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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철 Jan 13. 2016

26 영재들의 세 가지 특징

혹시 내 아이도 영재가 아닐까?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혹시 내가 영재가 아닐까?」

「혹시 내 아이가 영재가 아닐까?」


  이는 생각만으로도 굉장히 달콤하다. 영재. 남들보다 뛰어난 선천적인 능력으로 부와 명예를 누리면서 한 평생 살다가는 인생.  그래서일까 초등학교 주변에 유태인식 영재 교육, 과학 영재 아카데미, ㅁㅁ대학교 부설 수학 영재 교육원 등의 간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교육청과 대학 부설로 세워진 영재교육원, 교내 영재학급 등 국내 영재교육기관은 2500개가 넘는다. 영재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만 11만 명이다. 공교육 기관만 이 정도 규모이다. 사교육 기관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엄청난 숫자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영재들이 많았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영재성을 미처 못 보고 방치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상적인 아이를 특별한 아이로 오해하는 것도 문제이다. 과연 영재들은 누구인가?


  영재에 관한 연구로 미국을 대표하는 학자인 Ellen Winner는 영재는 다음의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고 말한다. 


  첫째, 영재아는 조숙하다. 평균 연령보다 이른 시기에 어떤 영역의 첫 단계를 시작한다. 다른 아이들보다 무언가를 일찍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분야에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신호이다. 경선이는 다른 아이들이 그림책을 볼 때 어른들의 신문을 읽었다. 아직 글을 읽지도 못할 나이였는데 하루 종일 신문을 보면서 놀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신문을 읽어서 부모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조숙하다는 것은 비교적 눈에 잘 띈다. 


  김연아의 어머니는 피겨스케이터 선수였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결혼하면서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꿈을 큰 딸이 대신 이루어주길 바랬다. 그래서 첫째 아이에게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언니가 급한 일 때문에 비싼 레슨을 빠져야 했다. 어머니는 레슨에 언니 대신 동생 연아를 보내도 되겠냐고 물어보았다. 그리고 역사적인 그 날 연아는 언니 대신에 레슨에 갔고 코치가 연아의 영재성을 알아보았다. 이렇든 영재는 어린 시절 특정 분야에서 남보다 일찍 시작한다. 축구선수 메시도 5살 때 이미 초등학교 형보다 실력이 월등했다고 한다. 영재들의 타고난 재능은 숨길 수 없나 보다.


  둘째, 영재아는 질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학습한다. 이는 바꿔 말하면 기존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서투른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들이나 주변의 어른들로부터 '이상하다'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아이가 이러한 말을 듣는다면 쉽게 단정 지을 것이 아니라 아이의 능력에 대해서 충분히 확인해 보아야 한다. 


  영재들은 스스로 자기 보조에 맞추어 나간다. 그러다 보니 한 영역에서 숙달하기 위해 성인에게서 최소한의 도움을 요구한다. 종종 영재들은 독립적으로 영역의 규칙을 발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롭고 독특한 방식을 고안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 영역의 영재가 다른 영역에서는 장애아가 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케이스가 더 많다. 전 과목을 고르게 잘 하고 대인관계도 원만하면서 수학에 압도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영재는 소수다. 보통 수학에 특화된 아이들은 언어능력이 어눌하고 사회성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많이 접하는 영재는 후자일 것이다.


  유명한 송유근 학생은 수학 과학 분야에 영재다. 그런데 그의 부모님은 어떻게 해서든 유근이를 보통의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보내고 싶어 했다. 유근이의 영재성을 발판으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특목고 - 명문대 - 해외 박사 - 교수'의 엘리트 코스로 키우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유는 영재라는 이유로 다른 평범한 아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서란다. 유근이가 노벨상은 못 탈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생각을 가진 부모님 밑에서는 올바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유근이는 보통의 아이들과 교육을 받지 못했다. 초등학교를  며칠 다니고 나서 유근이가 한 말은 다음과 같았다.


「자연을 공부하다가 왜 종이 치면 사회를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유근이의 부모님은 아이에게 맞는 특수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유근이도 사회성이나 공동체 의식 같은 영역에서는 수학이나 과학처럼 또래를 뛰어넘는 능력이 없었던 것 같다. 능력은 서로 독립적일 수 있다. 흔히 영재라고 소문이 나면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이 된다. 


