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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철 Mar 25. 2016

35 새 학기에 가장 필요한 것

공부법이 아니라 공부량!

  새 학기가 시작됐다. 삼사오오 무리 지어 등교하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저마다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아이들은 새로운 반에서 친구들과 지내는 것도 기대하고 본인의 포지션? 도 생각한다. 작년에 모둠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수업시간에도 활발하게 참여했지만 몇몇 아이들로부터 '나댄다'는 질타를 받은 선영이는 올해는 없는 것처럼 조용히 지낼 생각이다. 민석이는 작년에 같은 반 아이에게 고백했다가 차였던 아픔이 있다. 그 후로 몇 달 동안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불편하게 학교생활을 해야 했다. 드디어 반이 나누어졌고 이제야 좀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아이들과는 달리 부모님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이다. 


'성적 향상'


  부모님의 이런 마음을 간파하고 있다는 듯이 학원차량 옆에는 '중간고사 만점 대비' '반드시 성적을 향상시키겠습니다.' 등의 광고 문구가 보인다.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이제 새 학기니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막연한 기대일 뿐,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들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듯하다. 대부분 중학교 때와 비슷하게 수업을 듣고 공부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공부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국에 있는 대다수의 중고등학생들이 겪는 것이니 새로울 것도 없다. 그리고 아이들의 머릿속은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계속 노력하는데 왜 성적이 안 오를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지만 난 역시 안 되는 것 같아...」


  그리고는 특별한 공부법을 갈망한다. 그래서일까 서점에 가면 공부법 관련 서적이 꽤나 많이 있다. 학원가에는 공부법 관련 컨설팅을 해주는 학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 공부법을 접하고 180도 인생이 달라졌다는 학생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면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일이 나 한테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러나 새 학기부터 제대로 공부를 해보려는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특별한 공부법이 아니다. 공부를 제대로 해 보려는 전국의 대다수 중3~고2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학습량의 극대화'이다. 


「우리 아이는 학교 마치고 학원 갔다가 오면 11시예요. 이 정도면 공부를 꽤 많이 하는 것 아닌가요? 」


  대다수의 아이들이 그런 스케줄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과연 그 시간이 공부하는 시간인가 하는 점이다. 가물가물하겠지만 한 번 스스로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자. 학창 시절 수업시간에 정말 수업을 들었는지. 그리고 학원에 다녔던 사람은 곰곰이 기억을 떠올려보자. 과연 학원 수업시간에 앉아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아마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필기하느라 수업이 끝나가는지도 몰랐던 경우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대부분 이런 생각들을 하지 않았을까?


「아싸. 이제 10분 뒤에 끝난다.」

「어? 30분 지난 줄 알았는데 15분밖에 안 지났네...」


  요즘 아이들이라고 다른 생각들을 할까? 인간은 잘 변하지 않는다. 같은 환경에 놓이면 사람은 다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보인다. 하기 싫은 공부를 하라고 억지로 학원에 보내 놓으면 아이들은 학원에 앉아서 언제 집에 가나 그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 시간을 공부했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그래서 3년을 학원에 다녀도 성적이 늘 제자리인 것이다. 즉 가방을 메고 왔다 갔다 운동만 했지 수업 시간에 앉아서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공부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공부법에 문제가 있어서 공부를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공부하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중3, 고1, 고2, 고3 공부해야 할 내용은 점차 늘어가는데 아이들의 학습량은 정체해 있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휴... 내 아이는 그래도 독서실에서 새벽까지 공부하다 오니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겠지?'


  아이가 독서실에 있다고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래 글은 고등학교 때 나름대로 공부를 좀 했던 한양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의 글이다. 



저는 집에서는 죽어도 공부를 안 해서 부모님이 대학 어떻게 갈 거냐고 걱정을 하셨어요. 막상 독서실에서는 자고 판타지 소설 보고 그랬어요. 제가 공부하려고 3년 내내 피쳐폰을 썼는데도 어떻게든 놀거리를 찾아서 놀더라고요. 원래 노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면 어디서든 95% 확률로 놉니다. 



  이 글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상위권 학생도 독서실에서 스스로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물며 상위권도 아닌 내 아이는 과연 어떨까?... 학교에 있다고, 학원에 있다고, 독서실에 있다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과연 우리 아이가 실제로 공부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멀리서 보기에 책상에 앉아 있어도, 뭔가 필기를 하고 있어도, 문제를 풀고 있어도,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머릿속이다. 필기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공부를 하고 있는 걸까? 


「아싸. 이제 조금 남았다. 이것만 적고 나서 얼른 드라마 봐야지~」


  문제를 풀고 있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공부를 하고 있는 걸까요?


「이 문제는 잘 모르겠네... 에이 귀찮다. 답이나 한 번 확인하고 넘어가야겠다.」


  무엇이든지 하면 는다. 공부를 하고 있는데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부하는 시늉만 하면서 정신이 다른데 팔려 있으면 단언컨대 10년을 공부해도 실력이 제자리에 머무를 것이다. 왜냐하면 사실은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우리 아이의 학습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한 가지 방법은 학교 시험을 활용하는 것이다. 일 년에 4번 있는 학교 시험을 통해서 늘어나는 학습량을 감당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한 번에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도약은 현실에서는 없다. 하위권 아이들은 보통 하루에 학교와 학원 수업시간을 포함해서 1시간 정도 공부한다고 보면 된다. 중위권 아이들은 2~3시간, 상위권 아이들은 4~6시간 정도 공부한다. 거의 12시간을 교실에 있어도 실제로 공부하는 시간은 이 정도이다. 중위권과 상위권의 차이는 매일같이 벌어지는 이 두배 가까운 학습량의 결과이다. 상위권 아이들 기준으로 앉아 있는 시간 대비 50% 정도 효율이 나오는 것이다. 12시간 앉아서 10시간 정도 효율을 내는 아이들은 최상위권으로 특목 자사고의 상위권, 일반고의 no.1 자리를 흔들림 없이 차지하고 있다.


  동네 체육관에서 하루에 1시간 운동하면 탈진되는 사람이 올림픽에 출전하겠다고 갑자기 태능 선수촌 훈련 스케줄을 따라서 운동하면 몸이 견디질 못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생활체육대회를 목표로 해서 하루에 1시간 반 정도로 훈련량을 늘려본다. 몸이 여기에 익숙해지면 그다음에는 생활체육대회에서 입상을 목표로 하루에 2시간 정도를 훈련하는 식으로 점차 늘려가야 한다. 


  공부도 지금 한 번에 앉아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20분이라고 한다면, 이번 시험 준비는 한 번에 25분 앉아서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다음 시험에는 30분, 이런 식으로 1년 정도 보내면 그 아이는 1년 전보다 두 배 정도 공부할 수 있는 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리하면, 새 학기에 공부에 대한 열망으로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아이들이 많다. 그리고 기가 막히는 공부법에 대한 갈망도 비례해서 커진다. 그러나 새 학기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공부법이 아니라 '공부량'이다. 하위권, 중위권, 상위권, 최상위권의 차이는 공부법으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부법은 다 제각각이다. 차이점은 바로 학습량, 즉 일일 실제 학습 시간이다. 이 시간을 좁히지 않고서는 답이 없다. 그런데 금방 늘리려고 하니 역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 시험을 볼 때마다 학습량을 조금씩 늘리는 방법을 추천한다. 그렇게 여러 번을 거치면 본인도 모르게 장시간 공부할 수 있는 몸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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