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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철 Oct 13. 2018

78 전교 1등의 세 가지 조건

정신력, 체력, 시간 관리

  침체되고 있는 골목 식당을 백종원이 찾아가 원인을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돈가스 식당을 운영하는 한 젊은 주인에게 백종원은 문제의 본질을 한 마디로 정리해주었다.


"요리의 기본이 안 되어 있고 장사의 잔머리만 배웠다."


  냉정한 평가를 받은 젊은 사장님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보라는 '셀프 교정'의 시간이 일주일 주어졌다. 본인의 문제는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깐.


  일주일 뒤 돈가스 사장은 메뉴를 바꿨다. 돈가스를 버리고 닭가슴살 스테이크에 도전했다. 일주일간 열심히 책과 인터넷을 통해서 비주얼은 먹음직스럽게 나왔다. 


  그러나 시식을 한 손님들은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었다. 백종원은 한 입 맛을 보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젊은 사장님의 마음을 후벼 팠다.


"이 메뉴는 사장님 같은 아마추어가 하기에 비싼 메뉴다."


  백종원의 논리는 8천 원짜리 돈가스도 제대로 못하는데 1만 2천 원짜리 닭가슴살 스테이크를 인터넷 보고 어설프게 따라 해서 되겠느냐는 것이다. 얘기를 들으며 돈가스 사장님의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내려진 백종원의 첫 번째 가르침(?)은 돈가스 100장을 망치로 두드려서 펴라는 것이다. 납품받은 고기를 그냥 튀겨 팔면서 회전율만 생각하지 말고 직접 고기를 하나하나 손질할 것을 주문했다. 다시 기본부터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고기 100장을 망치로 두드리다 보면 팔이 떨어질 것처럼 아파온다. 그렇게 하나하나 정성 들여 두드려 핀 고기는 손님에게 대하는 마음부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보통 솔루션 하면 특제 비법 소스를 알려주고 방송에서 홍보가 되고 대박이 나고 이런 것을 생각한 나에게 돈가스 고기 100장 두드려서 피라고 주문한 백종원의 솔루션은 꽤 인상 깊었다.


  그리고 공부나 요리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다를 뿐 본질은 같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공부에 대해서 고민이 크다는 학생을 만나보면 10명 중 8~9명은 기본이 문제이다. 기본이 안 되어 있는데 기가 막힌 원리나 비법을 알아내서 남들이 오랜 시간 고생해서 올라간 위치를 빨리 가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몇몇 공부 센스가 좋은 학생들은 그렇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위권을 유지하는 학생들은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과연 상위권 아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보자.



  첫 째, 정신력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력은, '그래 나도 오늘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야!' 이런 종류의 생각만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런 정신력도 포함하지만 일상생활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공부와 관련된 모든 정신 활동을 말한다. 


  예컨대, 주말 오전에 일어나서 부족한 과목을 공부하기로 계획했다. 토요일 오전 당일에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눈이 떠졌다. 그런데 달콤한 잠을 그만 자고 일어나기가 싫다. 일어나서 공부를 하는 것은 더더욱 싫다.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못 지키는 사람이 되기는 싫지만 결국 뒤척이다가 이불속에서 나오지 못한다. 


  여기서 냉정하게 일어나서 이불을 정리하고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는 정신력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 육체를 지배하는 것은 정신력이다. 


  내일이 시험이다 오늘 밤을 새워서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잠을 몰아낼 수 있는 커피와 각종 음료수를 잔뜩 준비했다. 새벽 3시 첫 번째 위기가 찾아온다.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며 공부에 매진한다. 새벽 6시 두 번째 위기가 찾아온다. 딱 한 시간만 자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생긴다. 결국 강한 정신력으로 이를 이겨낸다.


  이럴 때 스스로가 대견하다는 느낌이 들고 '정신 승리'했다는 표현을 한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정신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평소보다 공부가 잘 되는 날이 있다. 집중이 너무 잘 되고 머리에 모든 지식이 들어가는 것 같다. 그런데 내일도 계획이 있으므로 잘 되는 공부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든다. 사실은 이런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정신력이 약하면 백약이 무효하다. 공부법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정신력을 강하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정신력이 강해져야 한다. 정신력이 강해지면 성적이 오른다.


  수업시간 마지막 5~10분이 남으면 집중을 못 하고 어서 빨리 끝나고 놀 생각을 하는데 이것도 정신력이 약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럴 때 마지막까지 정신력을 다잡을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마인드 세팅을 해야 한다. 이게 되지 않으면 시험 시간에 아는 문제도 다 못 풀고 나온다.


  평소에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1시간 공부를 하다가 마지막 5분 10분은 흐지부지 시간을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정신력으로는 공부를 잘할 수가 없다. 느슨해져 가는 정신력에 다시 한번 긴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공부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몸은 마음의 드러난 형태이다. 공부를 하는데 편하게 누워서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도 엎드리고 싶은, 기대고 싶은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정신력이 필요하다. 


