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이야기 1
녹내장 치료 1년 이야기 1
남편 회사에서 2년에 한 번씩 배우자 건강검진을 해주신다. 공단에서 하는 검사와 겹치지 않아서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작년 이맘때, 늘 가던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갔다. 생애 처음으로 대장 내시경을 받느라 속이 거북한 채로 검진을 받았고, 대부분 내가 아는 것들에 대해 간략한 언급도 들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받은 건강검진 결과표 가장 첫머리에 "녹내장 의심"이라는 소견이 쓰여 있었다. 안과 검진 결과 이상이 발견되었으니 꼭 정밀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으라는 소견 아래 얼굴도 모르는 선생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깔려있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검진을 받기 두어 달쯤 전인가? 엄청난 두통을 느꼈던 기억이 났다. 진통제도 소용이 없었던 기억. 눈 뒤쪽이 너무 아파서 이러다 눈이 튀어나오는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더럭 겁도 났던 기억. 그렇게 잠시 아픈 후에 잊고 있었는데, 혹시 그것이었을까? 무서웠다.
일단은 다시 검진을 받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며, 건강검진에서 오진도 있었다는 글을 떠올리며 의식적으로 잊으려 했다. 근처 병원을 찾아보고, 병원을 방문하고, 간호사 선생님의 문진에 "건강검진에서 이상소견이 나왔다."며 나름 덤덤하려고 애썼다. 여러 검사 끝에 결국 확진. 무심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처방전을 받아서 약국에서 안압강하제를 사서 들고 나왔다. 약국 문을 열고 나오면서부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정말 무서웠다. 너무나도 무서웠다.
늘 타던 버스가 다니는 큰길. 무심히 오가는 사람들. 푸른 하늘. 흰 구름. 그 모든 것들을 이제는 한쪽 눈으로만 보는 것은 아닐지, 나는 아직 아이도 한참 키워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많은데. 쓰고 싶은 글도 많은데 어쩌면 좋은지,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많을수록 흐르는 눈물도 늘어났다.
내가 지금 보는 것은 예전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는데, 혹시라도 갑자기 안 보이게 되면 이 길을 다시는 못 보게 될까 봐서. 버스 노선이라도 잘 보일 때 한 번 더 보려고 눈물을 걷어냈다. 눈가를 연신 훔쳐내며 한 번씩 더 길을 훑어보았다. 하늘이 파랗고 예뻐서, 구름도 하얗고 몽글거려서. 길가는 사람들은 너무나 생기가 넘쳐서. 길 한편에 서 있는 나무는 정말 푸르러서, 빵집 간판은 오늘따라 선명해서, 길가 노점에서 흐르는 떡볶이 냄새는 새삼스레 맛있게 느껴져서. 그 모든 것이 예쁘고 좋아 보여서, 눈물이 계속 흘렀다. 생기 넘치는 길 위에서 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면서, 나는 그 모든 것들을 눈물 사이로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애쓰며 눈을 크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