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여행]호이안 구시가지

낮과 밤의 두 얼굴을 가진 호이안 구시가지

by 레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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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여행을 기다리고 있을 때, 먼저 다녀온 직장 동료가 그랬다.

다낭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게 호이안 구시가지 야경이었다고…

그 말을 하는 동료의 얼굴은 그때의 좋았던 기억으로 살짝 상기되었다.

호이안 구시가지의 야경이 좋다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구시가지라는 사실 그 자체였다.

사실 야경은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디든 다 예쁘고 아름답다.

나는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구시가지 그 자체에 더 많은 관심과 호기심이 생겼다.

호이안 구시가지는 다낭에서 가까운 전통 보존지구이다.

토착민의 문화와 왕래가 잦았던 외국의 문화가 결합해서 이곳만의 독창적인 모습과 문화가 형성된 곳이다.

15~19세기 동서양의 무역항 모습을 간직한 곳으로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호이안 구시가지에 도착한 건 오후 시간이었다.

야경으로 이름난 곳이라 밝은 대낮의 모습과 저녁 야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정이었다.

저녁 식사도 이곳에서 하기로 되어 있어 구시가지의 멋과 맛을 제대로 즐길 기회였다.

야시장과 구시가지를 가르는 투본강 주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강을 가로지르는 운치 있는 다리는 오가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국내 여행할 때는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사람이 많은 곳은 일단 피한다.

처음에는 그 많은 사람에 기가 질려 갈등했지만, 외국 여행이라 어쩔 수가 없어 마음을 고쳐먹고 다리를 건넜다.

땅 위에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강에는 배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뱃놀이를 하면서 구시가지 야경을 즐기기 위한 배들이다.

등을 단 배들은 한시라도 빨리 해가 저물기를 기다리면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둘러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어둠이 내리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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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가지는 생각했던 것을 훨씬 뛰어넘는 큰 규모였다.

구시가지는 중국, 일본, 유럽 상인들의 영향을 받아서 다양하고 독특한 건축물들이 많다.

특히 일본 상인들이 세운 내원교는 호이안의 상징물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출신 상인들의 집회 장소로 사용되었던 화려한 양식의 중국 회관 건물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놀란 건 골목마다 건물마다 빠짐없이 들어선 상점들이었다.

우리가 흔히 어떤 걸 많이 파는 상점들이 있을 때, 한 집 걸러 그것이 있다고 한다.

구시가지의 상점은 한 집 걸러 있는 게 아니라, 건물이란 건물에는 상점이 다 들어있다.

살짝 과장한다면, 상점은 구시가지를 찾는 관광객만큼이나 많은 것 같았다.

그 많은 상점을 보면서 오지랖인 줄 알면서도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장사가 되니까 문을 열고 있겠지만, 이렇게 상점이 많아서 다들 제대로 운영이 되는지 걱정스러웠다.

여행하면서 이런 걱정을 해본 게 처음이지 싶다.

상점들이 많은 만큼 파는 물건 역시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건 길가에 늘어선 양복점과 상점마다 팔고 있는 전통 등이었다.

우리나라도 7~80년대에는 동네마다 양복점이 있었다.

그때는 양복은 물론 와이셔츠도 양복점에서 맞춰 입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기성복에 밀려 양복점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더니 이젠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시절을 거쳐와서 그런지 길가에 늘어선 양복점들이 정겹고 재밌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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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과 무늬가 예쁜 전통 등은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겼다.

전통 등은 다양한 모양이 있지만, 가장 많이 보이는 건 둥그스름한 항아리 형태와 마늘 모양의 등이었다.

그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은 게 마늘 모양 등이었고, 이것이 나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늘 등은 윗부분이 둥그스름한데 밑으로 내려가면서 마늘처럼 뾰족하다.

실크나 천으로 만드는데, 무늬가 다양하고 화려해서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전통 등이 있어 구시가지의 멋진 야경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었다.

유럽 여행하면서 해보고 싶었던 건 밝은 햇살이 쏟아지는 거리의 노천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는 것이었다.

베트남에 올 때도 비슷한 걸 해보고 싶었다.

길가에 놓인 낮은 탁자와 앉은뱅이 의자에서 앉아서 커피를 마셔보는 것이었다.

거기에 비라도 내리면 상상의 그림은 완벽해진다.

그런 델 찾았지만, 보이지 않아 아쉬운 대로 나지막한 나무 의자와 탁자가 있는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내 안에 세월이 쌓이면서 젊을 때와 달리 구경거리를 찾아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 것보다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좋다.

노천카페에서 두 가지 커피를 맛보았다.

회사에서는 요즘도 유명한 베트남 인스턴트커피를 즐겨 마신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베트남은 브라질 다음으로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이다.

그렇기에 현지에서 먹는 커피 맛이 더욱더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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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커피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는 아메리카노보다 확실히 맛과 향이 진했다.

엷은 맛을 선호하는 편이라 썩 호감이 가지는 않았지만, 맛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베트남에 가면 꼭 마셔보라고 했던 솔트 커피였다.

커피와 설탕은 천생연분이자 찰떡궁합의 조합이지만, 커피와 소금??

어떤 맛일지 상상되지 않아 그 맛이 정말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뜻밖에 괜찮은 맛이었다.

처음 마셨을 때는 소금 맛이 그대로 느껴져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솔트 커피가 이런 거구나 하는 사실을 인정하고 몇 번 마시면 생각이 싹 바뀐다.

마실수록 입안이 깔끔해지고 뒷맛이 개운해서 자꾸 당긴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과자는 짭짤한 게 많다.

그런 과자를 한번 먹으면 짜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당겨 손을 멈출 수가 없다.

솔트 커피가 딱 그랬다.

그제야 사람들이 왜 솔트 커피를 마셔보라고 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노천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서서히 땅거미가 밀려들 즈음 다시 거리 구경에 나섰다.

이제 상점들은 서둘러 등을 밝히며 어둠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어둠은 일단 내리기 시작하면 밀물처럼 거침없이 밀려든다.

어둠이 내려앉은 투본강과 구시가지 경치는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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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건축물과 전통 등이 어우러진 구시가지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것처럼 아름다웠다.

어둠이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야경은 더욱더 화려해진다.

그 아름답고 화려한 야경을 마주하면 누구라도 그 경치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아름다운 야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한껏 들뜨게 하고, 또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어둠이 깔린 투본강은 등을 밝힌 배들로 가득했다.

배를 타고 야경을 즐기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야경의 경치가 되어준다.

강 옆에 늘어선 식당과 노천카페에는 여행객들이 자리 잡고 앉아 느긋하게 야경을 즐겼다.

그 모습이 구시가지의 또 다른 멋과 낭만으로 다가왔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화려한 야경이 어우러진 호이안 구시가지 여행은 다낭 여행의 하이라이트였고, 베트남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다.

그나저나 전통 등을 사 오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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