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홍택 Aug 12. 2019

조각가 董书兵, 황량한 사막에 신기루를 세우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대륙의 남다른 스케일


사진출처: 바이두

1968년 10월생인 董书兵는 중국 칭화 미술대학(清华大学美术学院) 조소과 교수다.

대륙의 명문 미술대학에서 교수로 활동 중인 그는 도전정신이 투철하다. 수업 외에도 본인의 작품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대표작으로 《大地之子》를 꼽을 수 있다.    

작년 그가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성공해 낸 대형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 황량한 땅 사막에 세워진 크고 웅장한 아름다움을 감상해보자.

2018년 10월 15일 칭화 미술대학교 주최로 사막에 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작품의 주제는 《无界》. ‘경계가 없다’는 뜻으로 신기루 프로젝트라고도 일컫는다. 중국 간쑤 성(甘肃省)에 위치한 사막한 가운데서 진행되었고 동서병(董书兵) 교수가 담당했다. 이는 첫 작품 ‘대지의 아들(大地之子)’ 이후 두 번째로 선보이는 공공 예술 작품이다.

董书兵교수의 첫 공공프로젝트‘대지의아들(大地之子)’

‘대지의 아들(大地之子)’ 프로젝트는 실크로드 문명을 바탕으로 중국의 전통 건축양식과 도형 문양, 서예 문자 등을 융합시킨 작품이다. 총길이 60m, 높이 21m, 폭 40m에 이르며 3만 개의 버클을 연결해 만든 건축물이며, 이와 같은 방식으로 구현된 작품은 예술 역사상 매우 드물다.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수많은 인력과 노력이 필요했을 터. 그 시작과 끝이 궁금해 그를 인터뷰해 보았다.

 

Q.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68년 중국 신장에서 태어났고 85년도부터 미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89년 중앙 미대에 입학해 조소를 전공했고 졸업 후 석사학위를 취득하며 줄곧 교수란 직업을 갖게 되었다. 현재는 칭화 미대(清华大学美术学院) 조소과 학과장을 맡고 있다.

Q. 작품의 주제가《无界》입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无界’는 2017년 초에 기획을 시작했다. 어느 날, 한국 ‘이천’에 위치한 조소 공방에서 국제 예술가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고, 당시 친구가 내 작품을 추천해주었다. 그 후 작품이 마음에 든다는  회신을 받고 한국에 초대받아 8월 즈음 작품을 완성했다. 크기가 9.8m에 달했는데, 당시 주제가 바로 ‘无界’였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던 나에게 한국에서의 활동은 좋은 영향을 주었다. 덕분에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았고 다시금 나아갈 수 있는 믿음이 생겼으니 말이다.

 

Q. 작품을 진행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었나요?

 

우선 마땅한 재질을 찾기가 힘들었다. 값싼 재질을 사용하되 높은 성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 했기에 매회 새로운 시도를 하며 개선해 나갔다. 이번 작품에 앞서 14년도 때 다른 주제로 기획했던 작품이 있었다. 당시 독일에서 전시가 진행되었는데 전시 1년 후 독일 정부에서 작품을 사드릴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이후 난징에서 두 번째 작품을 진행했지만 스스로 만족할 수 없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았다. 보다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재료가 필요했고 끝없는 견해와 연구 끝에 ‘강철 파이프’를 사용하게 되었다. 또한 버클을 이용한 공법을 도입해 유연하고 튼튼한 조립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실패와 성공에서 얻은 지혜로 지금의 ‘无界’가 탄생했다.

강철파이프와 버클을 연결시킨 모습

Q. 사막에서 작품을 진행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장소를 선택할 때 어떤 기준이 있었나요?

 

흔히 볼 수 없는 장소에서 작품을 구현해보고 싶었다. 쉽게 말해, 요즘 시대에 조소는 도시나 광장, 공원과 같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술품이 되어버렸다.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도전해보고 싶었고 생각해낸 곳이 사막이다. 그런 황야에서 이와 같은 작품을 보기란 쉽지 않다. 물론 작업 환경 또한 쉽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당시 풍속 5~6m/s 모래 바람이 부는가 하면 방대한 토지면적 때문에 작품의 크기를 가늠하기 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 있었다. 이제는 방문객들에게 이곳이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Q. 이번작품에서 가장 큰 조력자가 있었다면 누구인가요?


나와 10여 년을 동고동락한 조각가와 내 연구생들, 그리고 작품을 위해 서로 다른 직종의 조소 업체 전문가들이 대거 투입되었다. 이분들 모두가 큰 조력자다.

그의 연구생들부터 용접공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했다.

Q.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했을 때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내 대답은 이 사진 한 장으로 대신하고 싶다.

 

Q. 사진 한 장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듯합니다. 끝으로 다음 작품이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이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엔 또 다른 시리즈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미 진행 중인 작품도 있고 거의 완성 단계이지만 아직은 좀 더 지원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내 선에서 직접 해결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지원을 요청해 완성시킬 예정이다. 그밖에는 사회복지나 학술발전에 이바지하려 힘쓰는 게 내 임무이자 책임이다.

사진출처: https://mp.weixin.qq.com/s/AWSkRD3cjYTfH8GrgHiLpQ


에필로그’


본 기사는 실제로 내가 다녔던 대학 교수님께서 직접 인터뷰에 응해주신 덕에 완성한 기사다. 당시 소재를 찾던 중 우연찮게 발견한 흥미로운 작품인 데다 학교에서 오다가다 마주친 적 있던 교수님이라 더욱 반가웠다. 인터뷰 섭외 역시 순조로웠다. 더불어 살면서 처음 누군가를 ‘인터뷰’했던, 에디터를 꿈꾸며 어쩌면 가장 기다려왔던 순간이었기에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기사다.

작가의 이전글 온갖 실패작을 모아둔 박물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