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화면, 빵빵한 사운드에서 느껴지는 몰입감은 티브이 화면과는 비교가 안 된다. 고소한 팝콘까지 갖추고 앉아서 여럿이 같이 웃고 같이 놀라는 재미도 있고 말이다.
그런데 코로나 시즌부터는 극장을 통 가질 못하고 있다. 집에서 스트리밍 채널로 재밌다는 걸 이것저것 찾아보곤 하지만 집중력은 극장 때완 확연히 다르다. 오 년째 보고 있는 넷플릭스도 요즘은 좀 심드렁하고 TED 등 영어공부용 영상도 흥미를 잃은 채 꾸역꾸역 보는 중이다.
그러다가 영화 소개, 영화 요약을 하는 유튜브 영상들을 보게 되었는데, 오우 이건 신세계였다. 한 달 만에 벌써 수십 개 채널을 구독 중이다.
출처 -Pixabay
십분 정도 짧게 소개하는 영상들이 많지만 삼사십 분씩 길게 만든 영상도 꽤 있었다. 100분짜리 영화를 40분씩 소개하고 있으면, 이건 뭐 영화평 정도가 아니라 아예 영화를 좀 줄이기만 해서 거의 다 보여주는 식이다. 전체 스토리도 다 알 수 있고 엑기스 장면들은 본래 영화 속 길이만큼 길게 편집해 놔서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아이언맨, 헐크, 어벤저스 등 마블 시네마들을 순서대로 엮어서 만든 두 시간짜리 요약 영상도 있고, 해리포터 시리즈를 주르륵 소개하는 한 시간 짜리 영상도 있고... 종류도 다양해서 몇 시간씩 넋 놓고 보게 될 때도 있다.
재밌는 설명과 자막을 곁들이거나 찰진 웃음 짤까지 보태며 보는 맛을 더 살려주기까지 한다. 특히 복잡한 서사가 없는 액션 영화들은 이런 식으로 줄인 걸 보는 게 본래 영화보다 더 재밌게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런데 궁금하고 걱정도 되고 헷갈리기도 하는 중이다.
이렇게 영상을 가져다 쓰는 게 괜찮을까? 영화 제작 배급 쪽과 협상을 하고 장면들을 쓰는 걸까? 불법인 거 아닌가?
큰돈 들이고 긴 시간 들여 팔려고 만들어 놓은 영화를 이렇게 그쪽에 돌아가는 수익 없이 내가 유튜브로 소비해도 되나?
요약은 즐기고 본판은 건너뛰는 내 감상은 옳은가?
제작 배급사 쪽도 뭐라 않는 거면 나는 그냥 즐기면 되겠지...? 아닌가?
등등이...
이런 의문들 중에서, 요약을 즐기느라 본판의 감동을 놓치는 건 사실 큰 문젠 아니었다. 그건 내 감상 손실일 뿐이니까. 개인적인 일이고 취향의 문제에 그친다.
더 걱정되는 것은 영화를 만들고 팔고 있는 쪽에 내가 양심적, 법적으로 문제 될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닐지에 대해서이다.
보통 영화든 드라마든 책이든 일부 내용을 알려주며 소개하는 유튜브나 블로그는 그 본래 작품을 알리는 데에 도움이 되니까 저작권 문제로 왈가왈부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30분이 넘는 영화 소개 영상들은 그저 소개나 감상 정도를 지나친 경우가 많았다. 멘트는 다들 '본래 영화를 꼭 찾아서 보시라'라고 하지만, 거의 통째로 보는 수준의 긴 요약 영상을 보고 나면 본래 영화까지 굳이 찾아볼 생각은 잘 안 들었다.
이게 괜찮을까..?
편집에 멘트에... 감 좋은 유튜버들의 노력이 많이 든 덕에 나는 아주 재밌고 편하게 영화 요약편들을 감상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 타박할 일이 안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긴 하다. "이러이러해서 그건 법적으로, 상식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소릴 듣고 맘 편히 즐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아직은 답을 모르겠어서 고민 중이다.
이래도 되나? 저 유튜버는 남의 영화를 저렇게나 다 보여줘도 되고 나는 이렇게 좋다고 보고 있어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