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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심 Jan 31. 2020

우리 딩크할까?

“우리 딩크(DINK)할까?”  
“그럴까? 우리 둘이 살까?”
결혼 3년차 우리 부부는 가족계획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보통 남편이 가벼운 어조로 제안하면 내가 장난스럽게 되묻는 식이다.
하지만 물음표 만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없으니 곧 마지막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그래서 아이를 갖고 싶어? 네 생각은 어때?”
남편은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아이를 낳고 싶지만, 2년 후 경제적 여건에 따라 낳을지 말지 결정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재정능력을 갖추기에 2년은 너무나 짧게 느껴져서 남편의 의견에 동의하지 못했다.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부모가 되는 사람이 있을까?”

자격증 시험도 아닌데 과락을 면할 때까지 무작정 미룰 수 있는 문제인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때에 아이를 잉태하고 건강하게 출산한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는 만큼 산모의 몸은 나이 들어갈 테니 종합점수는 달라질 게 없어 보였다.

나는 사실 아이 없는 삶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언젠가 엄마가 될거라고 믿어 왔다.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봐’라는 호통에 ‘엄마 같은 엄마는 안될 거야!’라고 되받아 쳤지 한 번도 ‘엄마가 되지 않겠다’고 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30년 넘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미래를 내가 직접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좀처럼 어렵게 느껴진다. 부모님 말씀 따라 남들처럼 ‘자연의 순리’대로 살면 이렇게 머리 아프게 고민할 이유가 없을 텐데.
“막상 낳으면 어떻게든 키워”  
“다른 사람들도 다 이렇게 애 키우면서 살아”
속 편한 소리에 기대 볼까 싶다가도 준비 없는 만남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못할 짓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나 정말 엄마가 되고 싶은 걸까?



“저기 혹시 친구분들은 뭐하세요? 아니 그러니까 다들 무슨 일 하시면서 어떻게들 사시는지.”
“뭐 회사 다니거나 결혼했거나 사업하거나 그렇게들 살죠. 남들처럼.”
“그렇죠. 남들처럼. 아니 문득 저희가 지금 어디쯤 서있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다들 달려가고는 있는데 이게 지금 꿈에 가까워지는 건지 아니면 멀어지는 건지 감이 잘 안 와서. 그래서 먼저 가본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해져서요. 그래서 여쭤봤어요.”
“그런 거라면 더더욱 다른 사람에게 물어선 안되죠. 예전과는 상황이 다르니까. 잘 아시겠지만 이미 모든 게 포화나 고갈 상태이기 때문에 세상은 더 이상 나아지진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모든 기준도 새로 세워야겠죠.”
세상이 나아질 리가 없으니 당연히 내 인생도 더 나아질 리가 없다. 더 나은 내일이 아니라 최악의 내일을 피하기 위해 사는 걸 지도 모른다.
-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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