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쓰기 프로젝트
배숙. 위키 백과에 따르면 배숙은 배, 통후추, 생각, 꿀 (또는 설탕), 물로 만드는 한국의 전통 화채라고 합니다. 원래는 궁중요리였고, 20세기 중반 이후 대중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했다지요. 배숙은 배의 껍질을 깎아 여러 조각으로 나눈 후, 배 위에 통후추를 얹고(사실 알알이 구슬처럼 박아서) 푹푹 끓여서 만듭니다. 배를 통째로 익히면 향설고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날이 풀릴 것도 같지만, 내일은 더 추워진다고 해요.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혹시라도 감기에 걸릴까봐 오랜만에 배숙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먼저 배 두 개(껍질째 쓸 것이므로 깨끗이 씻어줄 것), 도라지 8g, 생강 12g을 준비합니다. 도라지는 원래 가을철이 될 때, 약도라지를 사서 껍질을 까서 편으로 썰어 얼려놓은 것을 사용했어요. 최근에 여러 곳에서 구매해보다가 마음에 드는 농원에서 약도라지차를 발견했답니다. 도라지를 직접 덖어서 차로 만들었다고 하길래 구매해보았는데, 도라지도 실한데다 맛도 좋아서 꾸준히 구매하고 있습니다.
생강은 햇생강이 나오면, 도라지와 함께 구매해서 손질해놓았습니다. 편으로 썰어 냉동실에 넣어 놓으면 겨울철에 도라지&생강차를 끓여 마실 때 꽤나 도움이 되더라구요. 목이 살짝 아프거나, 가래가 생기면, 도라지 생강차가 꽤 도움이 됩니다. 생강이나 도라지는 취향에 따라 적당히 가감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향을 맡고 맛을 일부 보면서 넣는 양을 조절해주세요. 향이 강한 것이 싫으면 조금만, 생강 특유의 매운맛이 싫으시면 조금만 넣어주시는 것처럼 말이예요.
깨끗이 씻은 배는 각각 여덟조각을 내고, 안의 씨와 속을 파냅니다. 원래는 껍질까지 깎은 후, 동글동글하게 배를 다듬고, 통후추를 박아주는데,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저는 정성이 매우 부족한 편이지요. 대신 자른 배를 정갈하게 놓고, 통후추를 8~10알 정도 함께 넣어줍니다. 통후추는 일반 조리용 후추를 썼어요.
배를 깎아 압력솥에 넣고, 구슬처럼 후추를 박아준다면 왼쪽 그림과 같이 되겠습니다만... (귀찮으므로) 후추 8~10알을 그냥 솥 안에 넣고, 준비했던 도라지와 생강을 넣어줍니다. 여기에 물 1.5~2L를 추가해주세요. 이 상태로 압력솥을 닫고, 센불에서 빠글빠글 끓이다가, 압력솥의 추가 회전을 하면, 불을 약하게 줄여서 5~10분간 더 끓여주세요. 약한불로 끓이는 것은 마치 약재를 달여주는 듯한 느낌이지요. 의식동원(醫食同原)이라, 먹는 것과 병을 치료하는 것은 인간이 건강을 유지하도록 하므로 그 근원이 같다는 말이지요 (다음사전). 이 과정을 통해서 모든 재료들이 갖는 이로운 성분들이 우리에게 약처럼 직접 도움이 될 수 있게 잘 어우러지며 녹아 나오길 기다리는 것입니다.
완성한 모습을 보면, 탕색이 진하게 바뀌어 있지요. 도라지의 효과인 듯 싶습니다. 이 상태로 배가 흐물거리면 좋습니다. 이제 진한 색의 물을 드시는데, 배가 생각보다 덜 달면 꿀을 적당히 넣어 주세요. 꿀을 처음부터 넣으면, 나중에 심하게 달아도 해결할 방법이 없더라구요. 꿀은 마시기 전에 맛을 보고 단맛을 적당히 가해주는 방식으로 사용해주면 좋지요. 제가 사용한 배는 달달하니 맛있어서 그런지, 따로 꿀을 넣어주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었습니다. 적당히 식혀서 따뜻할 때, 두어 잔 드시고 주무시면 한결 목이 편한실 거예요.
아이나 남편이 심하게 감기를 앓을 때면 종종 배숙을 끓이곤 했습니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빨리 털고 일어나더라구요. 제가 만든 것이 약효가 뛰어나다기 보다는, 좋은 재료를 만들어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이겠지요. 아! 이것을끓이면서 이거 마시고 어서 나으라는 마음을 솥 언저리에 뿌리는 제 소망도 한스푼 도움이 되면 더 좋겠습니다.
배 두 개, 도라지 한 줌, 생강편 15조각, 후추 여덟 알. 물 2L. 주변에서 쉽게 구해지는 흔한 재료들로 내일부터 추워지는 날씨를 평온히 넘기시길 바라겠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안 아픈 게 제일 좋더군요. 요즘처럼 오미크론이 횡행할 때, 조상님들의 지혜가 담긴 음식으로 무탈히 넘어 가시기를 바랍니다.