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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철 Oct 12. 2015

15 학업능력 예측

우리 아이가 인 서울 4년제 대학교는 갈 수 있나요

  예전에 같이 일하던 사람이 학원을 차렸는데, 학원 이름이 '인 서울 학원'이었다. 이는 대부분의 학생들과 부모님들이 1차적으로 희망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에 공부를 시작할 때 아이들은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선생님. 제가 ㅁㅁ대학교에 갈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들으면 사실 좀 당황스럽다. 비관적으로 얘기하자니 아이가 상처를 받을 것 같고, 낙관적으로 얘기하자니 희망고문을 주는 것 같다. 솔직히 '모른다. 내 미래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데 남의 미래를 내가 어떻게 알겠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입 밖에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요즘은 이런 질문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학부모 상담을 해보면 중학교, 심지어 초등학생 아이에게도 이를 궁금해한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괜찮은가요? 서울 4년제 대학교에는 갈 수 있을까요?」


  이 역시도 잘 모른다. 대학교에 가기 전 까지 얼마나 많은 변수가 있는데 그 결과를 어떻게 예상할 수 있을까? 지금은 잘 하다가도 어느 시점에 공부에서 멀어질 수도 있고, 공부는 관심도 없었는데 어떤 계기로 인해서 공부에 매진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할 수 있는 기준 몇 가지를 조심스럽게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만족지연능력이다. 이는 간단하게 식사시간에 확인할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먼저 먹는지 아니면 좋아하는 반찬을 남겨 두었다가 식사 마지막에 먹는지 보는 것이다. 이럴 때 두 번째 아이가 만족을 지연시키는 능력이 더 높은 셈이다. 이러한 습관은 삶의 구석구석에서 드러난다. 주말 숙제를 토요일에 미리 해 놓고 일요일에는 편하게 쉬는 아이가 있고, 아니면 일요일 마지막까지 미루다가 결국 못해가거나 엉터리로 해 가는 아이도 있다. 


  사실 공부는 미래의 즐거움을 위해서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이다. TV도 보고 싶고, 친구도 만나고 싶고, 게임도 하고 싶고, 만화도 보고 싶고, 놀러도 가고 싶고... 얼마나 많은 유혹들이 있는가? 미래의 삶을 위해서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재미없는 책을 읽고 이해하고 외우는 것이 공부이다. 만족지연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공부를 잘 하기 힘들다. 이는 연구 결과로도 나타났다.


  그 유명한 '마쉬멜로우' 실험이다. 70년대 초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팀에서 마쉬멜로우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는  4살짜리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는 마쉬멜로우를 주면서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내가 잠깐 나갔다가 올 동안 기다리면 마쉬 멜로우를 두 개 먹을 수 있어. 그런데 기다리지 않고 먼저 먹으면 그냥 한 개만 먹을 수 있단다. 」     


  15분을 참으면 마쉬멜로우를 하나 더 먹을 수 있다. 태어나서 가장 힘든 순간을 맞이한 아이들은 저마다 고민을 한다. 먹고 싶은 과자를 눈 앞에서 보고만 있어야 하는 고통은  4살짜리 아이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어떤 아이는 끝까지 이를 참고 버텼다. 반대로 참지 못하고 눈 앞에 마쉬멜로우를 먹어치운 아이도 있었다. 그런데 이 실험이 전 세계의 이목을 끈 것은  마쉬멜로우를 먹은 아이와 참았던 아이의 미래가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이 실험에서 15분을 인내한 뒤 마쉬멜로우 두 개를 먹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더 좋은 대학을 다니고 있고, 소유한 재산이 더 많았으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위의 만족지연능력과 마찬가지로 지고는 못 사는 것도 아이의 성격이다. 즉 부모가 선물? 해 준 것이다. 예전에 상담했던 한 어머니는 아이 때문에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아니 90점이 나왔으면 100점이 안 나오는 이유는 뭘까 하고 고민하고 공부를 더 할 생각을 해야지! 왜 그 정도면 잘 했다고 생각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어머니는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흥분하면서 말했다.


  「어머니. 그런 아이들이 많아요. 97점을 받고 하나 틀린 것 때문에 억울해서 잠을 못 자는 아이도 있고요. 88점을 받고 이 정도면 됐다 하고 더 이상 욕심을 안 부리는 아이도 있어요. 」

  「내 말이요! 아니 능력이나 부족하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하면 되는데 안 하니깐 더 미치겠는 거예요!」

  「그런데 그건 아이의 타고난 성격적인 부분이라서 옆에서 아무리 얘기해도 잘 변하지 않아요. 아마 부모님 중에 성격이 느긋하신 분이 있을 거예요.」

