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양악원
백호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고신국과 걸어가면서 얘기를 했다.
고신국은 말했다. "백호 대장님, 제가 웬만해서는 이곳 일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저의 절친인 무열이와 동생 태식이도 모두 이곳에 있다 보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일본군, 일본경찰 상황을 아는 동생들을 통해 들어보았습니다.", "중요한 정보가 될 것 같아서요..."
고신국이 이어서 말했다. "아시다시피 저는 지금 강원도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성(서울)에서 일어나는 소식들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일본군 본부에 병사 둘이 찾아왔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챙겨 온 물품들 중에 악보책이 있었고 그것을 본부에서 근무하는 대위 한 명에게 전달했는데, 그때에 마쯔다라는 소위가 그 악보책을 단 하루 만에 분석을 하고 내용을 그대로 대위에게 전달한 뒤, 그 위 친황 친위부대 소속 대장에게 전달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에 전 지역에 해당 내용을 전 부대에 전보와 통신으로 공유했다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 명의 병사는 8 연대 소속의 병사들이었다고 합니다."
백호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요? 아... 이제 기억이 나네요...故박현주 양이 죽던 날에 말을 타고 도망간 일본군 군인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경성까지 가서 악보책을 전해준 것 같네요. 수레에서 떨어졌을 겁니다."
백호는 그 악보에 대한 암호 해독으로 인해서 수왕산까지 쳐들어간 일본인들로 인해서 수왕산 성주와 그 식솔들이 모두 북으로 이동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백호는 말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네요. 앞으로 5일 뒤에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일본군들이 암호를 해독하고 말았으니, 모든 작전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네요..."
고신국은 대답했다. "백호 대장,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갑자기 고신국 말에 백호가 놀라며 쳐다봤다.
고신국은 말했다. "아... 참 제가 계속 개입을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만약 시간이 남아 있다면, 악보를 자체적으로 다시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백호가 말했다. "악보를 다시 제작하다니요?"
고신국이 말했다. "지금의 악보는 암호가 해독이 되었다고 하니,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본군들은 이 악보를 사용해서 조선인들이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오히려 더 잘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즉, 지금 일본인 손에 들어간 악보는 교란용으로 사용하면 될 것입니다."
고신국은 이어서 말했다. "이제부터는 진짜로 사용되어야 할 악보를 새롭게 제작하셔서 배포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일본군의 마쯔다와 같은 자들이 쉽게 해독할 수 없도록 제작해야 할 것입니다."
백호가 말했다. "해독이 어려운 악보를 제작한다고요?, 지금 저희들에게는 천리안과 같은 임무를 해 줄 사람이 없는데요... 남은 기간이 5일입니다."
고신국은 말했다. "아,... 그러니까요. 제가 도와드리면 또 너무 깊게 개입하게 되는 건데..."
백호가 말했다. "신국 씨는 이미 아주 깊게 개입하고 있으신 거예요. 저희 단원이 되셨네요."
고신국은 대답했다. "그러게요, 오늘 여기에 오는 것이 아니었네요...", "이따가 방문해야 할 경기양악원 소속
연주자들 중에는 항일 성격이 강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 제가 아는 몇 명을 오늘 밤에 만날 겁니다."
백호가 말했다. "그래요?, 그들과 만나서 어떤 얘기를 하실 건가요?" 고신국이 대답했다. "애국적인 활동에 관심 없는지를 우선 물어볼 예정이며, 관심이 있다면 제가 내일 그들과 함께 아침에 이곳으로 다시 들릴 겁니다.
백호가 말했다. "제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고신국이 말했다. "현재 제작된 악보를 파기시키고 새로 인쇄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악보에 추가작업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일에는 저의 사촌동생이 같이 도와줘야 할 것이고요.", "내일 아침에 순조롭게 진행되면 태식이에게는 그때 따로 얘기하겠습니다."
고신국이 말해다. "그럼 저는 태식이와 잠시 얘기를 하고 이동하겠습니다."
그렇게 백호와 만난 고신국은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고 정혜영과 함께 차를 타고 경기양악원으로 떠났다.
오후 4시 정도가 되었을 때, 고신국이 운전한 차는 경기양악원 입구에 도착했다. 그리고 양악원장이 차가 주차되는 것을 보고 인사를 하러 나왔다.
양악원장인 여성이 말을 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고신국 사장님!"
고신국이 차에서 내리면서 대답했다. "아, 안녕하세요. 박희숙 원장님이시죠?"
박희숙 원장은 자신을 소개하면서 말했다. "네, 박희숙입니다. 경기양악원에서 5년째 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고신국은 함께 온 정혜영을 소개했다. 정혜영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정혜영입니다. 바이올린 연주자입니다."
고신국이 박희숙 원장에게 말했다. "이번 11월 말에 열릴 음악회에서 정혜영 씨가 연주자로 무대에 서게 될 예정입니다. 연주곡 중에 두 곡이 첼로와 피아노가 협주할 예정인데 연주자를 미리 만났으면 해서요."
박희숙 원장은 고신국에게 말했다. "음, 지금 그 연주자들은 연습 중이라서 아마도 한 시간 정도는 기다려 주셔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신국은 기다리겠다고 했다.
박희숙 원장이 말했다. "혹시, 고신국 사장님과 정혜영 바이올리니스트와는 어떤 관계이신지요? 정혜영이 말했다. "여기 고신국 사장님은 저의 음악 후원자이십니다. 마찬가지로 피아노, 첼로 연주자를 찾고 있으신데, 그분들도 후원받게 되실 겁니다."
