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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철 Apr 30. 2017

59 대선 후보 교육 공약 분석 <2>

기호 3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이번에는 기호 3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교육 공약을 살펴보자. 다른 대선 후보들의 공약도 살펴보면 좋겠지만 시간 관계상 가장 높은 지지도를 받는 두 명으로 압축했다. 


1. 학제 개편


•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중장기 교육 정책을 위한 교육부 폐지 및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 입시 위주 교육 구조 해체하고 자율과 창의 중심으로 ‘5-5-2 학제 개편’


  먼저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중장기 교육 정책'은 모두가 표방해야 하는 지향점이라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다만 교육부 폐지 및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이를 실현할 유일한 방법인지는 좀 더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교육부가 많은 문제점들이 있으니깐 폐지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교육위원회도 나중에 교육부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일관성 있는 교육 정책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어떤 교육 정책을 왜 실시하는지 어떤 장점과 어떤 단점이 있는지 국민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정책을 실시한다면 다른 정권이 들어와도 특별한 명분이 없는 한 쉽게 바꿀 수가 없다.


  그리고 일관성이라는 것이 항상 좋은 것도 아니다. 요즘은 시대적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교육이란 어떻게 보면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배양시키는 역할도 가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회는 달라지는데 교육은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문제일 수도 있다.


  안철수 후보는 학제 개편을 공약하면서 흥행(?) 면에서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실효성에 대해서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판의 요지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교육 현장에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과연 6-3-3을 5-5-2로 바꾼다고 입시 위주의 교육이 없어지고 아이들의 창의성이 생길지도 의문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창의성 교육으로 바꾸자는 취지는 공감한다. 그러나 학제 개편을 통해서 이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실제로 이행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지금 대입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늘고 있다.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하고 독서, 봉사, 동아리 활동을 직접 하면서 깨닫고 느끼고 변화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시험형 엘리트에서 적성과 소질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을 대입에 반영하는 것이다. 


  평가의 객관성 부족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적어도 자료를 찾아보고 발표하고 보고서를 직접 정리하면서 아이들이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직접 무언가를 시도해보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창의력이 생겨나는 것이지 5-5-2로 바꾼다고 갑자기 아이들의 창의성이 샘솟지는 않을 것이다.


  

2. 교육비 부담 완화


• 학부모 부담 제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완전 무상교육 실시

• 저소득층, 소외계층, 지역별 학생 맞춤형 특성화 교육과 재정 지원


  정부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완전 무상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돈이 든다. 그 많은 재원을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 교육을 국가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유럽의 몇몇 나라의 경우 세금을 소득의 50% 이상 낸다. 그 재원을 바탕으로 교육, 의료, 노후를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다. 예전에 프랑스 총리 사르코지가 출마할 때 공약이 세금을 소득의 50% 까지 낮추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세금은 대략 10~20% 수준이다. 어쩌면 우리나라도 세금을 많이 걷어서 국가가 국방, 의료, 노후, 교육 등을 책임지는 모델로 갈 기회가 한 번 있었다. 박정희 정권이었으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빈부 격차가 커져서 과연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저소득층, 소외 계층을 도와주는 것은 찬성이다. 다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법의 허점으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별 학생 맞춤형 특성과 교육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예컨대 이천에는 학생들이 도자기 굽는 기술을 배우고 안동은 탈춤을 추는 방법을 가르치겠다는 것인가? 



3. 교육비 부담 완화


• 초·중·고 소프트웨어 교육 확대 등 4차 산업시대의 융합적 인재 양성

• 문화·예술·체육 교육 확대로 공감능력 개발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신장


  1차 산업혁명은 1800년대 증기기관과 철도의 개발로 인간과 동물이 짐을 나르는 고통에서 해방된 것이다. 2차 산업혁명은 1900년대 생산라인이 개발되면서 대량 생산을 통해 물건이 풍족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3차 산업혁명은 2000년대 컴퓨터의 개발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다. 손으로 몇 개월 동안 베껴 쓰던 것이 컨트롤+C 한 번 누르면 해결되었다. 4차 산업혁명은 2010년대 유비쿼터스 시대로 쉽게 말하면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언제나 인터넷에 접속되어 있는 것이다.


