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배우를 참 좋아한다. 누가 연기를 잘하고 못하는 지를 판단할 정도로 연기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나, 박정민 배우의 연기를 볼 때만큼은 배역에 빠져드는 느낌을 받는다. 일전에 봤던 예능에서 밝힌 MBTI가 나와 같은 INFP여서 가산점이 붙었는지도 모른다.
'전, 란'은 정말 재밌었다. 최근 '조커: 폴리 아 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처럼 심오한 영화들만 보다가 스타일리시한 액션과 시원한 전개의 영화를 보니 더 재밌게 느껴졌다.
이 영화를 음식에 비유하자면 파인 다이닝에서나 볼 법한 디테일하고 재료 맛에 충실한 메뉴라기보다는 정말 맛있는 미국 본토 스타일 햄버거 집에서 자극적이고 육즙 가득한 햄버거를 먹는 느낌에 가까웠다. 평소 영화의 짜임새와 고증과 같은 재료들의 '본연의 맛'에 집중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의 빠른 전개와 액션이라는 다소 센 간으로 지워진 재료의 맛들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끝까지 간다', '베테랑'처럼 짭짤한 간의 영화들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맛있는 메뉴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동시에 주변 인물들에 대한 서사가 불친절했기에 정돈되지 않은 느낌은 있었다. 그러나 두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긴장을 푼 채 영화를 따라가면 크게 신경이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이러한 '간이 센' 영화들은 일상의 걱정들에서 벗어나 극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비록 이런 영화들의 여운은 영화가 끝나면 금세 휘발되지만 가끔은 이런 느낌도 좋다.
너무 짠 음식만 먹으면 내성이 생겨 다른 재료의 맛을 느끼지 못하니 가끔씩만 보는 걸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