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참으로 볼거리가 많은 여행의 보물창고이다.
가끔은 제주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고맙고 다행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제주 여행은 젖먹이 손자까지 함께한 가족여행이었다.
어린 손자가 있어 딱히 어디를 가보려는 계획 같은 건 아예 없었다.
여행 둘째 날, 딸아이가 유모차를 가지고 돌아볼 수 있는 절물자연휴양림에 가자고 했다.
절물자연휴양림?
제주를 많이 드나들어서 웬만한 여행지는 다 가보았다고 자부했었는데, 아직 제주의 퍼즐을 다 맞추지 못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가족과 함께 절물자연휴양림에 가면서도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전국 곳곳에 자연휴양림이 있다.
그중의 몇 군데는 구경삼아 가보았고, 또 몇 군데는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자기도 했다.
자연휴양림이니까 어디고 경치는 다 좋지만, 전체적인 느낌과 분위기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절물자연휴양림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절물자연휴양림을 둘러본 결론부터 말한다면 ‘아니? 여길 왜 이제야 와본 거지?’ 하는 놀라움과 만족감이다.
절물자연휴양림은 지금까지 보았던 자연휴양림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었다.
그건 바로 삼나무숲이었다.
제주도 중산간에 자리한 절물자연휴양림은 약 300ha에 달하는 삼나무숲이 조성되어 있다.
휴양림에 들어서면 하늘을 찌를 듯이 사정없이 뻗어 올라간 삼나무들이 눈과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군더더기 없이 미끈하게 쭉 뻗은 삼나무의 자태는 참으로 멋있고 아름다웠다.
그런 삼나무가 숲을 이루었으니 그 경치가 오죽할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한낮의 햇살은 빽빽하게 들어선 삼나무 잎 앞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그 덕분에 삼나무숲은 어스름한 그늘로 가득했고, 숲속에 군데군데 놓여 있는 평상에는 마음껏 피톤치드를 마시면서 편안하게 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여름에도 삼나무숲에 들어가면 더위쯤은 간단히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삼나무숲 사이로 나 있는 산책로는 계단과 경사가 없어 누구라도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손자를 태운 유모차를 밀고 다녀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아기를 데려온 젊은 부부들이 꽤 많이 보였다.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마음은 저절로 차분해지고, 눈과 마음이 맑아지는 게 느껴졌다.
절물자연휴양림에는 산책로 외에도 약수터와 연못, 잔디광장, 목공예체험장과 숙박시설 등이 있어 눈요깃거리도 다양했다.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겠지만, 휴양림 숙박시설에서 머물 수 있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제주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산책로를 걷다가 실내 산림욕 체험관에 들러 잠시 쉬었다.
체험관에 들어서면 은은한 나무 향기가 찾는 이들의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사람 마음이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
체험관 방에 들어가 등을 대고 다리를 쭉 뻗으면 얼마 되지 않아 눕고 싶어진다.
누워서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면 몸과 마음에 달라붙어 있던 삶의 찌꺼기들이 전부 녹아내릴 것 같았다.
다음에 다시 제주에 온다면 그때는 온종일 절물자연휴양림에서 머물고 싶다.
그럴만한 가치와 의미가 충분한 곳이 절물자연휴양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