「야 너 영재라면서 이것도 몰라?」


  영재라고 알려진 아이들은 이런 말을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들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아무리 혹독하게 대할지라도 가정에서는 능력이 서로 독립적일 수 있다고 이해하고 따듯하게 감싸주면 아이는 영재성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셋째, 영재아는 자신의 관심 영역을 이해하기 위해 내재적으로 동기화된다. 열정적이고 집요한 관심과 날카로운 집중력, 숙달에 대한 열망을 보인다. 또한 학습에 참여하는 동안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집요한 관심과 뛰어난 학습력의 이상적인 결합이 높은 성취를 가능하게 한다.  


  「이번 시험에서 5등 안에 들면 원하는 핸드폰 사줄게.」


  이런 말을 듣고 열심히 공부를 한 다면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다. 영재는 이러한 외재적 동기에 흔들리지 않는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특정 분야를 파고든다. 왜냐하면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 자체가 보상이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영재의 세 가지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그러나 영재에 대해서 흔히 가지는 오해는 영재와 재능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언어나 수학적 능력이 뛰어나다고 판단된 아이는 영재라고 불리는 반면, 미술, 음악, 춤, 스케이트, 테니스, 다이빙 등의 분양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아동은 재능이 있다고 불린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어떠한 과학적인 근거도 없다. 나아가 동정심, 희생, 공감과 같은 영역도 영재성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사회에서는 아닐지라도 부모님이 아이의 이러한 특징에 대해서 가치를 인정해주고 영재라고 이해한다면 그 아이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지는 않을까?

  

  그런데 세상에는 이러한 특별한 영재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재는 아니지만 본인의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여 인정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실은 더 많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렇게 인정받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왜냐하면 모든 아이는 호기심이 많고 어른들을 놀라게 하는 질문을 하기 때문이다. 


  이 호기심을 잃어버리지만 않는다면 그 아이는 어떤 분야에서든 환영받을 것이다. 사실 인생은 궁금한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궁금한 것이 없는데 어떤 것을 알아갈 수 있단 말인가? 


「엄마 밖에서 큰 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 어디서 나는 소리야?」

「아빠 이 장난감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움직여?」

「형 왜 새는 V자 형태로 날아요?」

「언니 왜 얼룩말은 줄무늬가 있어?」


  아이들이 이러한 질문에 우리 어른들은 어떻게 반응해 왔는지 스스로를 돌아보자. 


  집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짜장면을 먹고 있는 중이었다. 옆 테이블에서 초등학교 1학년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엄마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이는 포크로 짜장면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고 엄마는 아이를 챙기랴 식사를 하랴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모자의 대화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짜장면 다 먹었어? 더 먹어. 조금만 더 먹어. 더 먹을 수 있지? 」

「물이 없네. 물 떠다 줄게. 물 마시고 먹어. 체해.」

「짜장면 얼마나 더 먹을 수 있는지 말해봐바. 말로 해야 엄마가 알지. 조금? 조금 더 먹을 거야?」

「단무지가 없네. 엄마가 단무지  가져다줄게.」

「맛있어? 응. 맛있지? 그래. 천천히 먹어. 입 닦고 먹어야지. 가만히 있어봐 닦아줄게.」


  아이 엄마는 아이에게 질문을 하고 아이가 생각해서 대답을 할 때까지 기다리지 못했다. 엄마가 질문하고 엄마가 대답을 하고 있었다. 아이의 뇌는 어른의 뇌와 달라서 생각하는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그런데 아이의 엄마는 아이에게 일방적인 질문 세례를 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질문을 옆자리에서 듣는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아이는 오히려 적응이 된 듯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엄마의 질문세례를 뚫고 TV에서 날씨를 듣다가 아이가 엄마에게 질문을 했다.


「엄마. 스모그가 뭐야?」


  그러나 엄마는 이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응? 스모그? 안개 같은 거야.」


  더욱이 스모그는 안개가 아니다. 



스모그 – 매연, 배기가스 따위의 오염 물질이 공기 중에 안개처럼 끼어 있는 현상. 스모그는 주로 대도시나 공장 지대에 많이 나타나며 폐, 눈, 코 등의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안개 – (1) 지표면 가까이에 아주 작은 물방울이 김처럼 부옇게 떠 있는 현상.

(2) 어떤 사실이나 상황이 가려 있거나 드러나지 않아서 모호한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다음 국어사전



  물론 스모그와 안개의 정의를 정확하게 모를 수도 있다. 그런데 아이의 질문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예컨대, 위에서 처럼 단답형으로 알려줄 수도 있지만, 이는 교육적으로 볼 때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교육학을 배워서 특별한 지식이 있는 사람만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아이가 궁금해하는 것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충분하다.


