬박꼬박 챙긴다. 게임도 하고 친구들과 노는 것도 좋아한다. 그러나 성적은 중위권에 머물러 있다.
일반 상식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게임하는 시간이 많다고 하여 게임 중독이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중독을 판별하는 기준은 다음이 4가지 증상이 있는가 이다.
중독은 먼저 어떤 것에 대한 집착과 탐닉으로부터 시작한다. 탐닉의 정도가 심해지면서 그 어떤 것에 자신의 신체나 정신을 의존하게 된다. 의존이 점점 더 심해지고 시간이 갈수록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그 강도와 기간이 증가하기 시작하며 내성이 쌓이게 된다. 마지막을 중독의 원인을 끊거나 줄이고자 할 때 금단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이 왜 게임에 중독되는지 그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홍석철입니다. 그동안 방송과 글을 통해서 인사드렸습니다. 부족하지만 많은 분들이 저희 컨텐츠를 사랑해주셔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번에 학부모님들을 모시고 설명회를 진행합니다. 유익한 내용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석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