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 제작소(21화)

고태식의 일본유학

by MRYOUN 미스터윤

며칠 동안 석재의 행방을 찾던 병철은 결국 초가집에서 노인이 말한 것처럼 친구 석재가 짐승에게 잡혀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더 이상 석재를 찾는 미련을 갖지 않기로 했다. 대신 저잣거리에 붙어 있던 유인물의 은화 50전의 포상금을 잊을 수 없었기에 여인을 찾는 것에 집중하기로 하고 그녀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하여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병철을 미행하던 철호는 그가 찾는 사람이 석재가 아닌 일본군 장교 요시무라의 살인 용의자인 벽에 그려져 있는 여성을 찾는 것임을 알게 되었고 철호는 이를 태식이에게 전해 주었다.


또한 석재의 행방을 알아보도록 요청했던 용식이 며칠간 치안부 건물 앞에서 허름한 차림의 사람이 오고 가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는데, 주병철과 비슷한 자가 치안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이를 수상하게 생각하여 곧바로 태식한테 전보를 보낸 것이다.


다음 날...


철호는 용식이한테 온 전보를 곧바로 태식한테 전달했다. "도련님, 지난주에 도련님의 지시로 떠났던 용식이한테 전보가 왔습니다." 태식은 말했다. "그래? 그럼 갖고 들어오시게나"


그렇게 태식은 전보의 내용을 읽어 보았다. - 태식 도련님, 지시하셨던 주병철이라는 자는 최근에 일본 치안부에 다녀갔습니다. 아무래도 친구분의 일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싶어서 전해 드립니다. -


태식은 철호에게 말했다. "철호, 자네가 어제 내게 알려준 것은 주병철이라는 자가 석재에 대해서 더 이상 묻지 않고, 은화 50전의 포상금이 걸려있는 살인 용의자인 웬 여인의 단서를 찾아다닌다고 하지 않았나?"


철호가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초가집에 거주하는 노인을 만난 뒤에 친구분 찾는 것을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노인으로부터 석재 씨가 짐승에게 잡혀 먹힌 것 같다고 얘기를 듣고 난 뒤부터 더 이상 찾지 않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태식은 말했다. "그렇군... 그런데 만약 석재 찾는 것을 포기한 상황에서 치안부에 들락 거린다면, 그것은 포상금이 걸려 있는 그 살인 용의자인 여성에 대해서 뭔가 단서를 찾았다는 것이 아닌가?", "그 치안부 안에서 도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난 지 참 궁금해지는군... 철호 자네는 용식이를 찾아가서 집으로 돌아오라고 전해주게"


태식은 이제 석재와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의문의 여성에 대해서 자신의 식솔들에게 시키지 않고 직접 친척 형인 고신국을 만나기로 했다. 그를 통하면 좀 더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알아낼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다.


그렇게 걸어서 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에 고가의 한옥 저택에 살고 있었다.


고태식은 사촌 형을 만나게 된 지 거의 1년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궁에서 일하다가 나온 뒤에는 매년 한 번씩 가족들 모임에서 얘기하는 사이가 되었다.


고신국의 집에 도착하여 문을 두드렸다. "형님, 저 태식입니다.", 고신국이 집에서 정원 있는 마당을 나와서 현관문까지 직접 나왔다. "오, 태식이 자네. 어쩐 일이신가?"


태식은 말했다. "형님에게 제가 상의드릴 게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신국이 대답했다. "그래? 내게 상의를 할 것이 있다고? 그게 무엇인가? 내 자네의 얘기면 밤새도록 들어줄 수 있네...", 평소 태식과의 관계는 그들의 아버지들이 친한 관계처럼 돈독했다.


태식이 말했다. "실은 제 친한 친구가 거의 석 달 동안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저희 집 하인들을 시켜서 수소문을 해 본 바에 의하면, 저기 산에서 짐승에게 잡혀 먹혀서 죽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왔지 몹니까?", "이거 원 제가 너무 답답하고 궁금해서 형님께 도움을 요청하고자 오지 않았겠습니까..."


신국이 말했다. "그래? 그 친구라는 자의 이름이 무엇인가?" 태식이 대답했다. "그 친구이름은 '석재'입니다."

신국이 대답했다. "석재? 흔한 이름이군... 혹시 그 친구의 특이한 점이 있는가?"


태식은 말했다. "음... 그게... 저와 보통학교 때부터 죽마고우였는데, 술을 참 잘 마시고 좋아했습니다."

신국은 말했다. "아... 그런 것 말고,... 그 친구만 갖고 있는 특이한 점이라든가 아님 외모에 흉터라든가..."

태식이 말했다. "형님, 정말 죄송하네요. 그 친구는 외모도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평범하게 생겼습니다."


