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유상의 등을 보셨나요?

매일쓰기 프로젝트

by 홍유

반가사유상의 전면(全面)이 공개되었다는 기사를 눈여겨보았습니다. 항상 유리관 안에서 벽면에 붙어 있어서, 그야말로 전면(前面)만 익숙했던 반가사유상의 등을 볼 수 있다니, 꼭 한 번 가보고 싶었지요.


원래 소망이라는 것은 가슴 속에 품고만 있다가 기회가 될 때 '반짝'하고 나타나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반가사유상을 보러 꼭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과 공휴일이라는 시간, 개학 전에 어딘가 다녀오고 싶다는 충동, 다함께 일어날 수 있었던 행동력. 이 모든 것이 합쳐질 때 소망은 순식간에 현실이 되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해서, 입구에서 안내하시는 선생님께 반가사유상의 위치부터 여쭈었습니다. 전시관 2층, 사유의 방이라는 말씀을 깃발 삼아서, 사유의 방부터 찾아 들었지요. 정면에서부터 천천히 옆으로 돌면서 반가사유상의 등을 향했습니다. 드디어 등이 보이는 순간, 왠지 모르게 심장부터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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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방, 금동반가사유상, 국보 83호, 사진출처: 직접촬영

저는 미술 쪽으로는 매우 무지합니다. 불교미술이요? 알리가 없지요.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란, 국사책에서 밑줄을 그어가며 기억하던 국보의 이름이고, 이것이 일본에 전파되어 일본 국보 1호인 목조반가사유상에 영향을 주었다는 서너줄의 설명만 줄줄 외우던 고등학교 시절 이후, 반가사유상이라는 이름을 접하는 것조차 굉장히 오랜만의 일이었습니다. 그러함에도 왜 저 뒷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떨어졌을까요? 단순한 기대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같은 문외한에게조차 전해지는 엄숙함, 그 엄숙함을 만들어낸 한 장인의 숭고한 노력. 석가모니의 모습을 본따서 만든 저 93.5cm의 반가사유상 안에 담긴 부처님의 깊은 마음이 갑자기 마음 속에 와서 반가좌를 틀지 않았을까요? 그 무게를 견딜 길 없는 얄팍한 마음이 제자리에서 툭 떨어져버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사유의 방에는 반가사유상 두 분이 계십니다. 국보 78호와 83호. 한 분은 위에 보여드린 분이고, 다른 한 분은 이제 보여드릴 분입니다. 조각의 차이가 있고, 표정이 조금씩 다르지요. 그리고 색상도 조금은 다릅니다.


KakaoTalk_20220312_115208847_22.jpg 사유의 방에 있는 반가사유상, 국보 78호, 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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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반가사유상, 국보78호

국보 78호는 85호에 비해 옷이 화려합니다. 색은 약간 청색이 돌기도 하고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분의 표정이 더욱 마음에 듭니다. 무언가 장난기가 스며든 듯한 얼굴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니까요.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것일까. 그 앞에서 마음 속으로 아무리 물어도 대답을 해 주시지는 않네요. 아마 시간이 지나면 그 때의 표정이 떠오르면서 제가 깨닫게 되는 시간도 오지 않을까 합니다.


사유의 방 천장에 별빛이 빛나듯 보이는 저 불빛들이 보이세요? 깜깜한 밤하늘 아래, 별은 빛나고, 두 분의 석가모니께서 고요히 생각에 잠겨 계십니다. 혹시나 그 생각을 방해하게 될까봐 천천히 걷고, 조용히 생각하며, 생각의 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굳이 국보 몇 호가 어느쪽이고, 어떻게 구별하고, 가치가 어떠하고. 그런 생각을 떠나서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한 바퀴 걸어보는 생각의 길이란 멀기도 했고, 가깝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방을 <사유의 방>이라 이름했나봅니다.


항상 박물관은, 숙제를 위한 곳, 국보를 보고 지식을 쌓는 곳으로만 생각했지요. 그런데 제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생각이 유연해지는 것인지, 이제 박물관 안에서 이것저것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그 옛날 저 사유상을 만드신 어느 장인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어떤 마음을 담아 무엇을 전하려고 하셨을지, 부처님은 어떤 생각을 하시는 것인지. 그저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곧 시간이 생기면,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고요한 사유의 방을 호젓하게 걸으면서, 제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내려가보고 싶어요.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1581.html


https://www.museum.go.kr/site/main/showroom/list/6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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