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도 우울감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런 제목을 다는 것 자체가 실제 우울에 빠진 사람들을 조롱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안다. 그러나 다른 의도는 없다. 패션 우울증이라는 단어에 대한 고찰을 쓰고 싶을 뿐이다.
예전에 비하면 우울이란 감정은 많이 친숙해졌다. 예전에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을 떠올리면 눈물로 인해부은 눈과 함께 짙게 내려앉은 다크서클, 침울한 눈빛 같은 전형적인 모습이 그려졌다.
여러 미디어를 통해 우울의 모습을 접한 요즘은 우울증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을 안다. 세상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깔깔대며 웃기도, 한심할 정도로 게을러지기도 하는 것을 말이다.
덕분에 우리는 우울증 환자들에게 관대해졌다. 우울증의 원인이 환자에 있지 않음을, 마치 감기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임을 이해하게 됐다.
그러나 우울이란 단어가 우리와 친숙해질수록 우울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진 건 아닐까 불안해진다. 몸이 아픈 느낌이 들 때 내 증상을 인터넷에 검색해 본 뒤 증상이 암 증상과 똑같은 것을 보고 지레 불안해져 서둘러 병원에 간 적이 더러 있다. 물론 불안을 안고 병원에가보면 대수롭지 않은 감기였다.
도처에 깔린 ‘패션 우울증’도 우리 사회에 그런 작용을 할까 불안하다. 충분한 휴식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으로 해결될 감기 같은 마음들이 ‘우울증’이라는 큰 병으로 커지는 것 같달까.
반대로 심한 우울에 휩싸여 사회에 나갈 엄두도 못 내는 사람들이 사회에 만연한 우울에 위로를 얻을 수도 있다.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