「엄마. 스모그가 뭐야?」

「스모그? (오호라 스모그를  모르는구나. 이버 기회에 사전에서 단어를 찾는 법을  알려줘야겠다.) 스모그라는 말 처음 들어봤니?」

「음.... 아니. 전에 들어는 본 적은 있어....」

「아. 그렇구나. 엄마가 알려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모르는 말이 나오면 사전에 물어보면 잘 알려줘. 한 번 해볼래? 」

「응. 알았어.」

「이렇게 사전 어플을 누르고 국어사전에 스모그를 치면 돼.」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다루는데 있어서는 어른보다 월등히 능숙해서 나이가 어리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무 사전 어플이나 깔아 두면 두고두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이니 얼마나 편리한가? 물론 위 방법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엄마. 스모그가 뭐야?」

「스모그를  모르는구나. 혹시 스모그란 말을 전에 들어본 적이 있니?」

「들어봤나? 잘 모르겠는데.」

「처음 들어본 거야? 그럼 스모그가 뭐일 것 같아?」

「스모그... 아까 날씨 말하다가 나왔으니깐 날씨에 관련된 거야?」


  이런 식으로 답을 주는 대신에 아이가 생각을 더 할 수 있도록 대화의 방향을 이끌어 갈 수도 있다. 또 점점 고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보통 어른들이 알 수 없는 내용을 많이 물어볼 것이다. 그러니 이 참에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훈련을 시킬 수도 있다.


「엄마. 스모그가 뭐야?」

「스모그? 글쎄.. 엄마는 예전에 배웠는데..」

「엄마는 어른이면서 그것도 몰라?」

  (화가 나도 참아야 한다. 아이들은 지나치게 솔직해서 그러지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겉으로는 친절하게 웃지만 속으로는 비웃는 어른들보다는 속마음을 드러내는 아이가 더 순진하다고 볼 수 있다.)

「아. 엄마는 안개 하고 비슷한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틀릴 수도 있으니까 한번 선생님한테 가서 물어보고 스모그가 뭔지 엄마한테도 알려줄래.」

「선생님한테?」

「응. 내일 학교에 가서 선생님한테 여쭤봐.」

「싫어.」

「왜?」

「학교 선생님 무섭단 말야. 그리고 한 번도 질문한 적 없어.」

「아니야. 선생님은 수업시간에는 원래 다 무섭게 해. 안 그러면 애들이 떠드니깐. 수업시간에 물어보지 말고 쉬는 시간에 가서 조용히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줄 거야.」

「진짜?」

「당연하지. 대신에 공손하게 물어봐야 돼. 선생님도 사람이니깐 '선생님 스모그가 뭐예요?'라고 물어보는 학생보다 '선생님 질문이 있는데요. 어제 TV에서 날씨를 보다가 스모그라는 말을 들었는데, 스모그가 뭐예요?'라고 물어보는 학생한테 더 자세히 알려주겠지?」

「알았어. 엄마. 내일 물어보고 엄마한테도 알려줄게.」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호기심이 많다. 이 호기심을 잘 활용하면 된다. 어릴 때부터 이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방법을 잘 알려주면 된다. 물론 쉽지는 않다. 아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별의별 이상한 것을 다 물어보니깐. 


「넌. 왜 그렇게 쓸데없는 것을 물어보니?」

「하여튼 공부도 못하는 게 잡생각은 많아가지고?」

「아 됐어. 허튼소리 하지 말고 들어가서 공부나 해. 도대체 누굴 닮아가지고!」

「너는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은 듣는 거니? 어떻게 그런 것도 모르니? 그래서 대학은 갈 수 있겠어?」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반응하지는 말자. 이런 파괴적인 말은 누구에게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행동이 마음에 안 들었어도 아이의 호기심은 그것과는 별개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정리하면, 영재의 세 가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조숙성, 질적으로 다른 방법 추구, 내재적 동기. 아이가 이러한 특징을 보이는지 평소에 유심히 관찰해보자. 그리고 영재라고 판명이 되면 주변의 시샘과 질투를 받으므로 가정에서나마 아이를 애정 어린 마음으로 이해해야 한다. 한 분야에서는 영재이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또래보다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영재가 아니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정상적인 아이는 누구나 인정받는 어른으로 성장하여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아이들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호기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상하고 엉뚱한 질문이라도 욱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보자. 그러면 그 아이는 문제 해결 능력이 남다른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으로 보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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