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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철 Nov 15. 2015

19 너는 IQ가 몇이니?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요.

  초등학교 4학년 시현이는 꿈이 있다. 바로 9급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왜 9급 공무원이 꿈이냐는 질문에 시현이는 해맑게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엄마 가요 요즘은 공무원이 짱이래요. 그런데 저는 머리가 나빠서 7급 공무원은 안 될 거래요~」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에게 공무원이 되라고 주입시키는 부모님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데 공무원 중에서도 딱 집어 9급이 되라는 부분에서는 고개가  갸우뚱거렸다. 머리가 나쁘다는 이유도 역시 동의할 수 없었다. 


  지금 어른들은 어렸을 적에 IQ 검사라고 해서 봤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102, 114 등과 같은 숫자를 결과로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98 같은 점수를 받은 아이들은 '아이큐가 두 자릿수다', '바보'와 같은 놀림을 받았다. 대체로 반에서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IQ점수가 높았으니 우리는 다음과 같은 공식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 IQ점수가 높다 = 머리가 좋다 ]


  그럼 다음 두 학생 중에서 누가 더 똑똑한지 생각해보자.


A학생 :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면 나중에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IQ 검사 결과 115

B학생 : 끊임없이 공부는 왜 해야 하는가 질문하고 정말로 원하는 일을 하겠다고 생각한다. IQ 검사 결과 95


  사회에서는 A학생을 모범생으로 B학생을 문제아로 낙인 찍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A학생이 사회에 나가서 더 인정받고 더 안정된 가정을 꾸릴 것이라고 예측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누가 더 똑똑한가라는 질문에서는 A학생이 B학생보다 머리가 더 좋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이 IQ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도대체 지능이란 무엇일까?


  지능에 대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기는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빨리 생각하는 사람이 지능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코끼리 사진을 볼 때 키보드에 있는 스페이스 바를 누르라고 한 다음, 사자, 토끼, 코끼리, 개구리, 얼룩말, 코브라, 코끼리... 등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코끼리를 본 후 스페이스바를 얼마나 빠르게 누르는지 측정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방법이지만 당시에는 이 반응 속도가 지능의 척도로 사용되었다. 몇몇 몰지각한 사람들만 그렇게 믿었던 것일까? 아니다. 프랜시스 갤 턴(1822-1911)이라는 심리학자, 통계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발명가... 등등 이 사람을 위키피디아에 검색하면 직업이 10개 이상이 나온다. 아무튼 그는 논문과 책을 300편 이상 써낸 천재이기도 하다. 그는 또한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간의 지능을 통계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했던 학자이기도 하다. 그도 당시에는 이 반응 속도를 지능의 척도로 사용했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이 발전하면서 지능을 나타내는 요인이 단순히 속도 보다는 훨씬 더 복잡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프랑스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비네(1857-1911)는 자신의 두 딸이 성장하는 것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연령별로 아이들의 지적인 능력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에 테오도르 사이먼도 합류했는데 여러 연령대의 정상적인 아이들과 비정상적인 아이들을 선발한 다음, 아이들이 각각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지 못하는지 면밀하게 조사했다. 이를 통해서 연령별로 아이들의 지적인 능력을 측정하는 검사항목을 만들었다. 이런 두 학자의 연구가 그저 그런 논문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시기가 맞아떨어졌다. 당시 프랑스에서 몇 살짜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표준적인 교육안을 필요로 했는데 아무도 각 연령대의 아이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비네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기초로 해서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를 구분할 수 있는 검사도구를 1911년에 최종적으로 발표했다. 이것이 최초의 지능검사이고 그와 동료인 사이먼의 이름을 따서 비네-사이먼  검사라고 불렸다. 


