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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갯공생태공원

by 레드산

오래전부터 시흥갯골생태공원을 들으면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가본 곳이라는 기억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것도 일종의 데자뷔일까? 이 정도면 확인하고 싶어서라도 후다닥 달려갔을 텐데,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그런데 기회는 생각지도 않게 찾아왔다.


직장 동료들과 관련 기관을 둘러보기 위해 시흥에 갔다. 점심을 먹고 나서 다음 일정까지 2시간 정도 여유 시간이 생겼다.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궁리하던 차에 시흥갯골생태공원이 퍼뜩 떠올랐고, 딱히 다른 할 일을 정하지도 못한 상태라 시흥갯골생태공원으로 갔다.


점심시간을 막 지난 시간이라 하루 중 가장 뜨거울 때였지만,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을 생각지도 않게 찾게 되어 따가운 햇살과 더위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갯골생태공원에 들어서자마자 혹시 와봤던 곳인가 싶어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낯설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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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갯골생태공원에는 화사한 꽃들과 짙어질 대로 짙어진 초록의 나무와 습지가 여름이라는 커다란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것들을 보면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느릿느릿 걷는 재미가 여간 아니었다. 그렇게 갯골생태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니까 제법 크게 펼쳐진 염전이 눈에 들어왔다. 부안 곰소항에 있는 곰소염전을 자주 보았기 때문에 염전인지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아니? 그런데 이곳에 웬 염전?’ 그것도 잠시, 그때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쳐 가는 게 있었다. ‘여기가 옛날에 소래 염전??’ 그제야 시흥갯골생태공원이 왜 낯설지 않게 느껴졌는지 잔뜩 엉켜있던 생각의 실타래가 풀렸다. 예전에 소래 염전을 와봤었는지는 기억이 오락가락하지만, 소래 염전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낯설지 않게 여겼던 모양이다.


소래 염전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부터 운영된 대표적인 소금 산지였다가 1996년에 문을 닫았다. 소래포구가 수도권에 많이 알려졌듯이, 소래 염전도 예전에는 사람들에게 꽤 많이 알려졌던 곳이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은 150만 평의 폐염전 부지에 갯벌로 형성된 습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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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갯골생태공원은 갯골의 자연 생태자원과 옛 염전의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친환경 생태공원이다. 서해안 특유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특별함을 생각하면 눈에 보이는 하나하나가 조금은 더 특별해 보이고 또 그렇게 다가온다.


갯골생태공원에는 염전 체험장이 있어 이곳이 예전에 유명한 염전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좀처럼 염전을 구경하기 어려운 도시인들에게는 좋은 구경거리이자 체험 거리이다. 체험장에는 체험하는 사람들이 사용했던 소금 밀대가 그대로 놓여 있어서 한번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언젠가 부안 곰소염전에서 소금 긁어모으는 작업을 체험 겸해서 잠깐 도운 적이 있다. 옆에서 볼 때는 밀대로 그냥 쓱쓱 밀면 되니까 쉬운 줄 알았는데, 막상 직접 해보니까 힘이 들어 금방 지쳤던 기억이 났다. 보여주기 위한 곳이라 비어 있을 것으로 생각한 소금 창고에는 소금이 가득 쌓여 있었다. 비록 체험장이기는 아직 소금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라는 걸 알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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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은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이곳의 랜드마크인 "흔들 전망대"이다. 높이 22m의 목조로 된 원통형의 전망대는 빙빙 돌아서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다. 그 때문에 흔들 전망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크류바 아이스크림을 떠올리게 한다.


흔들 전망대는 바람이 불면 흔들거린다고 한다. 이날은 바람이 없어서인지 더위에 감각이 잠시 무뎌져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흔들거리는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전망대 꼭대기에서 굽어보는 경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 했다.


흔들 전망대에서 보는 경치는 올라간 만큼 멋지고 시원했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과 조금 더 가까워졌지만, 아주 가끔 무심히 스쳐 가는 바람에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서해안의 특징인 S자 모양의 휘어진 갯골도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전망대에서 드넓게 펼쳐진 경치를 보고 있으면 자연과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생태공원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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