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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철 Oct 25. 2016

50 교육의 가치

우리에게 교육이란?

  고3 단비는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그리고 재수를 고민했지만 결국 단비가 향한 곳은 공무원 학원이었다. 재수를 하고 대학교에 가서 공무원을 준비하느니 차라리 바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서 더 빨리 합격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단비에게 대학교는 공무원이 되기 위한 중간 과정이었을까? 우리에게 대학교 교육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기업은 대학교가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대학교는 대학교가 신입사원을 기르는 곳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사상 최악의 실업률에서 허덕이는 대학생들은 이런 논쟁을 할 힘도 없어 보인다. 지금도 알바를 하고 스펙을 쌓느라 본인들이 받는 대학교 교육이 과연 어떤 가치가 있는지 생각할 틈이 없다. 


  우리는 대학교에 왜 가는가? 개인적으로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간다고 본다. 대학교를 안 나와도 숨을 쉬고 먹고살 수는 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이 학벌이 사사건건 한 개인을 따라다닌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도 일정 수준의 대학교를 졸업해야 그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 어떨 때는 마음에 드는 이성 친구와 차 한잔 하는 것도 불가능할 수 있다. 상대 쪽에서 대학교만 보고 퇴짜를 놓았기 때문이다. 가족, 친척, 친구들 사이에서도 어떤 대학교를 나왔는지에 따라서 대우가 현격하게 달라진다. 대한민국에서 한 개인이 어느 대학교를 나왔는지는 숨이 끊어질 때까지, 숨이 끊어지고 나서도 따라다닌다. 씁쓸하지만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렇다. 이를 어른들이 경험해 봤기에 내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대학교에 보내려고 그렇게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겠나.


  그런데 요즘은 대학교를 나와도 심지어 명문대학교를 나와도 취직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비싼 학비 내고 몇 년간 힘들게 공부해봤자 취직도 못하는데 대학교는 가서 뭐하느냐는 푸념도 들린다. 실제로 취업률이 어떤 대학교의 무슨 과를 선택하는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되기도 한다. <영혼이라도 팔아 취업하고 싶다.>는 제목의 책이 있을 정도이다. 그럼 대학교는 말 그대로 취업을 하기 위한 과정일 뿐일까? 만약 취업을 하지 못한다면 대학교 교육은 무의미한 것일까?


  국내에서 주한 미군들이 일으키는 사건 사고로 한국과 미국은 골머리를 앓았던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이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심지어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는 일도 발생했다. 피할 수도 있는 죽음을 목격한 국민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공무 중에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재판권은 미국에 있었다. 후에 열린 미 군사법정에서 배심원단은 공무를 행하던 중에 발생한 과실사고임을 이유로 무죄 판견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언론은 국민과 미국의 눈치만 보느라 바빴다. 국력이 약한 나라의 설움이 어떤 건지 깨달았다. 이 외에도 국내에 주둔하는 미군들과 관련된 문제들이 끊이질 않았다. 그때마다 미 사령관은 유감의 뜻을 전하고 추후 이와 같은 일의 재발을 약속했으나 병사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고참들이 사과하는 악순환은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한 부대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미군들에게 4시간 일찍 퇴근하게 배려해서 대학 교육을 받게 지원한 것이다. 그렇게 해당 부대원들은 평소보다 일찍 훈련을 마치고 대학교에 가서 공부를 했다. 그들이 대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했을까? 아니다. 우리나라에 온 미군들 중 대부분은 사실 우수한 인재들이 아니다. 미군들 중에서 우수한 병사들은 그들이 동경하는 파리, 영국, 일본 등의 선진국으로 가길 희망한다. 따라서 성적이 기준에 못 미치는 병사들이 뺑뺑이(?)로 한국에 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미국인들은 한국을 언제라도 북한의 핵이 날아올 수 있는 위험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어쨌든 대부분의 경우 한국에 온 미군들은 공부하는 데 별 관심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1년 후에 실험에 참가한 부대의 결과를 조사해보니, 대학 교육을 받은 부대원들이 이전보다 폭행, 약물, 음주, 성관련 범죄 등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트 병사가 아니라 평범한 병사들로 한 실험이라서 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은 성실하게 출석해서 집중해서 수업을 듣고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았다. 그저 훈련받는 것보다 편하니깐 대학교에 앉아서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엄한 처벌로 사람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보다 교육이 더 큰 효과가 있는 셈이다.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미처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교육의 가치가 아닐까? 물론 먹고사는 문제는 중요하다. 그러나 대학교 교육을 취업의 유무로만 판단하는 것은 교육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도 사회는 계속 대학교 이름으로 사람들을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부모나 주변 사람들 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학교를 보낼 때도 좋은 대학교에 가서 기죽고 살지 말라는 마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온통 그 마음뿐이라면 대학교 교육의 가치 중 일부만 바라보는 것이다. 앞에서도 확인했듯이 교육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다양한 과목에서 올바른 내용을 보고 듣고 배우면서 사람은 조금씩 느끼고 깨달으면서 변해간다. 만약 내 아이가 교육을 통해서 죽을 때까지 더 건전한 생각과 행동을 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게 된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금전적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일 것이다. 


  정리하면, 우리 아이들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 거의 모든 것을 희생한다. 그렇게 대학교에 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명문대를 졸업해도 취업이 안 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행복한 추억도 없이 공부만 했지만 실업자 신세가 되는 사회에서 대학교는 가서 무엇하느냐는 자조의 목소리가 들린다. 맞다. 이는 틀림없는 사회적 문제이다. 다만 취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학교 교육이 의미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교육을 통해서 직업을 얻는 것은 교육의 한 가지 측면일 뿐 교육의 모든 가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앞에서 확인했듯이 교육은 사람을 더 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이끄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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