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국의 별장
비서와 함께 걸어 나온 황제국은 사위 공현수를 보면서 말했다. "우리 사위, 그 간 잘 지내셨나요?"
순간 현수는 장인인 황제국 사장의 카리스마스 앞에 몸이 뻗뻗하게 굳어져 있었다.
현수가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장인어른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황 사장이 말했다. "아이고, 바쁜 사람이 연락을 못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나도 20년 전에 정신없이 바빠서 가족들과 자주 연락 못했어...", "내 오늘 두 가지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자네를 오라 했는데..."라고 황 사장이 얘기했다.
황제국이 말한 두 가지가 뭘까. 공현수는 궁금해졌다. 이어서 황 사장이 말했다.
"한 가지는 지금 J.K엔터테인먼트의 사업의 글로벌시장 확대를 위해서 뭔가 좀 핫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 같거든...", "가령, 지난 몇 년간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VTS 같은 팀이 다시 만들어지기 위한 새로운 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거든" 황제국은 유럽 지역에서 아이돌을 만들기 위해서 언급을 한 것이다.
이어서 말했다. "한국의 K-Pop 열풍이 워낙 높아서 진입 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잘 알지...", "그러나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내가 자금은 투입할 생각이야... 우리도 V-Pop이라는 것을 한번 만들어봤으면 하네"
현수가 대답했다. 사업적인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므로 호칭을 변경해서 말했다. "회장님, J.K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아이템에 대해서 저희 임원들과 최근 논의를 하였고, 몇 가지 제안을 받은 사항에 대해서 검토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현대식 악기를 활용하여 새로운 장르의 밴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기존 아이돌은 댄스그룹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춤 이외의 퍼포먼스 연출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황제국이 말했다. "그룹사운드를 만들자는 건가? 일렉기타를 들고 나와서 하는 헤비메탈 록 그룹은 지금 이곳에도 많이 있어... 그건 좀 구 시대적이지 않아? 우린 2025년에 살고 있다고" 약간 비아냥 거리는 듯 말했다
현수가 부연설명을 한 것이다. "회장님, 여기서 말하는 악기는 기존처럼 기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클래식 악기를 사용하고 연주자들의 의상과 연주곡을 현대화시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크로스오버 그룹을 말하는 것입니다." 황제국은 이번에는 끝까지 듣고 말을 끊지 않았다.
황제국이 대답했다. "음, 자네가 바이올리니스트였다는 것을 내가 순간 잊고 있었네... 그렇다면 차별화는 있어 보이겠군, 아마도 자네의 유명했던 전성기의 모습이 반영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네만. 그럼 한 번 추진해 보도록 하지. 진행상황과 예산비용을 뽑아서 1주일 후에 여기로 와서 보고하도록 해보게"
현수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을 했다.
그리고 황제국이 말을 이어갔다.
"두 번째는 자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든...", "우리 딸이 자네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은 잘 알 거야. 그런데 얼마 전에 내게 찾아와서 이런 얘기를 하더군.", "나도 전혀 몰랐던 내용이라 좀 확인이 필요해서 자네가 직접 얘기하는 것을 듣고 싶네."
현수가 말했다. "회장님,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실은 제가 지금의 와이프 황미경 씨를 만나기 전에 두 달 정도 만났던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애를 하던 중 임신을 했고 결국 저희 엄마의 반대로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여성은 한국에 들어가서 이후에 아이를 낳아 키운 것 같고요. 회장님 따님을 만난 후에는 단 한 번도 연락을 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따님이 알고나서부터 부부사이에 갈등이 생겼습니다."
황제국이 말을 했다. "음, 참으로 안타까운 사실이군. 하지만 자네는 여기에서 아이 둘을 낳아 키우는 가장이야... 그런 일로 인해서 착한 내 손녀 윤서가 한국으로 들어간 건가? 아이고 참 어리석은 사람이군... 그렇지 않아도 미경이에게 그러한 얘기를 듣고 사부인에게 연락을 했었네..."
현수는 갑자기 자신의 엄마 얘기가 나와서 경직된 표정으로 바뀌었다.
황제국은 계속 말을 했다. "사부인이 그 여성의 집안 환경이 좋지 않아서 자네와의 결혼을 반대했다지..."
그렇게 말을 하고 나서 잠시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 딸, 그리고 손녀 둘과는 어떻게 지낼 건가?", "아직도 20년 전의 일을 잊지 못해서 남은 가족도 버리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현수가 대답했다. "장인어른,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연락을 안 한 지 20년이 되었고 지금의 가정을 위해서 계속 노력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노릇을 잘하겠습니다." 황제국이 알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 시간을 황제국과 공현수가 얘기를 나눈 후에 별장을 나왔다.
결국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양쪽 집안 구성원 모두가 알게 된 것 같아서 몹시 불편한 상황이 되었다. 자신의 행동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것 같았고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갈등이 생긴 부부 사이를 다시 돌려놓기는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방법이라도 동원할 수 있는 황제국이라는 인물이 두려웠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던 현수는 텅 빈 공간에 혼자 있었다.
1년 전에 첫째 딸 윤서는 이미 한국에 들어가서 생활하고 있었고 같은 시기에 둘째 아름이는 독일로 건너가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나마 자신과 부부로 살아왔던 황미경도 지난주 장인어른을 만난 뒤에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떠난 것이다. 언제 오겠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떠난 것이다.
만약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리고 만약 입국이 거절되었던 그 시점으로 자신의 모습을 돌려놓을 수만 있다면 엄마가 만들어놓은 황제국 가족과의 인연을 피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최근에 일련의 복잡한 가정사와 언제라도 장인이 자신의 목을 조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인하여 불면에 시달리고 있었다. 회사에 출근하면 자신의 직함은 사장이었고 결재를 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지만 대부분의 의사 결정은 임원들에게 맡겨 놓고 자신의 과거에 갇혀서 살아가고 있었다.
지난 20년간 고급 저택에서 그 누구보다 부유하고 풍족하게 살면서도 작은 집에서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돈이 없어도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Elizabeth(홍미라) 여사는 아들을 부유한 집안에 사위로 들여보내 놓고 엄청난 돈의 혜택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 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황제국은 현수가 돌아간 후에 자신의 별장 집무실에서 위스키를 마시면서 뭔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여성이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사돈. 잘 지내셨나요?", 황제국이 말했다. "네, 홍여사님 어떻게 잘 지내시나요?" 황제국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홍미라(Elizabeth)였다.
"제가 홍 여사님과 상의를 했으면 하는데..."
그리고...
--> 연재소설 "76화"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