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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철 Dec 17. 2016

51 풀꽃도 꽃일까?

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나?

  3년 만에 조정래 작가님의 신작 <풀꽃도 풀이다>가 나왔다. 대한민국의 교육을 주제로 썼으니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조정래 작가님은 대한민국 교육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 몹시 궁금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너무 부정적인 면만 들추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때로는 외부의 시선이 더 정확할 수 있다. 따라서 책에서 적나라게 드러난 우리 교육의 모습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책에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관통하는 주제는 아이들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다양한 능력을 선물로 받고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같은 곳을 향해 질주하는 것은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꽤 오랫동안 당연하게 생각하고 아이들을 채찍질해오고 있다. 아이들은 옆을 볼 수 없는 눈가리개를 착용하고 전력으로 질주하는 경주마처럼 대학교를 향해 달려간다. 몇몇은 이를 거부하기도 하고 몇몇은 선두권에서 멀리 떨어진 채 의욕을 상실하기도 한다. 왜 뛰어야 하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저항할 때마다 어른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너 지금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알아?」


  당연히 아이들은 모른다. 아직 살아보지 않았으니. 하지만 너무 많은 얘기를 들어서 머리로는 알고 있다. 좋은 대학교를 나오지 못하면 취업도 힘들고, 결혼도 힘들고, 삶의 곳곳에서 차별이 이루어지고...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에 대한 어른들의 반응이다.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고치겠다는 생각보다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내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위치로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살아보니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불합리한 사회 구조에 결국 타협을 한 것일까? 책에서 우리 교육 문제의 어떤 부분을 들추어내고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논점 1. 성적 공개 (풀꽃도 꽃이다 1권 p.16)  


교장 : 왜 또 왔소!     


선생 : 교장 선생님 오늘도 애들 사기가 영 말이 아닙니다. 모두 풀 죽고 얼굴이 어두운 게, 그렇게 불행해 보일 수가 없습니다. 학교가 애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할 의무는 있어도, 불행하게 만들 권한은 없습니다. 우리 학교는 모의고사를 칠 때마다 저렇게 등수를 공개해 절대다수의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으니, 그건 엄연히 교육 기본에 어긋나는 비교육 처사라는 사실입니다.    

 

교장 : 이런, 말 같지 않은 소린 하질 마시오. 학교는 학생들의 실력을 향상시켜야 하는 게 그 절대적 의무고 책임이오. 그게 국가가 명하고, 전체 학부모들이 원하는 바요.     


선생 : 예, 교장 선생님 말씀은 백번 맞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다 똑같이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하는 이상은 실현시킬 수가 없습니다.   

  

교장 : 아니오. 난 할 수 있소.     


선생 : 아니, 그걸 어떻게... 무슨 묘책이라도 발명하신 겁니까?     


교장 : 어허, 지금 눈으로 빤히 보고 있으면서도 모르겠소? 저렇게 성적을 공개해서 계속 경쟁을 붙이면 서로 자극받고 노력해서 성적이 오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모두가 상위권에 진입해 SKY 대학에 합격하는 행복을 누리게 되고, 우리 학교는 그야말로 전국 1위의 명문 사립이라는 영예를 누리게 된다 그거요.     


선생 : 교장 선생님, 그건 현실을 무시한 환상이고 망상입니다. 아이들은 제각기 개성이 다르듯, 공부하는 능력도 다 다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단순한 경쟁 자극만으로 모두가 최상위권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교장 : 애들만큼 학부모들도 불행하다고 나서면 당장 바꾸겠소.     


선생 : 성적을 저렇게 공개하고 성적표에 등수를 명시하고 하는 건, 이름표를 달게 하는 것과 함께, 일본에게 식민 지배를 당한 그 잔재입니다. 해방 70년이 된 지금까지도 그 제도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니, 이건 식민지로 짓밟힌 것보다 더 큰 치욕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성적표에 석차를 기록하는 것은 일본이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입니다. 사람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그 야비한 짓을 우리는 그대로 흉내내고 있는 것이고요.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일입니까?     


교장 : 그럼 내가 친일파라도 된다는 거요!          


