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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 연길 Aug 10. 2021

놀림당하고 싶다



아내와 자락길을 산책하며 나눈 대화입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나를 불편해한다는 게 느껴져. 


- 왜?


그냥 모르겠어. 내가 항상 화난 것처럼 보이나. 웃음소리가 작아서 그런가? 

사람들이 나랑 있으면 되게 뻘쭘해하는 것 같아


- 그래? 언제 그랬어?


예를 들면, 에이전시랑 회의를 하다가도 그렇고. 

꼭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너랑 너 친구랑 셋이 만날 때도 그럴 때 있어. 막 네가 화장실 갔을 때라든지.


- 그건 오빠가 아직 덜 친해서 그런 거 아니야?


아냐 그 정도가 좀 세다고 느껴져서 그래. 막 너 친구는 그럴 때 불안해하는 걸 느껴. 

나도 네가 언제 오나 계속 쳐다보고. 원래 이렇게 사회성이 없진 않았는데.. 누군가와 대화하는 게 점점 어려워

사람들이 나를 어려워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 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해? 아 물론 나는 오빠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스스로 그렇게 여기는 이유가 궁금해서


음.. 근데 생각해보니 사실 사람들이 나를 어려워하길 바랬어


- 응??


뭔가 호구당하기 싫다고 해야 되나. 나를 만만히 못 보게 하고 싶었어. 일을 떠넘겨 받아서 억울한 적도 많았고, 공격당했을 때 바로바로 반응을 못 하는.. 그러니까 나중에 곱씹어보고 내가 왜 그랬지 후회하는 적도 많고 그랬어서.. 애초에 나를 대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고?


그냥 그러다 보니 고립되는 기분이 든 것 같아. 사람들이 나를 안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자신감도 없어지고. 내가 예전에 왜 그랬었는지 이해는 가지만, 다시 바꾸자니 그것도 어색해.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이상할 것 같고.


-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렇게 오빠한테 관심이 없을 수도 있어. 근데 또 오빠가 예상하지 못한 오빠의 어떤 부분에 대해 유심히 관찰할 수도 있고.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너무 생각하지 말고. 그건 알 수 없는 영역이니까.. 그냥 지금 오빠가 하고 싶은 걸 하면 어때?


다른 사람들이 날 조금 더 편하게 여겼으면 하는데. 그렇다고 날 만만히 보는 건 싫어.. 너무 모순적인 생각인가?


- 모순은 둘째 치고.. 다른 사람을 생각지 말고 오빠가 행동에 집중해봐.


아 그새 또 그러네.. 왜 이렇게 피동적이게 되었을까.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평가하는 게 아주 몸에 배였네. 왜 이렇게 자존감이 없어졌을까. 옛날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 후회하지 말고. 자책하지 말고. 내가 늘 얘기하지?


그래, 그러면 모르는 사람이랑 아무 얘기나 좀 해볼까. 무슨 얘기를 해 근데? 크게 궁금하지도 않고 실례이거나 귀찮게 하는 거일 수도 있고.


- 연습을 해봐. 하루에 한 번씩 주변의 누군가를 칭찬하는 건 어때?


좋은 방법이다. 나도 별거 아닌 칭찬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경우가 많았어. 그러면 나를 좀 더 친근하게 여길까 사람들이?


- 지금보다는 좀 낫겠지?


날 편하게 놀리는 사람이 언젠가부터 없어. 진짜 친한 친구 말고는.. 별명도 없잖아. 별명 같은 거 부르려고 하면 정색하나 봐 내가.. 나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왜 그렇게 방어를 했을까 정말로.


- 나는 오빠한테 장난치는 게 너무 재밌는데, 내가 맨날 놀리는 건 어떻게 참고 있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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