  「(하아).... 있죠. 있습니다. 나는 아니에요. 」


  어른들은 아이들이 꿈이나 스스로의 인생을 위해서  공부하길 바라지만 그러한 얘기는 생각보다 효과가 없다. 오히려 아이들은 더 단순한 이유에서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어 쟤 나보다 공부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나보다 성적이 더 좋네?' 이럴 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아이는 눈에 불을 켜고 공부를 한다. 공부가 즐거워서 하겠는가? 성격상 지는 것은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지는 것이 공부를 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면 아이는 말려도 공부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중학교 성적이다. 미래의 성적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척도는 과거의 성적이다. 사람은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그런 경우도 있지만 드물다. 거두절미하고 일반적인 중학교에서 전과목 평균이 대략 80점 이 넘는다면 서울에 있는 4년재 대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자질은 있는 것이다. 학원을 다니든, 과외를 하든, 혼자서 공부하던 어찌 되었든, 교과서에 있는 내용의 80%를 이해하고 암기하는 정도라면 능력이 모자라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중학교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그것도 벼락치기로 한다. 그렇게 2~3주 공부를 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이 나온다면 고등학교에 가서 공부로 경쟁할 수 있는 기본 토양은 있는 셈이다. 물론 이런 아이들 중에서도 고등학교에 가서 무너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자질 부족이 아니라 동기의 부족이다. 역시 공부는 결국 동기 싸움이다.


  '우리 아이는 80점이 안 되는데, 괜찮은 대학교는 못가는  것인가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시험  한두 번으로 성급하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중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전과목 평균이 한 번도 80점을 넘겨본 적이 없다면 지금 그대로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역전도 가능하다. 정신 차리고 죽기 살기로 달려든다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는가? 대다수의 일반적인 경우를 얘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능력은 다 제각각이다. 이를 인정하는 것은 힘들지만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달리기를 죽어라 연습한다고 국가대표선수가 될 수 있을까? 태릉 선수촌에서 받는 훈련도 소화하지 못할 것이다. 참고로 태릉 선수촌은 새벽 6시에 기상해서 하루에 10시간이 넘는 훈련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아마 일주일도 못 버티고 나올 것이다. 반대로 태릉선수촌에 있는 역도 선수에게 수능 공부를 하루에 10시간씩 시킨다면? 좀이 쑤셔서 견디질 못할 것이다. 실제로 재수생들을 가르쳐보면 예체능 학생들의 중도 탈락률이 상당히 높다. 그러니 아이의 타고난 능력을 배제한 체 획일적인 기준으로 공부를 시키면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다.


  네 번째는 공부의 우선순위이다. 어른들은 새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어렵다. 나이가 들면서 몸도 안 따라주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부분에 있다. 인생을 살면서 자기만의 삶의 기준이나 노하우 같은 것들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런 것이 없다. 아직 정신적으로 유연하기 때문에 스펀지처럼 다른 사람의 것을 빨아들인다. 주위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이 부모님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님의 성향을 따라간다. 타고나는 성격도 그렇도 가정 환경도 그렇다.  그중에서 가정 환경은 후천적으로 아이들의 학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부분 중의 하나이다.


  예컨대 약속을 꼭 지키는 아이로 기르고 싶다면 가정 환경을 그렇게 조성하면 된다. 부모님이 약속을 꼭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고 얘기해 준다. 집의 가훈도 '약속을 잘 지키자.'고 걸어두면 효과가 배가 된다. 이런 집에서 자란 아이가 수업시간에 지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재수 학원의 등원 시간은 오전  9시까지 이다. 지각이 잦으면 경고를 받고 한 달에 경고 2회를 받으면 퇴원이다. 경현이는 퇴원 위기에 놓일 정도로 지각을 자주 한다. 쉬는 시간에 친구 소연이와 얘기하는 것을 우연찮게 듣게 되었다. 그리고 경현이가 왜 매일 지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 아침에 못 일어나서 큰일이야. 한 번만 더 지각하면 학원에서 잘려...」 

  「어 진짜? 좀 일찍 자지... 」 

  「일찍 자도 마찬가지야. 아침에 눈이 안 떠져.」 

  「그러면 아빠 출근할 때 깨워달라고 해서 같이 나오며 되지 않아?」 

  「아빠도 못 일어나서 지각하는 데 뭘...」 

  「.....」 

  

  부모님의 삶의 기준은 자식에게 그대로 이어진다. 성훈이는 수업시간에 종종 조퇴를 한다. 이유는 가족 식사 때문이다. 아버지가 공부를 하는 것보다 가족끼리 함께 식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한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의 내면에서 이러한 메시지가 형성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공부보다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아이가 공부하다가 배가 고프면   참고할 수 있을까? 


  수원이는 얼굴이 사색이 돼서 학원에 왔다. 딱 봐도 아파 보였다. 그렇게 아픈데 왜 왔냐고 물어보니깐 이렇게 답했다.


  「엄마가 죽어도 수업은 빼먹지 말래요...」

  

  물론 수업을 하다가 도저히 못 참고 조퇴를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집에서 쉬는 것보다 비효율적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속에 중요한 기준 한 가지가 자리 잡는다. 바로 '공부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아이가 전교 1등은 못할지 모르지만 공부를  등한시하거나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리하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의 아이들이 미래에 공부를 잘 할 수 있을지 예측해 볼 수 있는 기준 네 가지를 알아보았다. 만족지연능력, 지고는 못 사는 성격, 중학교 성적 그리고 공부의 우선순위이다. 그런데 이러한 네 가지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니 참고 정도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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