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2017년 5월 9일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다. 그리고 위기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대통령 후보가 정해졌다. 경제, 교육, 일자리, 북핵, 트럼프, 시진핑, 사드, 아베, 김정은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서로들 하겠다고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권력이 좋긴 좋은가 보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생업에 바쁘다 보니 대통령 후보들이 소개하는 정책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을 마련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도 경제 민주화가 정확히 무슨 의미이고 사드 배치가 대한민국 국익에 좋을지 안 좋을지 잘 모르겠다. 이 사람 얘기를 들으면 맞는 것 같고 또 저 사람 얘기를 들으면 그 사람도 일리가 있다. 그러다가 정책이 아니라 후보 또는 당의 호감도를 가지고 투표를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민들이 후보들의 공약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철저한 검증과정 없이 후보를 찍었던 결과가 어땠는지 지난번 정부에서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박근혜,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조윤선, 정유라 등이 본의 아니게 많은 국민들의 정치력(?)을 올려주었다.
이제 국민들은 더 꼼꼼한 잣대로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하고 있다. 여기서 한 번 더 삐끗하면 세월호처럼 대한민국이 처참하게 침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우리 모두 느끼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미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직 각 당에서 완전한 공약집이 나오지 않았지만 큰 방향은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보니 다른 공약보다 교육에 관한 정책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럼 각 후보와 정당에서 제시하는 교육 관련 정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과연 실효성은 있는지, 허황된 얘기로 헛된 희망을 불어넣는 것은 아닌지, 정말로 대한민국의 교육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만한 공약이 있는지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공약부터 확인해보자.
1. 고교 서열화
먼저 고교 서열화를 완전히 해소하겠습니다.
외국어고, 자사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습니다.
일반고와 특목고, 자사고 고교입시를 동시에 실시하겠습니다.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먼저 문재인 후보는 외고/자사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서 고교 서열화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외고/자사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해서 고교 서열화가 완전히 해소될지 의문이다. 그리고 현재 일반고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충분한 조사를 하고 정책을 낸 것일까?
현재 일반고 안에서 줄 세우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쾌적한 자습실은 전교 50등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이 자습실은 관리 선생님이 상주하고 있다. 나머지 아이들은 불편하고 소란스러운 자습실에서 공부해야 된다. 머 여기까지는 예전부터 있던 관행이라 넘어갈 수 있다고 치자.
자습실과 신발장 번호는 성적순으로 되어 있으며 전교 1~10등까지는 책상이 더 넓고 인강을 들을 수 있는 컴퓨터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느 자습실에서 공부하는지에 따라 낙인이 찍힌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예컨대 일반 자습실이 '한강실'이라고 하면 여기서 공부하는 애들을 '한강충'이라고 부른다. 어떤 학교는 성적에 따라서 기숙사 방을 배정해서 논란이 된 적도 있다.
그런데 고교 서열화만 문제일까? 더 큰 문제인 대학 서열화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문재인 후보는 대학 서열화는 지방 국립대에 교육비 지원을 인상하면서 해소하겠다고 한다. 이는 논의할 가치가 없어 보여서 다루지 않았다.)
물론 학교가 공부를 하고 평가를 하는 곳이니 성적에 따라서 대우의 차이가 존재할 수는 있다. 학교도 사람 사는 곳이니 어떻게 그런 문제가 없을 수 있겠는가? 문제는 점점 더 세분화시켜서 더 노골적으로 차별을 한다는 데 있다.
같은 아파트 브랜드에 사는 아이들끼리만 놀면서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와는 놀지 말라고 하는 이런 현상이 교실에까지 파고든 것이다. 지금은 수학여행도 경비에 따라서 가는 장소가 달라진다. 삼삼오오 모여서 경주, 제주도, 일본 등으로 각자 다른 곳으로 간다. 전교생이 함께 가는 수학여행의 모습은 이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까?
혹자는 이것이 산업화를 거치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다 같이 없을 때는 평등하지만 나라가 발전하면서 파이가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니깐 말이다. 그래도 학창 시절까지는 공부를 조금 잘 하나 못 하나 함께 하는 활동이 많았으면 좋겠다. 나중에 자본주의가 판을 치는 사회에 나와보면 그나마 평등했던 시절이 교복 입고 다녔을 때라고 떠올릴 텐데... 요즘 아이들은 그런 추억도 없을 같다.
어쨌든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는 반대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없애버리면 세상에 남아 있을 것이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런 고등학교를 세울 때는 나름의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설립 목적이 아니라 입시기관으로 변질된 것이 문제이다. 문제의 본질을 찾았으면 그것을 해결하면 된다.
예컨대 외고는 외국어에 특화된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고 중국어과를 지원한 학생은 대학교를 동일 계열로 지원해야 하는 규정이 있으면 어떨까? 지금처럼 어떤 외고가 판사 임용의 몇%를 차지했느니, 법조계를 꽉 잡고 있는 곳이 어느 외고 동문들이니 하는 현상은 사라질 것이다.
국제고도 해외 대학교 아니면 국제 사회를 연구하는 학과(인류학과/외교학과 등)로 진학해야 한다면 지금처럼 묻지 마 지원은 없어질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고교 서열화 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결되지 않을까?
2. 대입 전형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해도 대학에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학입시를 획기적으로 바꾸겠습니다.
대학입시를 학생부 교과전형, 학생부 종합전형, 수능전형, 세 가지로 단순화시키겠습니다.
수시 비중은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모든 대학에서 기회균등 전형을 의무화하겠습니다.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해서 대학에 갈 수 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그런 대학은 가기 힘들다. 학생들은 그냥 대학이 아니라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려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입을 학생부 교과, 학종, 수능으로 단순화시키는 것이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학생들이 주로 이 세 전형으로 대학에 간다.
