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이야기 3
녹내장 치료 1년 이야기 3
아이의 스마트폰에 알람이 하나 늘었다. 내가 약 넣는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알람을 설정해 놓은 뒤로, 아이도 함께 알람을 지정했다. 그 마음이 예쁘고 고마워서 쓸데없이 눈물이 났다. 두 개의 전화에서 동시에 알람이 울리면, 뒤이어 아이가 소리 높여 외친다. "엄마~ 안약 넣을 시간!!" 지금은 이 문장이 조금 더 짧아졌다. "엄마~ 약!"
녹내장 환자는 안압이 올라가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나와 같은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 역시, 안압강하제를 처방받아서 사용한다. 약의 사용 주기는 상태에 따라 의사 선생님께서 결정해주신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처방대로 약을 잘 넣는 것. 눈을 조금 더 아끼는 것. 지금부터 나의 몸과 마음에 더 많이 신경을 쓰는 것뿐이다. 그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아이를 낳고 급격히 찐 살을 빼고, 운동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많은 응어리들을 어떻게든 풀어내려고 한참 들여다봤다. 더 이상 마음자리를 차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들면, 휙 내다 버렸다. 마치 이 빠진 그릇들을 몽땅 쓸어 버리듯이.
주기적으로 걸었고, 몸을 움직였다. 컴퓨터 화면을 보다가도 의식적으로 눈을 들어 하늘을 봤고, 나무를 바라보았다. 집 앞 산에 피는 꽃을 보고, 생생하게 피어나는 이파리를 보고, 날아다니는 새를 봤다. 안 쓰는 물건을 꺼내서 버리고, 뒤죽박죽 된 집안 곳곳을 정리했다. 햇살 잘 드는 발코니에 티테이블을 들여놓고, 멍하니 차를 마셨다. 등산 모자를 준비해서 쓰고 다녔고, 새 옷을 샀다. 늘 하던 대로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검사 결과를 보니, 저번이랑 똑같네요. 안압도 잘 유지가 되고 있고.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더 주의할 것은 없나요?
"예. 약만 잘 넣으세요. 약이 아주 잘 듣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궁금하신 거 있나요?"
"별생각 없이 지나다 보니.. 잊고 살라고 하셔서요."
"네. 잘하고 계십니다. (ㅎㅎ) 혹시라도 이상한 느낌이 들면 바로 오셔야 해요."
"네."
지금부터는 석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