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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요즘 아이들을 아시나요

요즘 아이들에 대한 솔직한 보고서

by 홍석철

결국 공부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 해내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책상에 붙어 앉아 있는 사람이 해내는 것도 아니다. 머리는 좋은데 공부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어도 성적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람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 공부는 궁극적으로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사람이 해내는 것이다.


「나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공부는 해야만 하는 강력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반에서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 있는데, '기필코 이번 시험에서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는 사람이 '이번 시험이 끝나고 뭐하고 놀까'를 생각하면서 공부하는 사람에게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질 리가 없다. 반대로 '80점만 넘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고 게임을 하면서 공부하는 사람이 '100점이 안 나오면 죽겠다'는 각오로 공부하는 사람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


여기서 어른들이 섣불리 개입하면 일을 그르친다. (본인의 생각에)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해 주면서 조언을 한다. 아이들이 먼저 조언을 구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공부 열심히 해라.」

「최선을 다해라.」

「나 때는 공부 그런 식으로 안 했다. 공부는 목숨을 걸고 하는 거야~」

「수학은 말이야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이리 줘봐. 」


흥미로운 점은 조언을 하는 대부분의 어른들은 학창시절에 공부를 썩 잘하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당연히 아이들은 반발한다. '너는 얼마나 잘했냐고?' 난처한 어른들은 둘러댄다. '너보다는 잘했다고.' 이래서는 건설적인 대화가 될 수 없다.


사실 잘 모르면서 도와주려고 하는 것처럼 방해가 되는 경우가 없다.


문제는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알고 있는 아이들은 옛날 본인들이 살았을 때 '구석기' 시대의 아이들이다.) 더 큰 문제는 실제로 모르고 있는데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어린 왕자를 쓴 저자 생텍쥐페리는 이를 문학적으로 표현했다.


「모든 어른들은 한 때 청소년이었지만,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


'요즘' 아이들에 대해서 알아보자.


학생들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초등학교 6학년부터 (초등학교 4~5학년 이하는 설문지에 그림을 그려 놓아서 해독이 불가능했다.) 고등학교 3학년 까지 80명 정도를 설문했다. 결과를 분석해 보니 학년 별로 공통점이 존재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은 공부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옆에 설문지를 보면 초등학교 6학년이 공부하는 이유가 굉장히 어른스럽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하다. 과연 좋은 대학, 자아 실현, 공부 아니면 할 게 없고, 많이 배워서 똑똑해지고 싶다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말이 자연스러운 것일까? 참고로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먹고, 노는 것으로 하루를 채웠다. 공부 아니면 할 게 없다니? 초등학생이면 사실 노는 게 직업이다.


마치 본인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것 같다. 맞다! 이것은 아이들의 생각이 아니라 어른들의 생각이다. 왜 아이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주위 어른들이 끊임없이 이런 얘기를 하니깐 아이가 세뇌가 되어버린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 서투르더라도 자기 생각이 생기기 시작할 나이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거나 부와 명예를 누리는 톱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나이다. 혹은 나쁜 범인을 찾아내는 탐정이 멋있게 보여서 셜록홈즈를 꿈꾸거나, 뜬금없이 투명인간이 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속세의 틀에 갇힌 사고방식이 아닌 다양한 생각들로 미래를 그리기 시작할 나이이다. 다소 엉뚱하더라도 괜찮다. 아이들은 어설픈 것이 정상이니깐. 그런데 아이가 이러한 생각들을 하기도 전에 어른들의 생각으로 아이의 머릿속을 꽉 채워버린 것은 아닐까?

좀 더 커서 중학교 2학년이 되면 공부를 하는 이유가 한 마디로 압축이 된다. 바로 '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있으면 인간답게 먹고사는 것이고 돈이 없으면 거지가 된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마음 한 켠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공부하는 이유가 '돈' 때문이라는 중학생들의 모습과 일하는 이유가 '돈' 때문이라는 어른들의 모습이 묘하게 겹친다. 결국 아이들은 원하는 원치 않든 어른들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이러한 아이들도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사춘기의 정점에 달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점은 매년 아이들이 보여주는 행동양식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중1 아이들은 지나치게 해맑고 중2 아이들은 괜히 기분이 안 좋고 중3 아이들은 얼굴이 굉장히 어둡다. 마치 고등학생이 되면 성적이 곤두박질 칠 것이고 거기서 올라가지 못하면 정상적인 대학교는 갈 수 없고 평생 힘들게 살게 될 것이 본인의 운명인 것처럼.


이런 중3 아이들의 특징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불안'이다. 중3은 불안하다. 그래서 아래 학생처럼 공부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무기력해진다.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공부해라'라고 앵무새처럼 말한다. 그리고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푸념한다.