  개인적인 고등학교 경험을 떠올려 보면 모의고사 결과를 전교 1등부터 50등까지 전지에 써서 복도에 붙여놓았다. 당시 한 반에 55명씩 12개 반이 있었으므로 전교생이 대략 660명 정도 되었다. 그중에 직업반과 학업에서 손을 뗀(?) 학생들을 제외하면 50명이란 숫자는 대략 전교 상위 10%의 정도이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고에서 괜찮은 수도권 4년제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딱 그 정도였다. 그러니깐 매번 시험을 보고 나면 누가 인 서울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지 공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성적이 공개되면 이름이 있는 아이들은 자축하기 위해서 매점으로 달려갔고 이름이 없는 아이들은 허탈감을 채우러 매점으로 달려갔다. (결국 다 매점에서 모였다.)


  지금은 이렇게 하면 학생과 학부모의 항의가 빗발칠 것이다. 심지어 소송을 걸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교육 민주화가 덜 되어서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성적을 공개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게 학습에 동기가 되는 학생도 있었다. '어? 이번에는 내 이름이 없네... 내가 기필코 다음에는 저기에 내 이름을 꼭 올리고 말 거야!' 이는 성적 공개의 긍정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실력은 경쟁을 통해서 향상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피 말리는 경쟁의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교육 본연의 취지로 돌아가자는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저 위에서 교장이 "애들만큼 학부모들도 불행하다고 나서면 당장 바꾸겠소."라고 한 말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다수의 어른들은 아직도 성적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은 본인이 경험한 틀을 넘어서는 사고를 하기 쉽지 않다. 지금의 40~60대는 공부를 하고 그 성과의 척도를 등수로 확인했었다. 이는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비록 성적표에 등수는 안 나오지만 어릴 때부터 남보다 먼저 사교육에 투자해서 국제중, 특목 자사고, 명문대의 결과로 확인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줄 세우는 교육 방식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현재 수능 시험의 국사와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었다. 이게 안착이 되면 국어, 수학, 탐구도 절대평가로 전환될 확률이 높다. 앞으로는 남을 이기기 위한 공부가 아닌 본인의 부족한 점을 향상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일까?



논점 2. 부모의 교육열 (풀꽃도 꽃이다 1권 p.93)  


  엄마는 나를 서울대학교에 넣기 위해 목숨을 건 사람이다. 그래서 나를 꼼짝달싹 못하게 묶어놓고 눈만 뜨면 공부! 공부! 공부! 를 외치며 윽박지르고 몰아댄다. 빨리빨리 공부해! 더 공부해! 정신 바짝 차리고 공부해! 딴생각하지 말고 공부해! 벌써 공부 다 했다구? 지금 공부하니? 공부밖에 믿을 게 없어. 공부 안 하면 찌질이 쪼다 돼! 그러다 언제 공부할 거니!     


  이 똑같은 말이 너무너무 지겹고 지긋지긋해 이제 미쳐버릴 것만 같다. 나는 그 미치고 환장할 것 같은 말을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듣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학년이 바뀌는 것에 따라 점점 심해져 갔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면서 훨씬 더 심해지자 나는 엄마가 내 엄마 같지 않았고, 싫어지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덤벼들고 싶었고, 마구 소리 질러대고 싶었고, 무엇이든 내던져 박살내고 싶었다.     


  엄마는 어쨌든 서울대학교에 붙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인생길이 고속도로가 된단다. 서울대학교만 나와봐라. 세상 사람 모두가 기죽고, 척척 알아준다. 서울대학교를 나와야 큰소리 떵떵 치며 부자로 편케 산다. 그래야 쉽게 출세하고 큰 권세 잡는다. 서울대 법대 나와서 판검사가 되면 누구 앞에서나 뻐길 수 있는 권력을 갖게 되고, 부잣집 딸들이 줄을 서니까 저절로 부자가 되니 얼만 좋으냐.     


