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소파에 나란히 앉아 저건 너무 억지다, 백강혁 진짜 멋지다, 와 진짜 의사들 힘들겠다, 두런두런 얘기하고, 기름진 명절 음식으로 배가 불러도 빵을 집어먹고 귤을 까먹으며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오랜만에 느꼈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중증외상센터에게 정말 고마웠다. 그러나 작품 자체에는 만족하지 못했다.
전개는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와 같다. 비겁하고 추한 모습만을 보이는 쫌생이 악역과 백강혁이라는 무한 선역의 대립, 신은 늘 승자의 손을 들어준다. 승리를 만끽하는 백강혁과 그의 동료들.
극의 속도는 정말 빨라서 잠깐이라도 화장실에 갔다 오면 이미 사건은 끝나고 다른 대립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그렇기에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에 빨려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억지라고 느껴질 만큼 극단적인 부분이 있었다. 주인공에게 늘 불만을 품고 있던, 그러나 그렇게 큰 위협은 되지 않으리라 싶었던 기조실장은 헬기 소리가 시끄럽다는 것을 계기로 소방청장과 접촉해 헬기 이용을 막는다. 전까지는 비겁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병원의 이윤 추구를 위해 힘을 쓰는 사연 있는 인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장면을 빌미로 기조실장은 그저 백강혁이 마음에 들지 않아 1차원적으로 그를 방해하기만 하는 멍청하고 평면적인 인물이 된다.
백강혁에게도 정이 가지 않았다. 이미 의사로서의 고심을 끝내고 모든 성장을 끝낸 그는 그저 숭배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주인공이 성장해 나갈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는 내게 그는 너무나도 먼 존재였다. 어떤 고난이 닥쳐도 그저 백강혁이면 해결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늘 들어맞았다.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의 병폐에 대해선 나도 알지 못하는 주제였기에 '이런 어려움이 있구나'하며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마저도 평면적인 인물들과 클리셰로 범벅이 된 이 드라마는 과하다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