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관음상과 원숭이 그리고 반얀나무가 있어 영응사는 오래 기억될 것이다
베트남 다낭을 둘러싸고 있는 사원이 세 군데 있다.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세 군데 모두 한자 이름은 똑같이 영응사(靈應寺)이다.
오행산과 바나산 국립 공원에 한 군데씩 있고, 나머지 하나는 손 짜(SON TRA) 반도에 있다.
오행산과 바나산 국립 공원을 가기는 했지만, 그곳의 영응사는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쳤다.
다행히 손 짜 반도 영응사는 여행 일정에 잡혀 있어 제대로 둘러볼 수 있었다.
다낭에 있는 동안 제일 좋았던 미케 해변을 걸을 때마다 눈길을 잡아끄는 게 있었다.
해변 저 멀리 산 중턱에 있는 거대한 하얀색의 조형물이 늘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엇을 저렇게 거대하게 만들었는지 볼 때마다 궁금했었다.
그렇지만 멀리 떨어진 데다, 시력이 온전하게 미치지 않아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영응사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것이 영응사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해수관음상이란 걸 알게 되었다.
영응사 해수관음상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67m로 바다를 향해 서 있다.
바다를 굽어보고 있는 해수관음상은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넉넉하게 품었다.
가까이에서 보면 거대한 크기에서 풍기는 압도감보다 친근함이 더 다가왔다.
그건 보일 듯 말 듯 한 해수관음상의 인자한 미소 때문이었다.
베트남은 대승불교의 영향을 받아 불상이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달리 우리 불상과 비슷하다. 그 때문에 전혀 낯설지 않고 친근하게 여겨졌다.
영응사 해수관음상을 보는 순간, 언젠가 보았던 양양 낙산사의 해수관음상이 떠올랐다.
영응사는 다낭 도심에서 북쪽으로 약 1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작은 배를 타고 피난 가다가 조난 당해 죽은 보트피플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그 당시 베트남에서 탈출해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지었다고 하니 참으로 뜻깊고 의미 있는 사원이다.
지금이야 통일되어 하나가 되었지만, 베트남은 한때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싸웠던 안타까운 역사를 품고 있다.
그런 어두운 역사 속에서도 그들은 하나로 통일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직도 남과 북으로 갈라져 총구를 겨누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베트남이 마냥 부럽다.
건축양식은 달라도 불상이 우리와 비슷해서 그런지 영응사는 낯선 듯하면서도 친근하게 느껴졌다.
주차장에는 단체 관광객을 태우고 온 대형 버스는 물론, 일반 관람객들이 타고 온 자동차들이 가득했다.
이걸 보면 영응사는 관광객들의 여행코스이면서, 베트남 사람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는 사원이란 걸 알 수 있다.
사찰에 가면 일단 먼저 대웅전에 들린 다음 사찰 구경을 한다.
영응사에서는 우뚝 선 해수관음상이 있어 발걸음이 먼저 그곳으로 향했다.
해수관음상 밑에서 올려다보면 크기가 크다는 걸 정말 실감한다.
크기와 함께 해수관음상의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와 인자한 표정이 여행으로 들뜬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해수관음상의 눈길을 따라가면 아침마다 걸었던 아름다운 미케 해변과 다낭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광활하게 펼쳐진 경치를 보고 있으면 잠시나마 해수 관음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한창 경치 구경을 하고 있을 때,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까 나무 사이로 원숭이들이 보였다.
다 큰 원숭이도 몸집이 크지 않아 귀여웠다.
어린 원숭이는 장난감이나 인형을 보는 것처럼 예쁘고 귀여웠다.
원숭이를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있지만, 경고문이 무색할 정도로 순해 보였다.
사람들을 자주 보아서 그런지 두려운 기색 없이 사람들을 빤히 쳐다본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딱히 거부반응이 없어 애완동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을 빤히 쳐다보는 원숭이를 보면 사람이 원숭이 구경을 하는 건지, 원숭이가 사람 구경하는 건지 구분되지 않아 미소가 저절로 피어났다.
그나저나 원숭이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다.
이런 경험이 영응사를 오래 기억하는 데 크게 한몫할 것이다.
영응사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게 있다.
그건 사찰 뒤쪽에 있는 수백 년 된 반얀나무이다.
반얀나무는 지금껏 보지 못한 독특한 모습이었다.
반얀나무는 줄기에서 뻗은 공중 뿌리가 여러 갈래로 땅으로 내려와 여러 개의 새로운 줄기처럼 자라는 특징이 있다.
그 때문에 한 그루의 나무인지 여러 그루의 나무인지 눈으로 보면서도 구분이 되지 않았다.
사방으로 뻗어나간 가지는 줄기인지 가지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굵은 데다 이리저리 휘어져 있어 독특하면서도 신비스럽게 보였다.
처음 보는 데다 아주 인상적이라 반얀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궁금했다.
반얀나무는 뽕나뭇과에 속하는 벵골 보리수나무이다.
선 짜 반도에는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된 반얀나무 군락이 있다고 한다.
오래된 반얀나무는 베트남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생태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나무이다.
반얀나무는 그 자체로 저만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해수관음상과 원숭이 그리고 반얀나무가 있는 영응사는 기억의 창고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 같다.
영응사에서의 시간은 다 좋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있다.
좀 더 많은 시간을 머무르면서 여유 있게 즐기지 못한 점이다.
그렇지만 이런 아쉬움이 있어 다음을 기약하게 되니까, 아쉬움은 아쉬움 대로 마음에 담아두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