수시를 줄이면 정시를 늘리겠다는 건데 정시는 수능으로 가는 전형이다. 획일적인 시험으로는 미래에 요구하는 능력을 키워주지 못해서 수시전형을 늘리는 것이데 다시 수능으로 돌아가자는 말인가? 수능 강사로서는 머 나쁘지 않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수능은 절대평가로 전환시켜서 자격고사화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수능 98점과 95점은 사실 아이의 '실력'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날의 컨디션, 문제를 풀어내는 '기술'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수'를 올리기 위한 소모적인 노력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수시와 정시 비율을 얼마나 조정할지는 아직 정확히 발표되지 않았다. 추정컨대 큰 무리 없이 소폭 조정하는 선에서 정해지지 않을까? 갑자기 수시 폐지, 정시 100% 또는 수시 100% 정시 폐지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대입은 일단 수시로 준비하고 수능은 패자부활전 성격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기회균등 전형은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가정, 다자녀 가정, 다문화 가정 같은 환경에서 공부한 학생들을 배려해주는 것이다. 좋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특권층 자녀들의 쉬운 입학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한 때 삼성 이재용 아들이 사배자 전형으로 국제고에 지원해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이재용 아들은 한 부모 가정으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합격을 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다른 합격생들이 기회균등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을 가난한 덕(?)에 대학에 들어왔다면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위화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상처도 지워질지는 의문이다.
이렇게 '결과'에 특혜를 주는 정책과 더불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과정'에서 지원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지방 소도시에 있는 학교에 지원을 더 해주는 방식이 있다. 교육 전문가 대입 전문가를 파견해서 학생들이 장기 계획을 가지고 꾸준히 대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과정에서 지원을 하면서 선발은 공정하게 뽑는 게 진정한 의미에서 사회 통합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3. 공교육 혁신
무너진 교실을 다시 일으키고 잠자는 학생을 깨우겠습니다.
공교육을 일으키고 사교육비를 줄일 혁신 대책입니다.
초등학교에 ‘1:1 맞춤형 성장발달 시스템’과 기초학력 보장제를 도입하겠습니다.
학생들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겠습니다.
중학교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절대평가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습니다.
자유학기제는 확대 발전시키겠습니다.
고등학교의 고교학점제를 실시하겠습니다.
교사가 수업을 개설하고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완전히 다른 교실이 열릴 것입니다.
초중고 모두에서 예체능 교육을 학과 공부 이상으로 더 넓히고 활성화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학입시에 반영되도록 유도하겠습니다.
또한 학생선수들이 공부와 운동을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너진 교실은 다시 일으키기보다 새로 짓는 게 낫지 않을까? 그리고 자는 학생을 깨우면 경험상 다시 자거나 시끄럽게 떠들어서 수업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초등학교는 1:1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하는데 교육은 1:1로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많은 학생들이 1:1 과외를 해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이 그 증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교사 일인당 학생 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사의 마음이다.
똑같은 반을 A교사가 가르치면 학생들 수업 태도가 좋고 성적이 오르지만, B교사가 가르치면 학생들 수업 태도가 안 좋고 성적이 떨어진다. 교사의 지식이나 외부적인 조건도 중요하지만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마음으로 가르치는지이다.
제도적인 변화와 더불어 교사가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게 변화시켜야 하는데 이건 정말 어려운 문제다. 어떤 연수를 들었다고 해서 갑자기 교육에 대한 헌신적 소명감이 샘솟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사의 마음속에 연금과 방학이 아니라 정말로 아이들을 위해 24시간 헌신하겠다는 마음이 없다면 백약이 무효할 것이다.
중학교 일제고사 폐지는 찬성한다. 절대평가는 중학교보다 고등학교가 시급한데 일단 중학교부터 시행해보면서 정책을 다듬어간다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자유학기제는 아이들의 적성과 진로 탐색기간으로 잘 활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또 다른 사교육 유발이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어쨌든 시대적 상황과 대입 전형을 고려하더라도 자유학기제는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맞다.
고교학점제는 외국처럼 학생이 듣고 싶은 과목과 수준에 맞게 선택해서 듣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남이 시켜서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야 하니 자발성과 적극성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껏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하던 아이들이 갑자기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을까? 만약 무슨 과목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이 넘쳐나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학교마다 과목, 진로 상담 교사들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그리고 학교마다 과목을 선택하는 온라인 시스템도 설치해야 한다. 대학교 때 해봐서 알겠지만 인기 있는 과목은 1초 만에 정원이 다 차기도 하고 서버가 다운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듣고 싶은 과목이나 들어야 하는 과목을 선택하지 못한 학생은 어떻게 할까?
더욱이 수학을 가르치는 A, B, C 세 명의 선생님이 있는데 모든 아이들이 B선생님 수업을 듣고자 한 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수강 신청에 성공한 학생들은 B 선생님 수업을 듣고 나머지 아이들은 억지로 A, C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것이다. A, C 교사들은 아이들이 본인을 선택한 게 아니라 떠밀려 온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을까? 교사는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할까? 공약대로 '완전히 다른'교실이 열릴 수도 있다.
초중고 예체능 교육 확대는 찬성이다. 하지만 이를 대입에 연결시키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도 예체능 입시는 비리로 얼룩져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리고 학생선수들이 공부와 운동을 함께 하도록 하겠다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그 방법이 궁금하다.
정리하면,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선거의 공약 정책을 살펴보니 실효성이나 참신성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교육 현장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급하게 생각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교과서에 있는 뻔한 말이나 외국의 사례를 나열해 놓은 것 같았다. 물론 대통령 후보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없다. 교육 공약은 문재인 후보 아래에 있는 교육 정책 실무자들의 작품(?)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실제 교육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공약을 좀 더 다듬어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