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이야기 2

녹내장 치료 1년 이야기 2

by 홍유

일주일 뒤, 다른 병원을 찾았다. 정기적으로 아이 시력 검사를 받으려고 병원을 알아보다가, 우연히 녹내장 전문의 선생님이 계신다는 병원을 알게 되었다. 약을 넣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알아보고 싶어서 병원을 방문했다. 검사 결과는 역시나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은 편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진단해주시는 선생님의 태도가 편안했기 때문이다.


녹내장 환자를 엄청나게 많이 만나보셨다는 선생님께서는 제일 먼저 나의 불안을 달래주셨다.


"초기네요. 건강검진 잘하셨어요. 이렇게 극히 초기에 발견하기도 쉽지 않은데 아주 잘하셨습니다. 이제부터 주기적으로 병원 오시면 제가 잘 봐드릴게요. 잘 유지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게 유지가 되는 것인가요?"

"그럼요. 녹내장 중에서도 아주 순한 경우입니다. 평생 지금이랑 똑같이 유지된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요. 제가 석 달, 넉 달 기한을 정해드리는 동안에는 별일 없이 유지될 겁니다. 걱정 마세요."

"선생님, 저 운전해도 되나요?"

"지금 보시는 데 아무 지장 없잖아요? (네) 괜찮습니다."

"해외여행 가도 괜찮을까요?"

"비행기 타는 거 아~~ 무 문제없습니다. 괜찮습니다. 가고 싶은데 다~ 다녀오세요."

"커피나 그런 음료들 조심해야 하나요?"

"아뇨. 드십시오. 괜찮습니다. 쓸데없는 스트레스가 더 나쁩니다. 하루에 30잔 40잔 먹는 것도 아닐 건데요."


괜찮다는 말에 살그머니 눈물이 고여왔다. 그것을 보셨는지 선생님의 말이 이어졌다.


"이거 환자분 잘못 아닙니다. 뭘 잘못해서 걸리는 병이 아니에요. 이게 원래 그래요. 그냥 사람 안 가리고 막 찾아와요. 제 환자분들 중에 나이 많으신 분들도 있고, (환자분보다) 더 어린 분도 있고, 부자도 있고, 형편 어려우신 분도 있고 그래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고 흔한 거예요. 지하철 타고 가면, 그 칸 안에 서너 명은 녹내장 환자일 정도인데요. 그냥 온 거예요. 괜히 이것저것 찾아보며 흔들리지 마시고, 약만 잘 넣고 저 믿고 다른 건 잊고 지내세요. 대신 약은 꼭! 시간 맞춰서 잘 넣어야 합니다. 빼먹으면 안 돼요."

"... 네.."

"자가 검진해보려고 하시는 분들 계신데, 어차피 자가 검진 안 되는 병입니다. 병원에서 검사해야 아는 병이니까, 약만 잘 넣고 평소에는 잊어버리고 계세요. 병원 와서 검사받고 저랑 이야기할 때만 생각하세요."

"네."

"우선 다음달에 뵐게요. 처음이니까 진행상황도 계속 봐야 하고. 그때까지 약은 꼭 잘 넣으셔야 합니다."

"네."


약을 받아 들고 집으로 오는 길.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담담했다. 그냥 잘 유지하면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병원뿐. 괜찮다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정말 괜찮을 것만 같았다. 믿고 싶었고, 애쓰지 않아도 믿어졌다.


말의 내용도 그러하지만, 말을 담는 그릇의 크기는 사람의 마음을 다스려준다. "괜찮다. 네 잘못이 아니다. 같이 애쓰자." 따스한 말이 실력과 경험의 그릇에 담겼으니 위로가 될 수밖에. 그래서 믿는다. 괜찮을 것이라는 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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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녹내장 학회에 가면, 근처에 있는 녹내장 전문 병원을 찾을 수 있다.

https://www.koreanglauco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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