박희숙 원장이 말했다. "아, 그렇군요. 일종의 스포~언서가 되어주시는 거네요..."
고신국이 말했다. "네, 저의 소개를 하실 때에 스폰서라고 부르는 게 맞겠네요. 후원자..."
정혜영과 고신국은 독일에서 만났다. 그리고 정혜영이 연주회에 고신국이 초대장을 받고 갔었고, 바이올린 연주에 매료되어서 그의 연주회가 열릴 때마다 관객으로 참석했었다. 그렇게 서로 알게 되면서 대한제국의 선왕시절 궁 안에서 연주하는 자리를 만들어서 왕손(王孫)에게도 그의 연주가 알려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 시간이 지났을 때, 피아노 연주자와 첼로 연주가 연주홀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평소 이 경기양악원 소속의 연주자들로서 함께 정기적으로 연습을 하던 사이였다.
박희숙은 두 명의 연주자에게 고신국을 소개했다. 고신국은 이들과 잠시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여 박희숙 원장이 잠시 나간 사이에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정혜영도 함께 있었다.
정혜영이 먼저 인사를 했다. "제 이름은 정혜영입니다. 저희는 이미 한번 만났던 적이 있어서..."
고신국은 말했다. "피아노 연주자분의 성함은 최민영, 첼로 연주자분의 성함은 윤지숙. 맞지요?"
최민영과 윤지숙은 좀 놀란 표정이었다. 오늘 처음 본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정혜영이 말했다. "고신국 사장님, 머리가 참 좋으신데요? 어떻게 제가 한번 알려드렸는데, 정확히 이름을 기억하고 계셨네요." 고신국이 대답했다. "제가 지능이 좀 높은 편입니다. 실은 제가 두 분에게 이미 이틀 전에 전보로 연락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일종의 테스트였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최민영은 말했다. "네, 그 테스트 풀었습니다.", 윤지숙도 말했다. "네, 저도 풀었습니다."
고신국이 정혜영에게 말했다. "혹시 정혜영 바이올리니스트도?"
정혜영이 말했다. "네, 저도 당연히 풀었습니다."
고신국이 모두에게 말했다. "음, 좋아요. 그럼 제가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고신국은 말했다. "최민영 씨에게 제가 뭐라고 보냈던가요?"
최민영은 대답했다.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고신국은 말했다. "그럼 윤지숙 씨에게 제가 보낸 것은요?"
윤지숙이 대답했다.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 그다음으로는 정혜영이에게 물어볼 것이라고 생각하고 정혜영이 대답했다. "피었네 피었네 우리나라 꽃", 고신국이 말했다. "네, 모두 정확히 맞췄습니다."
그렇다. 고신국은 악보에 대한 해독이 가능한지를 놓고 세 사람에게 미리 전보를 사용하여 '무궁화' 악보를 암호화해서 보냈던 것이다. 고신국은 마쯔다가 악보를 해독했다는 소리를 듣고 자신이 암호화된 악보를 입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백호와 함께 있던 태식에게 전보를 보내서 악보의 일부를 입수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서 직접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영문으로 된 해독과 더불어 한글로의 암호화 방법까지 직접 만들어서 역으로 해독하는 방법까지 단 하루 만에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방법을 연주자들에게 테스트를 위해 보냈던 것이며, 그 문제에 대해 답안을 확인하려고 직접 강원도에서 경기지역까지 차를 운전해서 온 것이다. 그리고 악보제작을 위해서 영입하기 위한 제안을 하고자 한 것이다.
최민영이 말했다. "고신국 사장님, 그런데 그 보내주신 악보는 기존의 악보와 다른 점만 확인하고 그것들에 여러 가지 조합하면서 단어나 숫자, 글자로 전환하면 저희 같은 연주자들은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신국은 대답했다. "네, 그렇기 때문에 밀지를 보내기 위한 용도로 너무 쉽지도 않고 또 너무 어렵지도 않은 상태로 만들어서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악보가 의도하지 않게 원하지 않는 그 누군가에게 전달이 되면 그들이 이 것을 금방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암튼 그렇습니다."
고신국은 계속 이어서 최민영과 윤지숙, 그리고 정혜영에게 말했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음악활동하는 데 있어서 제가 후원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전에 세 분에게 물어볼 게 있습니다. 애국에 관련한 일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함께 할 의향이 있으신지요? 이 일은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 할 수도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최민영과 윤지숙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을 했다. 그리고 정혜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을 했다. "저의 사촌언니도 비슷한 상황에서 애국을 위한 일에 도모하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저 역시 함께 하겠습니다."
정혜영의 사촌언니는 정옥희였다. 정혜영은 정옥희가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고신국이 말했다. "네, 좋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에 저와 함께 이동해야 합니다. 혹시 가능합니까?"
세명 모두 가능하다고 대답했고 오전 8시에 경기양악원 1층에서 기다리면 차로 태우고 출발하기로 했다.
고신국은 다시 박희숙 원장을 만나서 말했다. "원장님, 11월 말 연주회에 이 두 분과 함께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분들을 후원할 예정입니다. 원장님이 연주회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제가 지원하겠습니다."
박희숙 원장은 말했다.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오셨는데, 차라도 대접을 하지 못하여 송구합니다."
고신국은 말했다. "아닙니다. 11월 말에 저희 연주회 각별히 신경 써 주시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렇게 고신국은 세 명의 연주자들과 약속을 하고 나서 헤어졌다.
그리고...
연재소설 '악보제작소(제40화)'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