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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철 Jan 20. 2016

27 영재들의  가정환경

풍요로운 환경은 둔재도 영재로 만든다.

  대한민국의 지나친 교육열에 대한 얘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육열이 지나치다는 기사를 접할 때면 과연 우리가 유별난 민족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과거 로마인들도 아이들 교육에 열성적이었다고 한다. 지나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몇몇 아이들은 결국 우울하고 매사에 무기력한 아이로 변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과거 로마가 잘 나갔을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얘기다. 시대가 변하고 문화가 달라져도 사람은 변하지 않나 보다.


  영재에 관해서 두 가지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1. 영재다 → 영재교육을 받는다  → 영재성을 발달시킨다

2. 영재다 → 영재교육을 받지 않는다  → 영재성을 잃어버린다


  2번이 우리가 걱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단지 영재교육을 받지 않는 경우만 영재성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가정의 분위기가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녀의 영재성을 발달시키려는 부모, 아이들의 자율성을 무시해 버리고 자기 마음대로 지배하려는 부모, 그리고 자녀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지 않는 부모의 아이는 영재성을 잃어버린다고 나타났다.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성취자에 관해 연구한 벤자민 블룸은 지지적이고 격려하는 환경 없이는 전문가가 될 수 없다고 결론 냈다. 이 연구에서 저명한 성인의 평범했던 아동기에는 장기적이고 힘든 작업을 하도록 동기화한 부모와 교사가 뒤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영재성을 유지하는 가족 환경의 특성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 영재들은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성장한다. 풍요로운 환경이란 흥미 있고 다양한 자극이 되는 분위기를 말한다. 1996년에 출판된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란 책은 지금 읽어도 흥미롭다. 이 책의 저자는 가수 이적의 어머니이다. 세 아들이 모두 서울대에 들어가자 주변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웠는지 질문이 쏟아졌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어머니의 대답이다. 20년이나 지났지만 책 속의 내용은 지금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자아이 셋이 집안을 어지르니 집안 꼴은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저자는 집을 치우다 치우다 결국 포기하고 살기로 했다. 덕분에 세 아이들은 집안을 마음껏 어질르며? 자랐다. 


  후에 독일에서 철학을 공부하는 손님이 집에 왔는데 그분이 집을 둘러보고 대뜸 한다는 얘기가 "이 집 아이들은 아마 굉장히 머리가 좋고 상상력이 풍부할 거예요."라고 하는 것이다. 그의 이론은 간단했다. 어머니가 너무 깔끔한 집안의 아이는 상상력이 빈곤하기 때문에 창의적이지 못하고 결국 공부도 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상상력은 어질러진 공간에서 마음껏 피어날 수 있다. 한국에 와서 보니 친구들이 아이들 공부 잘 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아이들의 발전을 원천 봉쇄하고 있어서 아주 답답했다고 한다. 세 아들이 모두 서울대학교에 들어간 것도, 가수 이적이 남들과 다른 감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어린 시절 마음껏 놀면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 것은 아닐까?


  둘째,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영재성을 보이는 영역에서 일찍 훈련을 받도록 거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킨다. 영재로 확인된 아이는 보통 가족 내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게 되고, 모든 가족의 에너지가 그 아이에게로 초점이 맞추어진다. 보통 가족들은 영재아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다음의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1. 한쪽 또는 부모 둘 다 그들 스스로 아이를 가르치고 자극을 제공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2. 최상의 교사에게 보내 강도 높은 훈련을 받게 한다. 


  우리가 TV에서 보게 되는 스포츠 스타를 박세리, 박지성, 박찬호, 최경주, 김연아, 박태환, 박인비 등등.. 그들 얘기를 들어보면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서 부모가 직업도 포기하고 해외 원정 훈련을 갈 때마다 집을 하나씩 팔아서 갔다고 한다. 모차르트와 피카소의 아버지도 비범한 자녀의 재능을 키우기 위해 자녀 교육에 올인했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재들에 대한 이미지(스스로 원리를 터득해 최고가 되는)는 매스컴에서 부풀려진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영재성은 이렇게 엄청난 훈련이  뒷받침되어야 꽃을 피울 수 있다. 영재도 그러한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얼마나 훈련을 해야 되는 것일까?