  요컨대 최초의 지능검사는 정상적인 아이와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이를 구분하기 위한 용도였다. 이후 스탠퍼드에 터먼 교수가 이를 미국 문화에 알맞게 표준화한 스탠퍼드-비네 지능검사가 있었고 우리에게 익숙한 평균이 100, 표준편차가 15가 되도록 표준화시킨 웩슬러 지능검사가 있다. 아마 우리가 어렸을 때 받았던 지능검사가 웩슬러 검사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웩슬러 검사가 우리 머리의 모든 능력을 측정하는 것은 아니다. 주로 언어, 상식, 수리, 공간 등의 영역만 측정할 뿐이다. 따라서 검사의 결과로 나온 점수가 나의 지적능력을 판가름하는 절대적인 척도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심지어 아이에게 비슷한 검사를 여러 번 훈련? 시켜서 지능검사의 점수를 높이는 부모님도 있다고 한다. 

  

  인간의 지능이란 신장이나 몸무게와 같이 직접 측정하여 간단하게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에게서 보이는 행동을 관찰하여 추론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검사의 신뢰도가 아무리 높은 검사도구라 할지라도 한 개인의 지능을 정확하게 측정해 줄 수 있는 검사는 없다.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같은 검사의 결과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동기, 상황과 같은 각종 변수에 따라 다분히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지능검사이기 때문에 우리는 지능지수에 대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지능검사의 결과로 우리 아이의 능력을 미리 규정해 버리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에휴... 쟤가 뭐 되겠어... IQ가 저렇게 낮은데.」

「너는 IQ가 높으니깐 열심히 공부해서 꼭 의사가 돼라.」


  이런 말을 어릴 때부터 들은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능력을 미리 규정해 버린다. 고2 수민이는 "저는 머리가 나빠서 해도 어차피 안 돼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왜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어릴 때 IQ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IQ 검사의 결과를 맹신하면서 본인의 능력에 선을 그어버리면 공부를 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반대로 IQ 검사가 높게 나왔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IQ 검사 결과가 높게 나온 아이는 다음 중 어떤 생각을 가지기 쉬울까?


A : 나는 머리가 좋으니까 더 열심히 해서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야지.

B : 나는 머리가 좋으니까 남들보다 조금만 공부해도 성적이 잘 나오겠지.

  

  IQ 검사 결과가 높게 나온 아이들이 A처럼 생각할 것 같지만, 의외로 B처럼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어릴 때 '영재'소리를 잠깐 듣다가 커서는 보통사람보다도 못한 삶을 사는 경우도 많다. 머리가 좋다는 생각에 성실하게 무언가를 해내는 인내심을 체득하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본인의 머리가 또래들처럼 좋지 않다고 느꼈던 아이들이 '난 머리가 안 되니깐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돼.'라고 생각하면서 학창시절에 성실하게 생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아이들은 전화위복으로 나중에 사회 어디를 가도 본인 앞 가름은 한다. 


  그리고 학자들 사이에서도 IQ에 대한 정의가 분분하다. 


웩슬러: 지능이란 합리적으로 사고하며, 환경을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총체적인 능력이다.

비네: 지능이란 판단, 실용적 감각, 창의력, 상황 적응능력을 의미한다.

터먼: 지능은 추상적 사고를 하는 능력이다.

디어본: 지능은 경험에 의해서 학습된 능력이다.

스피어만: 지능은 사물의 관련성을 추출할 수 있는 정신작용이다.


  심지어 지능이 단일의 특성인지 복수의 특성인지에 대한 의견 역시 오늘날까지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하워드 가드너는 지능을 언어/논리-수학/공간/신체/음악/대인 간/개인 내/자연지능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니 일반인이 지능에 대해서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까?


아직까지도 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의견이 불일치하고 있다.


  정리하면, 지능이란 우리의 능력 중에서 일부분만 검사해보는 것이다. 이마저도  검사받을 당시의 기분, 분위기, 방식 등에 따라서 결과가 상이하게 나오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도대체 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직까지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즉 우리는 정확하게 모르는 것을 어렴풋하게 측정해서 나온 결과에 너무 큰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다. 지능보다 본인이 가진 장점을 더 계발하고 단점을 더 보완하는 것에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이 어떨까? 요즈음 사회는 똑똑한 사람보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더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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