  엄마 말은 아주 듣기 좋았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러나 아주 중대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나는 서울대학교를 갈 머리가 못 되었다. 엄마는 그 중요한 것을 모르고 혼자 신나서 헛꿈을 꾸고 있었다. 영어 단어를 그냥 쳐다보고 있기만 해도 머리에 쏙쏙 들어가는 애들이 있다. 그 A급 애들이 서울대학교를 가는 것이다. 그 아래 영어 단어를 두 번, 세 번 써봐야 머리에 들어가는 B급이 있고, 네 번 다섯 번 써야 하는 C급, 여섯 번, 일곱 번 써야 하는 D급이 있다. 나는 B급 정도일 뿐이다. 그런데 엄마는 내가 A급이라고 딱 믿고 있다. 그러고는 날마다 학원 뺑뺑이를 돌려댔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공부를 해도 A급 애들을 영원히 따라갈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애들도 빡세게 공부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오래전부터 나를 감시해 왔다. 딴짓하지 못하게 하려고. 한밤중에 공부를 하다가 뒤가 이상해서 돌아보면 소리 없이 열린 문 사이에 엄마의 얼굴이 끼어 있곤 했다. 그럴 때 얼마나 심하게 놀라는지 모른다. 그럴 때 엄마의 얼굴은 엄마가 아니었다. 무슨 무서운 괴물 같기만 했다. 앞으로 엄마가 점점 더 무섭게 변해가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면 된다!' 대한민국을 지금의 위치까지 발전시킨 성장동력이었다. 고인이 된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님은 직원들에게 항상 이 말을 했다고 한다.


「해보기나 했어?」


  정말 죽을 정도로 노력을 해 봤냐는 말이다. 그러고 나서 되든 안 되든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 정말 불가항력적인 것인지 해보면 명확하게 드러나게 되어있다. 요즘도 어른들은 이런 논리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한다. 정말 열심히 하면 수도권 4년제 대학교에는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이 얼핏 듣기에는 맞는 것처럼 보이나 교육 현장에서 많은 아이들은 만나보니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타고난 머리의 차이가 큰 경우 노력으로 이를 따라잡기란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소질이 부족한 경우 사생결단을 하기로 작심하고 죽기 살기로 공부하면 가능성이 생긴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바라는 것도 바로 이 경우다. 하지만 이를 아이 스스로 결심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강요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오히려 아이들이 공부에서 염증을 내고 삐뚤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 스스로 마음속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생각이 우러러 나오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학습 동기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것을 알고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공부를 강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일까? 


「근데 엄마 맘이란 자식이라는 게 한발 건너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나와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 또 하나의 나 자신인 거예요. 그런 소중한 자식이 자칫 잘못되어 담에 사회에 나가 좋은 직장도 못 얻고 가난에 찌들며 평생 고생 고생하고 살 거라는 생각을 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고, 가슴이 떨리고, 몸 달고, 숨이 막혀 견딜 수가 없어요. 그래서 공부를 닦달하게 되고,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사교육을 시키는 거예요. 저만 그러는 게 아니라 모든 엄마들이 다 똑같은 마음이에요.」(풀꽃도 꽃이다 1권 p.135) 



논점 3. 대리만족 (풀꽃도 꽃이다 1권 p.219)  


  예슬아, 앉아서 차분하게 내 말 들어봐. 내가 괜히 그런 쪽으로 진로를 잡으라는 게 아냐. 그건 아빠의 소원이기도 해. 무슨 말이냐면 말야, 너도 알다시피 자동차 산업이 계속 신장되면서 아빠의 부품 회사도 따라서 잘돼가. 그건 아무 걱정이 없는데, 사업을 하면서 아빠가 가장 속상해하고 분해하고 하신 게 권력자들에게 당하는 거였어. 이 권력, 저 권력 앞에서 그저 머리 숙여야 하는 게 너무 억울하고 분하셨던 거야. 그래서 술 취하면 ‘나한테 아들이 하나 있었으면 사시를 쳐서 판검사를 만들든, 행시를 쳐서 고급 공무원을 만들어 당한 만큼 원수를 갚았어야 하는데’ 하는 말씀을 하시곤 했단다.     


