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때문에 마흔에 조기은퇴를 하고 캐나다 영주권을 받아 이민을 왔다. 수년 전까지는 생각지도 않던 새로운 삶들이 빠르게 펼쳐졌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캐나다 소도시의 봄. <캐나다홍작가>
은퇴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상적인 은퇴자산으로 이삼 십억 정도를 말한다. 나도 그런 삶을 원하던 이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내 마흔 은퇴는 한국가구 평균 자산 5억 정도의 소박한 액수로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 호흡기가 약한 편이었기에 겨울과 봄 내내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로 인해 받는 물리적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성분이 뭔지, 한국과 주변국의 정책은 뭔지 등을 조사할수록 내가 이 지역을 피하는 것만이 해답인 게 확실해졌다. 그렇게 떠밀리듯 택한 조기은퇴였다.
대학 때부터 이십 년간 휴일도 없이 워커홀릭으로 일해온 입시 논술 강사였고, 수천이던 연봉이 억대로 오른 지 몇 년 안 되던 참이었다. 십여 년 더 일하면 이상적 은퇴자산을 만들어 호화롭게 쉴 수 있겠다 싶었다. 한국에서는 흔한 유형인 효율지상주의자, 결과지향주의자로 일하느라 좀 지쳐 있었지만, 관성대로 십수 년 더 일할 수는 있었다. 한국에서는 다들 그렇게 열심히 일하면서 사니까.
그런데 점점 심해지는 미세먼지는 돈이냐 건강이냐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하게 만들었다. 결국 돈 부자가 되는 선택지를 포기하고 건강을 지키며 소박한 재정 상황으로도 마음 편히 사는 시간 부자의 삶을 택하기로 했다. 일을 관두고 멀리 이민가는 것에 대해 누굴 설득할 필요가 없는 비혼이었기에 좀 더 쉬웠다. 가난한 어린 시절부터 검소하게 사는 삶에 익숙했기에 소박한 은퇴자금으로도 삶을 꾸려나갈 자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