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여행]오행산 암푸동굴

암푸 동굴에서 천국과 지옥을 보았다

by 레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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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여행 일정에 마블마운틴이라고 부르는 오행산이 있었다.

솔직히 여행 일정이 널널했으니까 갔지 안 그랬으면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일정표에서 산을 보는 순간 대뜸 든 생각은 ‘외국까지 나왔는데 산을 보러 가야 하나?’ 하는 것이었다.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일정이 여유롭다 보니까 마음까지도 덩달아 여유로워져 일단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해서 보니까 정확한 여행 목적지는 오행산에 있는 암푸 동굴이었다.

오행산은 다낭 시내에서 8~1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이동하기가 편했다.

점점이 흩어진 다섯 개의 봉우리를 가지고 있어 오행산이라고 부른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에 응우옌 왕조의 민망 왕이 이곳을 다녀간 뒤로 ‘오행산’이라고 이름지었다고 한다.

암푸 동굴의 ‘암푸’는 지옥을 뜻하는 의미로, 동굴은 약 300m에 달하는 자연 카르스트 동굴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오행산이라고 부르는 데, 마블마운틴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건 오행산을 찾은 유럽 상인들이 대리석과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오행산을 보고 마블마운틴이라고 부르면서 시작되었다.

암푸 동굴은 오행산 아래에 있어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보였다.

그리 넓지 않은 주차장에는 관광지답게 차들이 빼곡했다.

다른 곳에서도 서양인들을 많이 보았지만, 이곳에서는 유난히 서양인들이 많이 보였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오행산을 마블마운틴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금방 실감할 수 있다.

동굴 바닥의 돌이 대리석이라는 걸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그 때문에 동굴의 습기로 미끄러지지 않을까 싶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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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로 들어가서 얼마 되지 않으면 두 눈이 번쩍 뜨일 만큼의 넓은 광장이 나온다.

광장 주변에는 다양한 조각상들이 조성되어 있어 무척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푸 동굴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보았던 동굴과는 같은 듯 다르게 느껴졌다.

우리나라 동굴에서는 천정에서부터 길게 늘어진 종유석과 바닥에서 솟아오른 석순들이 어우러져 있어 신비한 모습을 보여준다.

암푸 동굴에도 그런 게 있지만, 그동안 보았던 동굴과는 어딘지 모르게 다른 느낌이 들었다.

딱 꼬집어 무엇이 다른지는 알 수 없지만, 여행자의 시각에는 분명 같은 듯 다르게 여겨졌다.

카르스트 동굴은 석회암이 오랜 세월 동안 빗물에 녹으면서 만들어진 동굴이다.

빗물이 석회암을 녹여 이런 동굴을 만들었다고?

빗물에 바위가 뚫리기까지의 그 기나긴 긴 세월은 아무리 상상의 날개를 펼쳐도 감이 오지 않는다.

우리나라 오천 년 역사를 생각해도 까마득한 그 시간이 가슴에 오롯이 와닿지 않는다.

하물며 수만 년에서 수백만 년의 그 세월은 상상은커녕 시간의 범위와 사고의 영역을 벗어나 있다.

동굴에는 불상을 비롯해 천국과 지옥을 보여주는 다양한 조형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또 동굴 안에는 천국과 지옥으로 가는 길이 갈라졌다.

천국은 오르막길이고, 지옥은 내리막길이다.

어디부터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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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은 천국부터 구경하고 싶었고, 대부분 사람이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실제는 그 반대로 많은 사람이 지옥으로 가는 길을 먼저 선택했다.

지옥의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면서 왜 사람들이 지옥을 먼저 보려 하는지가 궁금했다.

내려가는 길이라 편해서? 지옥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서? 지은 죄가 많아서? 아니면 천국 가기가 힘들다는 걸 알아서 그런가?

내려가는 좁은 돌계단 옆으로 지옥을 보여주는 조형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설치된 조형물들은 나라마다 표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솔직히 좀 조악했다.

그러다 보니까 사실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놀이공원 같은 데 가면 있었던 귀신의 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동굴이라는 특별한 공간을 이용해서 천국과 지옥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좋아 보였다.

설치된 조형물들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동굴 그 자체에 눈길이 많이 갔다.

동굴 내부의 독특하면서도 신기한 다양한 모습은 발걸음을 수시로 멈추게 했다.

천국 가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이곳에서도 느낄 수 있다.

어느 종교에서건 천국은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만큼 착하게 잘 살아야 한다.

말은 쉽지만 그렇게 실천하며 살기가 쉽지 않아 천국 가는 건 힘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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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으로 가는 길은 지옥처럼 비좁은 계단 길이지만 올라가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계단을 오르다 보면 동굴의 저 높은 곳에서 눈 부신 빛 내림이 쏟아진다.

사람들이 그 빛 내림 속으로 걸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알게 모르게 경건함이 느껴졌다.

천국을 본 적은 없지만, 환하게 쏟아지는 그 빛 내림은 천국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듯한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빛 내림은 암푸 동굴에서의 아주 특별한 느낌이었고,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암푸 동굴을 보고 나올 때, 문득 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자서전 제목이 생각났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도전과 기회의 무한함을 강조한 말로 자서전이 나왔던 1989년에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제목을 패러디해서 “세상은 넓고 가볼 곳은 많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전 세계 어디든 그 나라만의 자연과 역사와 문화가 존재한다.

TV 여행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나라를 볼 때마다 무한한 우주에서 티끌만 한 존재인 지구가 이렇게 크다는 걸 새삼 느낀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의 1번이 세계여행이다.

세계 곳곳의 아름답고 독특하고 장엄한 자연과 그 나라만의 고유한 문화를 다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해외여행을 하면서 멋진 자연과 새로운 문화를 대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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