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책임감 - 아이가 잘못되면 나는 끝이야.
아이를 낳고 6일 만에 아이 없이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는 황달 때문에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황달에 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검색해서 읽다가 초조한 마음을 붙잡고 집안일을 시작했다. 앉아있을 수도 누워있을 수도 없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84시간 동안 붙어 있다가 옆에 없음을 느낄 때마다 안절부절못하고 집안을 하염없이 서성였다. 좀 누워서 쉬라는 남편의 말에 어깨에 기대어 엉엉 울었다. 아이는 입원한 지 4일째 되는 날 퇴원했다. 모유양이 부족해서 황달이 왔다보다 라는 잘못된 인과관계를 머릿속에 그려버린 채 수유를 한 시각과 소변을 본 시각, 수유를 하는 데 걸린 시간 등을 강박적으로 표에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황달은 두 달을 갔다. 골반은 여전히 흔들리고 오로는 한 달째 나오고 회음부는 여전히 아프다. 집에는 도와줄 이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지쳐갔고, 퇴근한 남편에게 짜증을 냈고, 우리는 자주 싸웠다.
아이의 입원치료 경과를 보기 위해 대학병원을 다시 찾았다. 지하철을 이용해 유모차를 끌고 왕복 두 시간 남짓 걸리는 대학병원을 다녀왔다. 예방주사를 위해 동네 병원도 다녀왔다. 보건소에서 산후우울증과 아이의 건강상태를 살피기 위해 사회복지사가 집으로 방문을 했다. 아이 건강 상태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물었고, 산모의 정신 건강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설문지에 문제가 없다고 체크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삐뽀삐뽀 119를 틈날 때마다 읽었다. 성장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발달 상태는 정상인지 다른 질병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황달은 정말 이대로 안심해도 되는지 읽고 또 읽었다. 아이의 주수에 맞춰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크고 있는지를 체크하기 위해 블로그를 찾아 읽었다. 내 아이는 보통의 성장단계를 거치고 있는지, 보통의 일과를 보내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는 작업을 해야 안심이 되었다.
혹시라도 아이가 잘못되면 24시간 붙어있었던 내가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책임감이 너무나 무거웠다. 아이가 아프면 내 잘못이야. 제대로 케어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온도조절을 못해서 그런 거야. 모유수유를 잘못해서 그런 거야. 트림을 못 시켰기 때문이야. 기저귀를 제때 못 갈았기 때문이야. 혹은 잘못된 기저귀를 샀기 때문이야.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평생 고통받는 아이와 가족들처럼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잖은가? 모든 성분표를 따져가며 아이 용품을 사고 그나마도 안심할 수 있는 제품들을 찾아 리뷰를 읽고 또 읽고, 상세설명을 토시 하나 놓치지 않고 읽었다. 엄마가 먹은 것들이 다 아이한테 가니까 아이 몸에 해로운 음식을 하나라도 먹어선 안 돼. 방사능에 노출된 식재료를 모르고 먹으면 어떡하지? 안 좋은 성분들도 모두 모유에 농축된다는데 그걸 극소량이라도 아이가 먹었다간 이 작은 몸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칠 거야. 모든 재료를 안전한 곳에서 사고 안전하게 조리해야 해. 조미료의 재료도 원산지를 확인해야 해. 일본 지도를 펴고 식재료에 표기된 지명들을 끊임없이 검색하고 체크하고 또 체크를 했다.
아이가 잘못된다면 나는 살 수 없을 거야. 자그마한 실수라도 놓치면 지금과 같은 결정적인 시기에 미치는 영향이 평생을 갈 텐데 평생 그 잘못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니 평생 괴로워하며 살게 될 거야. 아이가 잘못되면 나는 살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