  셋째, 영재아의 부모들은 높은 기준을 세우고 성취에 대한 높은 기대를 갖는다. 흔히 우리가 상상하는 자율적인 분위기와는 좀 차이가 있어 보인다. 열의가 높은 어머니들은 아이의 성공을 굳게 믿었고 그러한 믿음을 자식들에게 분명히 전달한다. 그러나 과도하게 강요하거나 오직 결과에만 관심을 가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영재아의 부모들은 놀기 전에 공부하기를 권한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가정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영재아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시간을 낭비하거나, 집중하지 않고 공부하거나, 책임감 없이 행동하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했다. 또한 열심히 일하고 여가활동에 적극적으로 활동함으로써 그러한 활동의 가치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먼저 솔선수범을 한다는 측면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공부하라고 말하는 대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미처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힘들다는 것이다. 


  블룸의 연구에서 영재아 부모들은 휴식을 취할 때 정원을 돌보고 씨를 뿌리고 스포츠 활동을 하고 독서하고 음악 감상을 하거나 사진 찍기를 하였다고 보고했다. 적어도 그들은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영재아의 부모들은 가장 가치 있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을 할 때 열심히 그리고 끝까지 연습하라고 말하였다. 영재들은 부모님이 자신을 그렇게 격려하고 지지해 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성취를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재아도 아직 아이이다. 그러므로 공부는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내버려 두면 영재성을 미처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넷째, 영재아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상당한 독립심을 제공한다. 영재나 높은 수행을 보이는 아동들의 부모는 자녀가 지속적인 발전을 하도록 감독하고 높은 수행 수준을 갖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들 부모 대부분은 엄격하거나 지배적이거나 권위적이지 않다. 아이들의 독립심에 가치를 두고 기르기 때문에 그들은 자녀가 스스로 결정하거나 심지어 위험한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기대한다. 성취에 대한 욕구는 이끌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도전한 것에 대해 습득할 기회가 제공됨으로써 나타나는 것 같다. 자신의 흥미를 자유롭게 추구할 수 없는 아이들은 종종 부모의 강요가 없어지면 이루려는 것을 바로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 


  지인 중에 두 발 자전거를 안 타는 사람이 있다. 왜 안 타냐고 물어보니깐, 어릴 적에 아버지가 두 발 자전거를 사주고 하루에 몇 시간씩 강제로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세발자전거를 타다가 갑자기 두발자전거를 타니깐 중심을 못 잡았다. 그때 아버지가 내린 처방은 '스파르타식 훈련'이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훈련하는 것이다. 그래서  며칠 뒤에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고 아버지는 더 이상 강제로 훈련을 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며칠의 경험이 너무 끔찍해서 그 사람은 지금까지 평생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고 한다. 자전거는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하단다. 


  존 스튜어트 밀의 아버지도 그에게 무자비하게 심한 압력을 가했으며 전혀 휴일도 주지 않고 공부만 시켰다. 밀은 사회학, 정치학, 철학 분야에 한 획을 그었지만 20세 때 심각한 우울증을 겼어야 했다. 팔이나 다리가 아프면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지만, 정신이 아프면 방법이 없다. 자살한 사람의 대부분은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영재도 똑같은 사람이며 똑같은 아이다. 영재들의 가정환경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저 우리가 알고 있는데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타고난 아이의 능력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이가 타고난 능력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정리하면, 영재성이 꽃을 피우는 가정환경은 흥미로운 다양한 자극이 있고(깨끗이 정리되어 있기보다는 어질러져 있는 것이 좋다), 아이의 영재성을 위해서 부모의 헌신이 있고, 아이의 능력에 대한 부모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고, 아이에게 독립심을 제공한다. 아이가 영재가 아니라도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성장하면 아이는 영재 비슷하게는 자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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