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로서의 포부

    처음 작가가 됐다는 걸 알았을 때는 어안이 벙벙했다. 자다 깬 상태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천천히 잠에서 깨며 상황을 확인했을 때, 기억나는 경험 중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벅차도록 기뻤다. 부모님에게는 여기서 잘하면 종이책을 내는 작가가 될 수도 있다며 우쭐거렸다. 다음 해까지 진로를 고민하다 뚜렷한 길을 찾지 못하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가족들과 약속했기에에 이 소식은 내게 더 기쁘게 들려왔다.

어렸을 때부터 작가에 대한 막연한 꿈이 있었으나 다른 사람들의 글과 내 글을 비교할 때마다 좌절했다. 그러다 군대에서 일기 형태처럼 쓰던 블로그 글을 브런치에서 쓰면 좋겠다 싶어 작가에 지원했다. 입대 전에도 작가를 지원했지만 떨어졌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꿈에만 그리던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니 아이디어가 지렁이처럼 머릿속을 꿈틀거려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내 이야기를 담은 책도, 평소에 써둔 단편들을 묶어 단편집을 내는 일도 모두 다 불가능은 아닐 거란 생각에 들뜨는 기분이 감춰지지 않았다. 서울의 큰 서점에서 내 책이 베스트셀러에 걸려 있는 모습도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렇게 첫 글을 썼다. 반응이 없던 블로그와는 달리 내 글에 하트가 쏟아졌다. 순식간에 5개의 하트를 받은 것이다. 금방 꿈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친김에 써보고 싶었던 장편도 연재하기 위해 준비했다.

다음날이 되자 풍선처럼 부풀어 있던 내 기대는 천천히 바람이 빠져갔다. 내게 하트를 누른 작가들의 글을 봤다. 그들의 글을 보면 내 것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내 글에는 그 작가들만큼의 수려한 묘사도, 좋은 상상력도 없었다. 누구라도 가지고 있을 상상력과 누구라도 쓸 수 있는 투박한 묘사의 합이 내 글이었다. 같은 브런치 작가라고는 하지만 뛰어넘을 수 없는 격차가 존재했다.

내겐 빈번한 경험이다. 무언가를 도전하려고 해도 그 분야의 고수들에게 기가 잔뜩 죽어 금세 포기한다. 그러고는 '도전했다면 분명히 실패했을 거야'하며 '전략적 후퇴' 한 셈 친다. 단 한 번도 뜨겁게 도전해 본 적 없다. 그럼에도 세상은 내게 벌을 주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살아가다 적당한 기업에 들어가거나 공무원이 되어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번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다. 이 것만큼은 다른 길이 없는 듯 몰두하고 싶다. 실패하더라도 후회 없이 노력했다며 씁쓸하게나마 웃어 보이는 내가 보고 싶다. 제대로 시작도 안 한 채 간절하지 않았던 것처럼 날 속이며 찝찝하게 발을 빼고 싶지 않다. 브런치에서 꼭 성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