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도 세계여행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다.
그렇다고 쉽게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TV 여행 프로를 통해서 세계여행을 즐긴다.
TV 여행 프로 중에서 빼놓지 않고 보는 게 “세계테마기행”과 “걸어서 세계 속으로”다.
바빠서 놓친 방송분은 나중에 재방송으로 몰아서 본다.
이 프로들은 물론 많은 예능 여행 프로에서 빠지지 않는 나라가 베트남이다.
다양한 프로들을 통해 베트남을 만나면서 자주 본 게 바구니 배이다.
예전에 우리 어머니들이 사용했던 둥근 원을 반으로 잘라놓은 모양의 대바구니와 크기만 다를 뿐 아주 비슷하게 생긴 배다.
모양이 이래서 위태롭게 보이는데, 그런 배를 타는 있어 무척 흥미로웠다.
한편으로는 베트남 사람들은 왜 이런 형태의 배를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이번에 알아보니까, 프랑스 식민 시절에 프랑스가 배에 세금을 매기니까 어민들이 고기 잡는 배가 아닌 바구니라고 주장하기 위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바구니 배는 대나무로 만드는데, 대나무 틈에 송진이나 수지를 발라 물이 안으로 스며들지 않게 했다.
이걸 보면, 궁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다 같은 모양이다.
TV에서 보기만 했던 바구니 배를 이번 베트남 여행에서 탔다.
바구니 배는 주로 베트남 중부와 남부 해안에서 사용한 배라 기회가 좋았다.
바구니 배를 타는 곳에는 귀가 떨어지게 크게 틀어놓은 트로트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바구니 배를 타본다는 호기심에 흥겨운 노래가 보태져 텐션이 저절로 올라갔다.
트로트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걸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 짐작은 틀림없었다.
바구니 배를 타고 강으로 나가면 관광객들을 태운 바구니 배가 정말 많다.
다른 때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갔던 날은 바구니 배를 타는 사람들의 99%는 우리나라 사람으로 보였다.
바구니 배는 영상으로 볼 때와는 달리 제법 컸다.
노를 젓는 사람을 포함해서 3명이 탈 수 있는 크기였다.
배를 타기는 전에는 물이 스며들지 않을까? 또 빙그르르 돌아서 물에 빠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건 기우였다.
숙달된 사람이 노를 저어 그런지 배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앞으로 나갔다.
모양이 둥글어서 배가 좌우로 흔들리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과 달리 배는 안정적이었다.
그건 배 바닥 부분이 그래도 편평했기 때문이다.
바구니 배는 보트나 카약을 탈 때와는 노젓는 모습이 다르다.
노 젓는 사람이 배의 정면에 앉아 팔자 모양으로 노를 저으며 나간다.
노 젓는 사람은 어설프게 배운 몇 마디 우리말로 분위기를 띄우려고 나름 애를 썼다.
살짝 안쓰럽기도 했지만, 그게 그들의 삶의 일부이기에 적당히 받아주면서 뱃놀이를 즐겼다.
바구니 배 체험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 코스여서 그들 나름대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바구니 배를 이용한 묘기 대행진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두 발과 균형감을 이용해 바구니 배를 좌우로 심하게 기울어지게 하면서 회전한다.
그렇게 회전을 반복하면서 두 손을 머리 위로 쭉 뻗어 노를 돌렸다.
구경하는 사람들의 환호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배를 타는 동안에도 곳곳에서 트로트가 흘러나왔다.
하도 크게 틀어 정신이 사납긴 했지만, 덕분에 신나는 트로트를 많이 들었다.
바구니 배를 타는 동안 추억하나가 잠시 머릿속을 스쳐 갔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동네 뒷산 한쪽 끝에는 폐기된 채석장이 있었다.
채석장에는 커다란 연못 크기의 물웅덩이가 있었고, 항상 물이 고여 있었다.
60년 대의 겨울은 손등이 갈라질 정도로 매섭게 추웠다.
겨울이 되면 물웅덩이가 얼었고, 그러다 날씨가 풀리면서 얼음은 큰 조각으로 갈라졌다.
그때 동네 개구쟁이들은 기다란 나무 작대기를 가지고 얼음조각을 타면서 놀았다.
물웅덩이가 얼마나 깊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얼음을 타고 놀기만 한 게 아니라, 누가 얼음이 더 센지를 보려고 서로 부딪치기도 했다.
지금 보면 위험하기 짝이 없는 놀이였지만, 그땐 그렇게 놀았다.
케케묵은 그 추억은 기억의 창고에서 잠자고 있었는데, 왜 바구니 배에서 느닷없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아마 작대기로 얼음조각을 밀면서 놀았던 어린 날의 기억이 머릿속에 잠재되어 있었기 때문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