  너 봐라, 남녀 차별이 없는 세상에서 아들만 자식이고, 딸은 자식이 아니니? 딸이 하나뿐인 우리 집안에서는 니가 아들이나 마찬가지잖아. 그렇담 니가 아빠의 소원을 풀어드려야 하는 게 당연한 자식 된 도리 아니겠니? 그리고 말이다, 요새 여자 판검사, 변호사가 얼마나 많아졌니. 2, 3년 전에 벌써 검사는 여자들 수가 남자를 앞질렀다고 뉴스에서 보도했잖아. 그리고 요새 텔레비전 프로에 여자 변호사들이 얼마나 많이 나오데. 얼굴들도 어찌 그리 예쁘고, 똑똑하고, 그보다 멋지고 근사한 일이 어디 또 있겠니. 엄마는 그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벌렁벌렁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내 딸도 저렇게 멋지게 출세하고 성공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생각뿐이거든. 그보다 더 큰 가문의 영광은 없고, 남들 앞에 그보다 더 폼 나는 일이 어디 또 있겠니. 그치만 꼭 그게 아니라도 괜찮아. 육사, 해사, 공사에서 여자들이 줄줄이 1등을 하더니만, 금년에는 글쎄 경찰대학에서도 여자가 1등을 차지하지 않았겠니. 여자 경찰서장님, 그 권세도 아주 대단한 거야. 넌 공부를 곧잘 해왔으니까 고등학생만 되면 상위권으로 팍 치고 올라갈 수 있도록 엄마가 모든 계획을 차근차근 다 짜놓았어.     


  그게 뭔고 하면, 사교육의 메카 대치동으로 본격 진출하는 거야. 그래서 최고액 1타 강사에, 최고급 찍기 귀신 강사를 붙여 SKY행 KTX를 태울 작정인 거야. 그럼 넌 성적이 바로 상위권으로 치솟아 안전한 SKY행 승객이 되는 거라구. 그렇게 3년만, 딱 3년만 죽었다 하고 파대면 니 인생은 탄탄대로로 활짝 열리는 거야. 생각해 봐, 돈은 아빠가 다 벌어주고, 넌 권력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그럼 얼마나 완벽한 인생 성공이니. 그렇게 되면 남편도 당연히 최상급으로 얻게 되고, 그리되면 넌 모든 세상 사람들의 부러움 받아가며 맘껏 폼 잡고 평생 떵떵거리면서 행복하게 살게 되는 거야.      


  그러니 제발 엄마 말대로 해라. 이 좋은 길을 두고 왜 철없이 엉뚱한 생각을 하냐고. 그리고 말이다, 좀 창피스럽긴 하지만 너한테 첨 하는 얘긴데, 엄마 아빤 세상이 알아주는 대학을 못 나온 게 평생 콤플렉스다. 그러니 너는 꼭 SKY 대학 나와야 엄마 아빠 원이 풀리지 않겠니? 알아들어?


  좋은 대학교를 나온 부모는 본인이 겪은 혜택을 자식들에게도 주고 싶어서 좋은 대학교에 가라고 한다. 좋은 대학교를 나오지 못한 부모는 본인이 겪지 못한 혜택을 자식들에게나마 주고 싶어서 좋은 대학교에 가라고 한다. 그러니 모든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좋은 대학교를 강요하게 된다. 물론 통계적으로 전자보다는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다. 동창회에 나가보면 자식들의 성적으로 부모의 위상(?)이 달라지곤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자식의 성적이 변변찮으면 어깨가 쳐진다. 반면에 평범한 사람도 자식이 공부를 잘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목소리도 커진다. 생각해보면 우습지만 우리네 삶이 그렇게 돌아가는 걸 어쩌겠는가.


「김희경은 딸내미를 이대에 붙여놓고 얼마나 으스대고 거드름을 피워댔던가. 서울대학교는 아니었지만 이대는 여자 서울대로 치니 김희경은 딸 농사 풍년으로 지은 셈이었고, 충분히 뻐길 만했다. 인 서울이 안 되어 지방 유학까지 보내야 하는 동창들로서는 속이 상하다 못해 배창자가 비비 꼬일 지경이었을 것이다. 정말 어떤 애는 체했고, 어떤 애는 이틀이나 설사를 했다고도 했다.」(풀꽃도 꽃이다 1권 p.158) 


  우리는 언제쯤 공부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등수, 경쟁, 대리만족... 한 해 고3 졸업생 수는 대략 40만 명이다. 여기에 절치부심한 재수생이 10만 명 정도 가담한다. 그중에서 속칭 명문대학교로 일컬어지는 곳은 약 10개 정도이다. 한 학교의 신입생을 3천 명으로 계산하면 3만 명이다. 아무리 피눈물 나게 노력해도 47만 명은 이 대학교에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만들어 놓은 어른들이 문제일까? 명문대학교를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문제일까? 조정래 작가님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제 우리가 답을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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