  이전의 1~3차 산업혁명이 100년 정도에 걸쳐서 진행되었던 것과는 다르게 4차 산업혁명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통신기술과 사회 전공 교수인 마누엘 마스텔스 박사는 "주요 기술의 변화가 일어나는 모든 순간마다 변화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자주 압도당한다." 즉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전문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최고 권위자인 클라우드 슈밥도 그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마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인류를 로봇화하여 일과 공동체, 가족 그리고 정체성과 같은, 우리 삶에 의미를 주는 전통적인 가치를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아니면 공동운명체 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동의 윤리의식의 세계로 인류의 수준을 높이는 데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할 수도 있다. 후자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의무다."  


  전 세계 최고 전문가들도 딱히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솔직히 시인하고 있다. 그런데 초중고 소프트웨어 교육으로 4차 산업시대 융합형 인재를 만들겠다고 하니 신뢰가 가지 않는다.  


  문화, 예술, 체육 교육 확대는 찬성이다. 예체능은 오랫동안 꾸준하게 하면 정서적 안정과 함께 다양한 사고를 경험할 수 있다. 예체능은 정답이 없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체능을 하면서 길러진 끈기, 집중력이 그 사람의 생활 전반에 긍정적으로 전이되기도 한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예체능 교육을 확대할 것인지 방법론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모두가 좋은 것을 알지만 어디서 어떻게 어떤 비용으로 할 것인지 논의가 발전하지 않으면 탁상공론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개인적으로 초중고 기간에 1인 1 악기, 1 운동을 꾸준히 장려하는 캠페인을 벌이면 좋겠다. 음악, 체육 시간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초중고 기간 동안 일주일에 2~3시간씩 한 가지를 활동을 꾸준하게 하면 해당 분야의 기본 실력은 닦을 것이다. 이러한 예체능의 감수성은 본인이 하는 분야에 다양하게 접목될 것이다.



4. 대입 선발 공정화


• 입시 공정성과 대학 선발 투명성·공정성 제고

• 학제 개편과 병행해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자격고사로 전환

• 학생생활기록부 내실화, 관리제도 개선


  입시 공정성과 대학 선발의 투명성은 당연히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자격고사로 전환하는 것은 찬성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정한' 수능으로 선발하자고 하는데, 문제는 수능이 현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길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신은 학교마다 편차가 존재하니 수능으로 전국의 대략적인 퍼센트를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하는 자격고사로 전환하는 것에 동의한다.

 

  대입은 공무원 시험과는 다르다. 선발이 최종 목적이 아니다. 교육은 "어떤 능력을 지닌 사람을 길러야 하는가?"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시험 문제를 잘 푸는 엘리트의 수요는 많지 않다. 남과 다른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창의성이란 것이 가르칠 수 있는 유형의 것이 아니다.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의 많은 문제들을 직면하고 고민하고 실패하고 이를 헤쳐나가면서 조금씩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적성과 소질을 배양시켜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를 공교육 정상화 과정과 함께 진행하면서 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전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부를 내실화 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내실화라는 것이 사람마다 입장이 다르다. 


  예컨대 교사가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봐주면 안 하려는 아이 신경 써주는 에너지를 차라리 열심히 하려는 아이에게 쏟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불만이 나온다. 반대로 공부 잘하는 아이를 집중적으로 봐주면 이번에는 소외된 사람들은 차별한다고 반발한다. 정답이 없는 이런 문제를 과연 안철수 후보는 어떻게 창의적으로 풀어낼지 궁금하다. 

 

  정리하면, 기호 3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교육 공약을 살펴보니 대체로 취지는 공감하지만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에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5-5-2 학제 개편은 선거 '전략'으로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효과는 더욱 의문이다. 안철수 후보의 최대 강점인 성공한 과학자의 이미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데 기대감이 들지만 실제 방법적인 면은 다른 후보와 차별성이 없다. 가장 현실적인 공약이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고 학생부를 더 공정하게 기록하도록 관리감독하겠다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이것만 잘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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