  상위권에 있는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중위권 학생들보다 정신력이 강하다. 태어날 때부터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훈련과 노력을 통해서 조금씩 발전시킨 아이들도 많다. 


  단언하건대 정신력이 약하면 공부를 잘할 수 없다. 나약한 정신력으로는 절대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정신력은 가르치고 배울 수 없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스스로가 조금씩 본인의 한계를 넓혀 나가는 수밖에 없다. 



  둘째, 체력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건강이다. 중환자실에서 호흡기를 달고 있는 대기업 회장을 부러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사회적 지위가 높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도 건강을 잃으면 끝이다. 건강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고2 겨울방학 때 아버지가 한약을 지어주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거 마시고 서울대에 탁 합격해라."는 것이다. 차라리 안 먹고 서울대에 안 간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공부 못하는 죄인이라 그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여름에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자 학생들이 지치기 시작했다. 이제 수능이 100일 정도 남아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몸이 축축 늘어지니 공부가 안 되는 것이다. 나는 그 한약 덕분인지, 무더위에 큰 변동 없이 나름대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체력 싸움으로 접어든다. 몸이 아프거나 허약한 학생은 학업에 집중하기 힘들다. 체력에 자신이 없다면 일주일에 1~2회 정도는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 좋다. 고등학생이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운동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질문에 대한 답은 만약 일주일에 1~2회 정도 꾸준하게 운동을 한다면 나머지 시간에 더 맑은 정신으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미국의 유명한 사립고등학교들은 교육과정에 체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와 비교도 할 수 없이 높다. 교장 선생님이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고, 집중력, 리더십, 협동력 등을 기를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 참 들으면서 부러웠다.


  그리고 몸에 좋은 것도 충분히 먹어야 한다. 몇몇 학생들은 살이 찐다고 걱정하는데 원래 공부를 제대로 하는 사람은 몸매가 망가지는 법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을까? 그리고 공부를 제대로 하기 시작하면 하루 24시간 공부에만 신경을 써도 모자라기 때문에 외모 , 몸매 걱정을 할 시간이 없다.



  셋째, 시간 관리 능력이다.


  강한 정신력과 체력이 있어도 마지막 한 가지가 없으면 상위권으로 올라가기 어렵다. 바로 시간 관리 능력이다. 결국 하루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24시간이 주어진다. 공부를 제대로 하는 학생들은 늘 시간에 쫓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자투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까 고민하게 된다.


  시간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그 학생의 내공이 느껴진다. 공부를 좀 한다는 학생들 중에서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학생은 없다. 반대로 얘기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성적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주어진 시간을 짜임새 있게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공부를 잘한다는 얘기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다. 하루를 돌이켜 보면 버려지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놀랄 것이다. 이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공부를 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공부가 잘 되냐고 물어보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앞으로 공부해야 할 방대한 양에 짓눌리게 된다.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할수록 본인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계속 알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반대로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 요즘 공부가 잘 되냐고 물어보면 아주 잘 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아예 공부를 안 하는 학생은 이런 질문 자체를 싫어하지만, 공부를 조금 하는 학생은 자신 있게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본인이 공부한 부분 딱 그만큼만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 아이에게 요즘 공부가 잘 되는지 물어보자. 우리 아이는 뭐라고 대답할까?


  어떻게 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공부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들이 있다. 아마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을 봐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시간 관리의 핵심은 '절박함'이기 때문이다. 절박함이 없는 사람은 바쁘고 효율적으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절박함을 느끼는 것과 절박한 상황에 있는 것이 상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누가 봐도 절박한 상황에 있는데 본인은 천하태평인 경우가 있고, 반대로 평온한 상황에 있는 것 같은데 본인은 굉장히 절박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우리 아이들은 절박한 상황에 있을까? 평온한 상황에 있을까? 만약 절박한 상황에 있다면 본인의 상황을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흥분해서 윽박지르는 어조로 말하는 것은 역효과를 초래하니 담담한 어조로 말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조금씩 본인의 상황이 썩 좋지 않은 상황임을 깨달으면 마음이 급해진다. 그러면 시간 관리 방법을 배우지 않아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되어 있다.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무리 방법론을 얘기해봤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리하면, 성적이 좋은 아이들은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즉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누구라도 성적이 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정신력, 체력, 시간관리 능력이 그것이다. 아이들은 보통 정신력이 약하다. 여기서 약한 정신력을 받아들이고 그대로 살면 성적 향상은 요원하다. 의식적으로 조금씩 노력해야 한다. 체력은 공부를 떠나서 가장 소중한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시간관리 능력의 핵심은 절박함이다. 절박하지 않은 아이에게 아무리 시간 관리를 얘기해봐야 의미가 없고, 반대로 본인이 절박함을 느끼면 시간 관리는 저절로 되는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해서 우리 아이들의 학업 향상에 토대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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