「요즘 애들은 말을 안 들어.」

「어른들하고는 말이 안 통해.」


중3의 다른 이름은 '예비 고등학생'이다. 대한민국 고등학생, 공부 이외에는 어떠한 것도 허용되지 않는 신분이다. 아이들은 이러한 시기를 앞두고 있는 본인의 상황을 파악한다.


「나 조금 있으면 고딩인데, 큰 일이다.」


그리고 미래도 예측한다. 꽤 정확하게.


「나 이대로 가다가는 틀림없이 망할 텐데.」


어른들은 공부를 못해서 생기는 이런 문제들을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불안감을 해소하길 바라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바로 현실을 등지고 가상현실로 가는 것이다. (몇몇 아이들은 현실을 등지고 하늘 나라고 가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남자와 여자가 선택하는 방법이 약간 다른데, 남자는 주로 게임을 하고 여자는 주로 대화를 한다.


남자의 DNA에는 경쟁을 통해서 승자가 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래서 현실에서 승자가 될 수 없는 아픔을 온라인 게임에서나마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현실에서 1등이나 1등급을 받는 학생이 게임중독에 걸린 사례를 본 적이 없다. 현실에서 이미 승리에 대한 욕구를 채웠기 때문이다. 레벨 D (실제로 영어 수학 수준별 이동수업에서 D반이다.)의 현실과 레벨 A (게임 속의 캐릭터는 레벨이 높다.)의 가상현실 중에서 아이들은 늘 레벨 A의 삶을 갈망한다. 바로 이것이 남자 아이들이 틈만 나면 게임을 하는 이유이다. 역시나 어른들은 아이들의 이러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부해라'고만한다. 게임에 열중한 아이에게 '게임을 그만하고 공부해라'라고 말하는 것은 '한 부대를 통솔하는 장군에서 공부 못하는 D반 학생으로 돌아가라'는 말이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싶을까?


반면에 여자는 승부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에 비슷한 입장에 있는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 위로를 받는다.


「나 어떻게 해. 이번 시험 망했어.」

「어 정말? 몇 점 나왔는데?」

「몰라 채점 안 해봤어. 찍은 거 다 맞아봐야 70점도 안 나올 것 같아.」

「장난하냐? 나는 39점이야.」


나보다 힘든 사람의 얘기는 나에게 힐링이 된다. 반면에 나보다 잘 사는 사람의 얘기는 나를 더 힘들게 한다.


「나 어떻게 해. 이번 시험 망했어.」

「어 정말? 나도 잘 못 봤는데. 다행이다 나 혼자 망한 건 아니었네.」

「찍은 거 다 맞아봐야 70점도 안 나올 것 같아. 너는 몇 점이야?」

「나 이번에 하나 틀렸어. 만점이 안 나온 적은 처음이야. 아무래도 1등은 힘들것 같아. 큰 일이야. 」

「......」


이래서 반에서 20등 하는 학생과 2등 하는 학생은 여간해서 친한 친구가 되기 힘들다. 여고괴담을 보더라도 전교 2등이 전교 1등을 옥상에서 밀지, 전교 289등이 288등을 미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289등과 288등은 사이가 좋다. 서로 위로가 되는 관계니깐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는 비단 아이들에게서만 보이는 행동양식은 아니다. 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 보면 알 수 있다. 괴로웠던 사회생활의 현실을 잊어버리기 위해서 남자는 게임에 몰두하고 여자는 대화 상대를 찾아 저장된 사람을 이리저리 찾아 헤매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드디어 '대한민국 고등학생'이 된다. 고등학생이 되면 현실은 더욱 냉정해진다. 다음 질문 하나로 모든 것을 평가한다.


「너 몇 등급이냐?」


이는 마치 도살장에서 매달려오는 돼지에게 등급을 매기는 것과 유사하다. 본인이 몇 등급을 받는지에 대해서 죽은 돼지는 말이 없다. 아이들도 본인이 받은 등급에 대해서 변명하지 않는다. 그저 말없이 받아들일 뿐이다. 모든 말은 변명일 뿐이라는 것을 고등학생 정도가 되면 인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부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아예 생각이란 걸 하지 않는다. 어차피 답이 안 나오는 현실을 생각하면 괴로우니깐. 그냥 사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옆에 아이의 말처럼 '그냥' 한다.


정리하면, 아이들의 공부에 대해서 어른들이 개입을 하고 결국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요즘 아이들을 잘 모르면서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만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살펴보았다. 아이들이 공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들의 구체적인 지침에 대해서 다음 글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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