신국은 아무리 사촌 동생이라도 사람을 찾아주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득 며칠 전에 경기 남부로 박무열 동생 故박현주양의 사건으로 갔다가 석재라는 이름을 들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신국이 이어서 말했다. "태식, 혹시 그 석재라고 하는 친구가 이 강원도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는가?", 태식이 대답했다. "뭐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 친구가 제 심부름을 하려고 산 부근까지 갔다가 짐승에게 잡혀 먹힌 것인지 어떤지 모를 정도로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기 때문입니다."


신국이 대답했다. "태식 자네... 이것은 내가 사촌동생이니까 말해주는 것인데, 절대 비밀로 해야 하네...", "내가 요 며칠 전에 나와 절친인 박무열의 여동생이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경기 남부에 갔었다네...", "다름 아닌 일본군이 쏜 총알에 맞고 그 여동생이 죽었고, 그때 의병들과 군인들이 함께 일본군과 싸웠는데, 일본군 대부분은 그날 사살되었다고 하더군..."


신국이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그때 대장으로 싸웠던 자가 '석재'라는 이름을 불렀던 기억이 나네..."


태식은 대답했다. "뭐요? 정말 일본군과 싸워요?", 신국이 말했다. "목소리를 낮추시게나... 이 집에 하인들이 많으니, 조용히 대답해야 한다고..." 신국은 고개를 좌우로 돌려보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계속 말을 했다. "그런데, 그 자가 태식이 자네가 찾는 석재라는 단서도 없단 말이지..."


태식은 말했다. "그렇죠. 매일 틈만 나면 술이나 먹고 저와 밤새 얘기다 하다가 집에 들어가 늦은 시간까지 자는 친구가 일본군이라니...", "제가 형님께 괜한 것을 문의한 것 같네요."


신국이 말했다. "아닐세. 내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아, 그리고 친구 박무열은 조만간 다시 경기도로 갈 모양이더라고... 아무래도 자신의 친동생이 그렇게 죽고 유골이 그 지역 부근에 묻어주었으니, 당분간은 거기에서 지내게 될 것 같아 보이더라고...", "혹시 석재에 대한 행방이 궁금하면 그 친구가 갈 때에 같이 다녀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참 슬프고 답답한 사건이라... 애, 나도 그 친구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네..."


태식은 말했다. "형님 알겠습니다. 석재에 대해서는 제가 고민하고 결정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 저잣거리에 벽에 유인물이 하나 붙어 있었는데,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여인이 일본군 장교를 죽였다고 의심을 받는지 포상금까지 걸려있다고 하더군요."


신국은 말했다. "저잣거리에 일본군 장교 살해 용의자 포상금?", "아니, 내가 저잣거리를 다닐 일이 많지 않아서 말일세...", 태식은 말했다. "그 여인이 장교를 죽인 시기와 저의 친구 석재가 행방불명된 시기와 거의 비슷한 것 같은데, 도무지 연관성을 찾지 못해서 혹시나 형님이 뭐 아는 부분이 있나 싶었습니다."


신국이 대답했다. "이보게... 내가 무슨 정보통인가.? 나한테 물어본다고 다 알 수는 없어... 특히 일본군 장교가 살해된 사건은 더군다나 일본 치안부에서 관할하고 조사하고 있을 텐데, 내가 무슨 수로 알 수 있겠나..."

태식이 말했다. "그렇죠? 제가 너무 형님의 정보력을 과신했나 봅니다. 하하..."


신국이 말했다. "일본 치안부에 기자로 드나드는 잘 아는 동생이 있는데, 내가 함 알아보도록 하지..."

태식이 대답했다. "네, 형님 감사합니다. 저도 추후 도움을 드릴 일이 꼭 있을 겁니다."


신국이 말했다. "그래... 아 자네가 그림을 다시 그린다고 들었어. 작은 아버지가 지난번 내게 말씀해 주시더라고... 태식이가 궁에서 나온 뒤에 그림에 빠져 살아서 걱정이 되신다고... 하하..."


태식이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고민이 많습니다. 죽마고우인 석재도 없어서 술친구도 없고 해서 저도 일본에 가서 조용히 미술공부나 하고 들어올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국이 말했다. "공부? 좋지... 자네가 일본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돌아오면 내가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해 줄 테니, 이왕 그림 시작한 것 열심히 해 보게..." 태식은 신국의 격려에 힘이 되었다.


고태식은 고신국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집을 나왔다. 그리고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태식은 일본 유학에 대해서 다시한번 고민하게 되었다.


"이제 정말 때가 된 것인가.? 그런데 도대체 석재 이친구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면서 집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연재소설 '악보제작소(제22화)'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